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강론자료

사순 1 주일-다해-2001

스크랩 인쇄

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3-02 ㅣ No.287

사순 제 1 주일 (다해)

 

        신명 26,4-10        로마 10,8-13        루가 4,1-13

    2001. 3. 4.

주제 : 자기 위치를 아는 일

 

한 주간 잘 보내셨습니까?  한 주간의 첫 날, 새로운 마음을 갖추고 하느님의 축복을 청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은 2001년 사순절 첫 번째 주일입니다. 사순절은 하느님께서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 제정하신 특별한 시기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구원의 선물을 주는 준비의 시기'로 보는 것 대신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때'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살고 하느님께 나아가야 할 사람이라면 좀 더 긍정적인 면에서 삶을 바라봐야 할 일입니다.

 

저도 말은 이렇게 합니다만, 사순시기를 잘 지내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이웃을 위해서 기도도 더 많이 해야하고, 많이 참고 많이 이해해주어야 하는 때가 사순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도하고 참고 이해하는 일은 나 혼자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내가 이웃을 위해서 하는 일을 내 이웃도 나를 위해서 할 것이기에 '나 혼자만 괜히 헛물을 켜고 있다'는 생각을 피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것입니다.

 

오늘 사순시기 첫 번째 주일에 우리는 유혹에 대한 말씀을 듣습니다. 유혹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유혹은 마음의 작용입니다. 우리가 그 유혹을 '악마'라고 규정하고 대처방법을 익히는 것은 좋고 훌륭한 일이지만, 실제로 유혹은 다른 대상을 통해서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입니다. 이 마음의 작용은 내가 갖지 않은 것을 더 가지려하고, 내 것이 아닌데 욕심을 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기에 그 마음이 우리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악마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올바른 신앙인, 자신이 머물러야 할 올바른 위치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대처방법을 찾는 일이 어렵지는 않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유혹을 이기려는 생각보다는 적절하게 타협하려는 자세를 먼저 보입니다. 그것이 인간이 가진 약한 모습이고, 바로 그 약점이 우리 존재를 파고드는 유혹의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유혹이 우리에게 어떤 방법으로 도전하는지 보여줍니다.

유혹하는 자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에게도 함부로 덤비는 무모함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예수님과 똑같지 않은 삶을 지내는 우리에게는 더 쉬울 것입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이라는 말로 도전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표현은 마치도 내가 귀중한 존재인 것처럼 땅에서 높이 띄우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내가 악마의 유혹에 현혹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면 '어리석은 존재'라는 모멸감을 갖게 하는 방법으로 유혹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유혹하는 자'가 제시하는 방법대로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나는 아무 힘도 없는 비참한 존재'라는 모욕이 유혹에는 숨겨져 있습니다. 유혹을 이겨내려면 그 모욕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향하여 도전한 내용을 분석하면, '돌을 빵으로 만들지 못하거나, 많은 부귀영화와 재물을 보고도 갖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거나, 높은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는 더 이상 하느님의 아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비판과 외침이 감춰져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유혹이 덤비는 모습입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구별하는 지혜를 갖고 싶다면, 유혹자가 제시하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따서 먹어야 한다'는 것과도 같은 유혹입니다. 하지만, 유혹하는 자가 꼬드겼던 대로 행한 첫 사람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과 같은 지혜를 갖는 것은 애초부터 틀린 일이었고 결국에는 죽음의 길을 선택하고 맙니다. 현명한 사람은 다가오는 유혹에 감춰져있는 '시커먼 마음[黑心]'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악이나 유혹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람이 처한 현실의 자기 모습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내가 비록 지금은 이 땅에 매여있지만, 그렇게 된 것은 실수로 그렇게 된 것이니 땅을 부정하고 높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하며, 세상의 모든 것은 내 맘대로 할 수 있어야 사람 사는 맛을 느끼는 것이라고 접근하는 것입니다. 현실에 내가 처한 위치를 무시하거나 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이 가진 약한 모습을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현실을 제대로 돌아봐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탓입니다.  혹시라도 잊어버릴까 싶어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라는 요구입니다. 모든 일은 하느님이 해 주신 덕분이니 그에 합당한 감사의 자세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실의 우리가 쉽사리 하지 않는 일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어떤 분으로 생각하십니까?  항상 약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로 자신을 왜소하게 생각하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올바로 볼 수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모습을 찾아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올바른 것을 알아야만 사람은 입으로 올바르게 고백할 수 있고, 입으로 하는 고백에 따라 구원의 선물은 우리에게 온다는 것이 바오로 사도의 믿음이었습니다.

 

여러분과 제가 사는 세상에는 눈을 조금만 돌리면 유혹이 판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은 우리 마음과 생각이 그 유혹을 잡아당기고 있으면서도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일은 참으로 기적에 가까울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세월을 지내면서 올바른 것을 제대로 대할 수 있는 믿음을 청하고, 올해도 새롭게 다가온 사순절이 '은총과 평화의 때'가 될 수 있도록 잠시 마음과 생각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62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