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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의신학ㅣ교부학

[교회] 그리스도의 빛, 교회의 빛, 인류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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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4-25 ㅣ No.310

그리스도의 빛, 교회의 빛, 인류의 빛


Gaudet Mater Ecclesia - 지금부터 50년 전 어머니이신 교회가 기뻐하며 열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쇄신과 개혁정신을 다시 한 번 상기해봅니다.


새로운 보편공의회가 필요해!


1959년 1월 25일 로마 성 밖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는 교황 요한 23세와 추기경들, 가톨릭 주교들, 갈라진 그리스도교 형제들, 성 바오로 수도원의 베네딕도회원들과 신자들이 임석한 가운데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가 열렸다. 이 기도모임은 1908년에 성공회에 속한 프란치스코 형제회와 자매회가 주축이 되어 뉴욕에서 시작되었는데, 가톨릭은 그 이듬해부터 참가하였고, 그래서 이 날 기도회는 그 50주년이 되는 모임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기도회를 마치고 교황과 추기경들은 아빠스의 직무실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곳에서 취임한지 채 90일이 되지 않았던, 77세 고령의 교황으로부터 세 가지 발표를 듣게 된다. 먼저 로마교구를 위한 시노드를 개최하겠다는 것과, 둘째 전 세계 교회를 위해서 보편공의회를 소집하겠다는 발표,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이 교회법 개정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공의회라니?” 이 발표를 듣고 있던 추기경들뿐만 아니라, 후에 그 발표를 접한 교황청 관리들의 반응도 놀라움과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1958년 전임자인 비오 12세 교황께서 19년이라는 긴 재위기간을 거친 후 서거하셨을 때, 꼰끌라베 (교황선출 추기경 모임)에 모인 추기경들은 과도기의 교회를 관리할 고령의 베네치아 총대주교 주세페 론깔리를 새로운 로마의 주교로 선출하였다. 그런데 이런 과도기 교황으로 생각되던 분이 교회 역사 2000년 동안 스무 번 밖에 열리지 않았던 보편 공의회를 소집하겠다니. 이런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공의회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교황청 각 부서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59년 7월 14일에는 개최될 공의회를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 명명함으로써 1870년 중단되었던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재개가 아닌 새로운 공의회를 개최하겠다는 의향을 분명히 하였다.


급변하는 세계에 문을 닫아 건 가톨릭교회

현대세계는 급박하게 변하고 있었는데, 교회의 모습은 여전히 1500년대 중반에 개최되었던 트렌트 공의회(1545-1563)의 질서에 갇혀 있었다. 트렌트 공의회는 루터와 칼빈으로 대표되는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에 대한 가톨릭쪽의 ‘반종교개혁’적 성격을 지닌 공의회였다. 그래서 교회가 지닌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하기보다는 ‘단죄’를 하였고, 교회를 ‘신적 설립’에 기반을 둔 ‘완전한 사회’(Societas Perfecta)라 여겨 ‘교회중심주의’ 혹은 ‘승리주의’에 취해 있었다. 자연히 세상에 대해 교회의 문을 닫아걸었고, 새로운 사상이나 시대의 조류에는 단죄와 심판의 칼을 휘두르거나 이에 대해 투쟁해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 트렌트 공의회가 지닌 긍정적인 영향도 많았지만, 이러한 방어적인 세계관과 교회관은 그 후 400년 동안 가톨릭교회의 모습을 반세계적이고, 법률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대변화의 시작, 요한 23세

새로운 돌파구가 시골 할아버지와 같은 푸근한 외모를 지닌 새 교황에게서 시작되리라는 것을 누가 예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하느님께서는 대변화의 시작을 위해 벌써 한 사람을 준비시키고 계셨다. 요한 23세 교황은 이탈리아 북쪽 끝 베르가모의 작은 시골에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1881년). 그는 교황청 외교관의 임무를 맡고 불가리아, 그리스와 터키에서 생활했다. 아마 정교회 지역에서 교황사절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공의회에 대해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리스도교 일치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정교회 안에서는 지역 공의회가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 공부에 항상 매력을 느끼고 공의회들이 교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관심이 많았는데, 이는 ‘이탈리아 성직자들의 일반적인 지적 풍토에서는 예외적인 것’이었다.

400년 전 트렌트 공의회에 250여명의 주교들이 참석하였고, 1869년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 740여명의 유럽 중심의 주교들이 참석했다면, 1962년 개막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야말로 명실공히 전 세계 교회가 함께 모인 첫 번째 공의회였다고 말할 수 있다. 유럽 주교들은 전체 절 반에도 못 미치는 1,040여명 정도였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950여명,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500여명, 오세아니아에서 60여명의 주교들이 참석하였다. 10월 11일 개막식에서는 주교들이 운집한 군중들 사이로 행렬하여 성 베드로 대성전에 입장하는 데만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착하신 교황’(Papa Buono 요한 23세 교황의 별명)의 영감에 의해 결정되고 현실화가 된 이 놀라운 사건은 교회와 세상이 집중하여 바라보는 역사적인 순간이 되었다.


새로운 성령강림

교황은 공의회 준비 기간 동안, 개최될 공의회가 ‘새로운 성령강림’과 같은 놀라움으로 우리 시대를 새롭게 하기를 기도하였다. 공의회 개막을 한 달 앞두고 라디오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보편 공의회가 그리스도의 전체 교회를 위해 참다운 기쁨이 되기를 원하셨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의 빛’(lumen christi), ‘교회의 빛’(lumen ecclesiae), ‘인류의 빛’(lumen gentium)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1962년 9월 11일). 후에 ‘인류의 빛’(lumen gentium)이라는 표현은 공의회에서 승인되고 반포된 네 개의 헌장 중에서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의 제목이 되어 ‘인류의 빛은 그리스도이시다’라는 말로 교회헌장은 시작된다.

공의회의 다른 문헌들과 마찬가지로 교회헌장도 준비위원회에서 이미 작성된 초안이 있었다. 미완으로 끝난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다루지 못한 여러 주제들이 하나의 문서에 나열되어 있었다. 이 초안은 공의회 교부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각 장의 통일과 조화가 결여되어 있고, 가톨릭 교회를 너무 법적인 견지에서 이해하고 있고, 교회와 그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관계가 충분히 표현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따라서 교회헌장은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관점에서 다시 의안 전체를 작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63년 재개된 제2회기 동안 교회에 관한 제2 의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수정 제안들이 제출되었다. 결국 교회헌장은 64년 제3회기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확정되고 공의회 교부들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인류의 빛이신 그리스도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인류의 빛’(교회헌장)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교회의 신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교회는 하느님과 인류가 이루는 깊은 결합과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이다. 문헌은 이어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구원업적과 교회의 관계가 제시되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교회는 가시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는 동시에 영적인 공동체이며, 지상의 교회인 동시에 천상의 보화로 가득 찬, 인간적 요소와 신적인 요소가 합성된 하나의 복합체로 이해된다. 제2장에서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으로 이해된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새로운 이스라엘이며, 예수님을 믿고 바라보는 이들의 무리를 하느님께서 불러 모으시어 교회를 세우시고, 모든 사람과 개인의 구원을 이룩하는 일치의 볼 수 있는 성사가 되게 하셨다. 세례를 받은 모든 신자들은 보편 사제직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는 직무 사제직을 수행하는 이들과 함께 유일한 그리스도의 사제직인 참여하는 것이다. 2장에서는,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라 불리지만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이들과, 비그리스도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전망을 제시한다. 그래서 자기 탓 없이,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 분의 교회를 모르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양심의 명령을 통하여 알게 된 하느님의 뜻을 은총의 영향 아래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영원한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천명하고 있다(교회헌장 16장).

제3장과 제4장은 하느님 백성의 구성원인 주교와 사제, 부제(3장)와 평신도(4장)에 대해 다룬다. 제1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황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심화시켰다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사도들의 후계자들인 주교직에 대해서 그리고, 사도단 안에서 베드로의 후계자인교황과의 관계와, 주교들 상호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4장에서는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위치와 역할, 본질과 사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의회 교부들은 평신도에 관하여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그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교회내 또 다른 신분인 ‘수도자’에 대해 다루기 전에 (6장), 5장에서는 ‘교회의 보편적 성화소명’을 다루고 있다. 공의회 교부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 신분이나 계층이든 상관없이 그리스도교 생활의 완성과 사랑의 완덕으로 부름받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완덕으로의 부르심은 수도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하느님의 백성의 성덕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느님 백성의 각 신분에 대해 다 언급한 다음, 제7장에서는 ‘순례하는 교회의 종말론적 성격, 그리고 천상 교회와 그 일치’에 대해 언급한다. 교회헌장 초안이 1장부터 ‘투쟁하는 교회의 본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승리주의’적인 세계관으로 시대와 맞서야 하는 것으로 교회의 본질을 규정했다면, 교회헌장의 최종문헌은 교회가 이 지상에서 나그네 길을 걷고 있는 순례자이며, 성령의 인도를 받으며 미래의 좋은 것에 대한 희망으로 최종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으로 제시된다. 또한 이 지상교회는 천상교회와 친교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교회는 이 지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성 요셉, 복된 사도들과 순교자들과 모든 성인들과 맺는 친교로 확장된다.

교회헌장의 마지막 장인 8장은 성모님에 대한 장으로, 공의회 토론 중에 별도의 문헌으로 작성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8장의 제목인,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 계시는 천주의 모친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서 알 수 있듯이 성모님과 그리스도, 성모님과 교회의 관계를 잘 밝혀주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어떤 신념과 학설에 대해 단죄를 하거나 비판하려는 의도 없이 교회의 가르침을 현대 세계에 적응시키고, 교회의 자기 쇄신을 목적으로 한 공의회였다. 교황 요한 23세께서 공의회 개막 연설에서 밝히셨던 것처럼, 우리가 할 일은 고가의 보화를 지켜 오로지 옛 것을 연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회가 과거 20세기 동안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가며 현대가 요구하는 과제에 빨리 그리고 겁 없이 다가가는 것이다. 그래서 신앙의 유산 자체와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동일한 것이 아니며,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모든 것이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열의와 밝고 온화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중요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는 올해, 근 50년 전의 오래된 문헌으로써가 아니라, 아직도 교회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청량감을 주는 샘물로써 이 문헌들을 읽어보면 좋겠다.

[분도, 2012년 봄호, 글 · 사진제공 박 블라시오 신부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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