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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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도서 고백록 - 집요한 엄마와 성인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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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2-19 ㅣ No.54

[도서칼럼] 도서 ‘고백록’


집요한 엄마와 성인의 엄마

 

 

집요한 엄마를 통해서도 하느님은 일하신다는 것을 새삼스레 발견하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354-430)의 어머니 성 모니카 이야기입니다. 『고백록』을 읽기 전까지 저는 성녀를 방황하는 아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어머니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 이미지에 가리어 ‘집요한 엄마’의 측면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자식의 출세를 바랐고 그래서 공부나 결혼 등 아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습니다. 아우구스티노가 고향 북아프리카를 떠나 이탈리아로 갈 때에는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고 로마로 가는 배를 탑니다. 출세하기 위해 큰 세상으로 가는 야심 찬 청년도 보이지만, 엄마에게서 벗어나려는 아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16살 아우구스티노의 눈에 비친 어머니 모니카에 대한 기억은 예리합니다. 자신에 대한 어머니의 희망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 것보다 “출세하는 데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집요한 엄마 모니카의 절정은 30대 초반 아우구스티노의 결혼을 주선하는 장면! 당시 밀라노에서 수사학 교수였던 그에게는 이미 카르타고에서 유학 중이던 18세부터 동거해 온 여인이 있었고, 그 사이에 아들 아데오다투스(372?-389)도 두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아들의 출세를 위해 유망한 집안과 결혼을 주선했고 그는 “떨어져 나간 심장에서 피를 흘리듯”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십몇 년 동거했던 여인을 떠나보냅니다.

 

아우구스티노는 『고백록』 후반에서 인간 모니카에 대해 더 알려줍니다. 그녀는 어려서 술에 빠지기도 했지만 마음을 잡고 거기서 빠져 나올 만큼 절제력이 있었고, 격정적인 남편을 지혜롭게 대할 줄 알았으며, 주변 사람들의 중재자였고, 유머감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학자 브라운은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저서에서 아우구스티노가 주교로서 지녔던 많은 성품을 어머니에게서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아우구스티노는 주교로서 북아프리카에서 마니교, 도나투스파, 펠라지우스파, ‘선진’ 로마의 세속적 문명 등 교회를 위협하는 당대 사조와 지치지 않고 싸우며 사목을 펼칩니다. 그런 에너지는 신앙의 산물인 동시에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단호함을 자기 삶에서 잘 통합시킨 산물이기도 할 것입니다. 실제 그는 회심 후 모니카에 대해서 감탄을 했고, 신비체험도 함께 했습니다.

 

『고백록』은 주교가 된 아우구스티노가 40대 중반에 쓴 자서전입니다. 거기에는 쉽지 않은 사상적 이야기도 많지만 가족과 친구들 이야기도 곳곳에 나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새로 나기’를 원하시지만 세상이 기대하는 ‘리셋’ 방식으로는 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아우구스티노의 경우처럼 아픈 과거, 가족 배경, 있는 모습 그대로 주님의 빛 안에서 인생과 화해하고 통합됩니다. 하느님은 집요한 엄마와 방항하는 아들을 통해서 멋진 일을 하셨습니다. 은총은 자연을 부정하지도 ‘리셋’하지도 않고 그것에 기반하여 삶을 완성합니다.

 

[2023년 2월 19일(가해) 연중 제7주일 서울주보 6면, 김우선 데니스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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