2024년 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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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성경] 공동체와 함께 읽는 성경: 살아 있는 말씀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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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26 ㅣ No.3007

[공동체와 함께 읽는 성경] 살아 있는 말씀 성경



1. 성경은 어떤 책인가?

성경은 어떻게 형성된 책인가? 성경과 하느님의 말씀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성경과 공동체는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루카 1,1-2의 본문에서 출발하려 한다.

<루카 1,1-2 본문 읽기>
1 우리 가운데에서 이루어진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엮는 작업에 이미 많은 이가 손을 대었습니다. 2 처음부터 목격자로서 말씀의 종이 된 이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것을 그대로 엮은 것입니다.


2. 복음서 형성의 세 단계

루카 복음서의 머리말(preface)인 이 본문에서 우리는 복음서 형성의 세 단계에 관한 중요한 사실들을 발견한다.

- 첫째 단계인 “예수님 사건” : “우리 가운데에서 이루어진 일들”(1절)은 역사적 인물 예수님과 그분에게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예수님 사건을 가리킨다.

- 둘째 단계인 “예수님 전승” : “처음부터 목격자로서 말씀의 종이 된 이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것”(2절)인 전승의 내용은 예수님과 예수님 사건에 관한 것이다. 이 전승의 주체는 예수님 사건의 증인들이고, 이 전승은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일어난다.

- 셋째 단계인 “복음서 저술” : 예수님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엮는 작업”(1절)인 복음서 형성의 단계이다.


3.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신앙의 전승

예수님 사건의 “처음부터 목격자” (1절)들인 예수님의 제자들과 사도들은 “말씀의 종이 된 이들” (1절) 로서 그 사건을 복음으로 선포하였다. 이 단계는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형성된 시기인데 이 공동체 안에서 예수님에 관한 전승이 일어났다. 예수님 전승은 먼저 구두 전승의 형태를 띠고 점차적으로 단편적인 문서 전승의 형태가 나타났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 전승의 주체인 “말씀의 종”이 가지는 다음의 특성들을 만난다.

- 역사적 사건의 체험자 : 이들은 예수님 사건을 직접 체험한 이들이다. 즉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로서 그분의 부르심을 받아 제자가 된 이들, 그분의 가르침을 듣고 여러 행적들을 목격한 이들, 그분으로 말미암아 삶이 변화된 이들이다.

- 과거 사건에 대한 기억과 증언 : “말씀의 종”은 과거 사건으로서의 예수님 사건을 기억하고 증언하는 사람들이다. 기억의 지킴이이며 증인이다.

- 복음의 선포자 : 예수님 사건을 복음으로 선포한 이들은 그분의 죽음과 부활 뿐 아니라 역사적 예수님의 생애 전체, 즉 그분의 가르침과 행적을 기쁜 소식으로 전하였다

- 전승의 담지자 : 예수님 전승의 주체들은 단순한 과거의 지식과 정보의 전달자가 아니라 말씀의 전승자이고 신앙의 전승자이다.

- 예수님 사건의 해석자 : 예수님 사건을 복음으로 선포하는 이들은 그 사건의 현재적 의미를 해석하는 이들이다.


4. 성경, 말씀, 공동체

앞서 살펴본 복음서 형성의 세 단계, 즉 “예수님 사건”, “예수님 전승”, “복음서 저술”의 과정에서 우리는 성경 형성의 역사를 위한 중요한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성경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 사건에 대한 기억과 전승, 그리고 기록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 사건과 역사가 전승되고 기록된 것이고, 신약성경은 예수님 사건과 초대 교회의 역사적 사건이 전승되고 기록된 것이다.

이와 같이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성경의 기록 사이에는 전승의 과정이 있었다. 이 전승은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 안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 전승의 주체들은 다음의 특성을 가진다. 이것은 오늘날 성경을 읽는 우리의 태도를 위해 중요한 전망을 제시한다.

- 성경 전승의 주체들은 하느님의 백성 안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의 체험자이고 목격자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만나서 삶이 변화된 사람들은 말씀 사건의 체험자이다. 하느님의 말씀이 전승되고 인간의 언어로 기록된 것이 성경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경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만난다. 그런데 성경을 읽고 공부하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읽을 뿐 아니라 성경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만나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성경을 읽는 목적이다.

-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 안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기억하는 이들은 단순한 과거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 안에서 활동하신 하느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성경을 읽는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 사건을 기억하고 그것을 증언하는 사람들이 된다.

- 성경 전승의 주체들은 하느님 백성의 구원 사건을 기쁜 소식으로 전한다. 그래서 오늘날 성경을 읽는 우리는 하느님의 복음을 만나야 한다. 왜냐하면 성경은 일차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고 분석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선포되고 들어야할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 성경 전승의 주체들은 역사적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그분 백성의 신앙을 전승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성경은 공동체 안에서 형성된, 공동체의 책이다. 성경을 읽는 이는 하느님 백성 공동체의 말씀의 전승, 신앙의 전승에 참여한다. 따라서 성경을 읽는 이는 개인으로서 읽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읽는다.

- 성경 전승의 주체들은 과거의 구원 사건이 가지는 현재적 의미를 해석한다. 그래서 오늘날 성경을 읽는 이는 말씀의 의미를 찾는 해석자이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말씀 사건이 가지는 과거의 의미 뿐 아니라 현재적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말씀은 과거의 죽은 말씀이 아니라 현재에 살아 있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 송창현(미카엘) 신부는 1991년에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 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외침, 2014년 12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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