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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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동물] 하느님의 재앙으로 쓰인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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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4-27 ㅣ No.854

[성경 속의 동식물] 45 - 하느님의 재앙으로 쓰인 모기

 

 

-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한 모기는 성경에서 하느님 재앙으로 쓰였다.

 

 

더운 여름밤에 잠을 청할 때 귓가에서 '엥~!' 하는 모기 소리에 잠을 설쳤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모기의 날갯짓 소리인데 암컷은 그 빈도가 낮아 소리로 암수 구별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모기는 약 2500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충은 길쭉한 몸통, 길고 가는 다리, 빨대처럼 긴 입이 특징이다. 물 표면에 낳은 알은 부화되면 물에서 사는 유충인 장구벌레가 된다.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것은 암컷에 한정되고, 수컷은 식물의 즙액이나 과즙을 먹는다.

 

모기는 화학물질을 감지해 먹잇감을 찾는데, 후각이 대단히 예민해서 20m 밖에서도 숙주동물을 찾아낸다. 사람이 내뿜는 열기, 습도, 이산화탄소, 체온, 땀에 들어있는 지방산, 유기산 등의 화학물질이 자극이 되어 모기를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때보다 움직일 때 더 달려든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항상 몸을 잘 씻어서 냄새를 없애고 몸을 차게 하는 게 모기를 피하는 방법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모기는 적색, 청색, 검은색을 좋아한고 한다. 약 7m 거리에서부터 색깔을 구별하며 달려든다는 것이다. 여름철에 모기의 표적이 되고 싶지 않다면 이런 색깔의 옷을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모기는 수 백 개의 감지 센서가 있어서 물체를 거의 모든 방향에서 정확히 인지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방향과 속도를 180도 바꾸며 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재빠르게 나는 모기를 잡기란 쉽지 않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학질모기는 쉬고 있는 자세로 구별할 수 있다. 일반 모기는 바닥과 몸을 평행으로 앉지만, 학질모기는 머리를 아래로, 몸을 꼬리 쪽까지 일직선으로 바닥과 거의 수직으로 올리고 앉는다.

 

모기의 조상은 2억 년 전 공룡의 피를 빨아 먹고 살았을 정도로 인류와 오랜 역사를 같이 했다. 유명한 SF영화 '쥬라기 공원'은 호박(琥珀) 속에 갇힌 중생대 모기의 피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해 6500만 년 전의 공룡을 부활시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류는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의 피를 노리는 모기와 싸워야 했다. 모기가 옮긴 말라리아, 뎅기열, 뇌염 등의 전염병을 이기지 못한 인류는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인류와 모기는 경쟁하며 번성했다. 모기는 오늘날에도 인간만큼 넓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적응력을 자랑한다.

 

성경에서 모기가 등장하는 인상적 대목은 탈출기에서다. 하느님께서 이집트에 내리신 셋째 재앙에서 모기가 나온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론에게, 지팡이를 뻗어 땅의 먼지를 쳐서, 그것을 이집트 온 땅에서 모기로 변하게 하라고 말하여라"(탈출 8,12). "하느님의 말씀대로 아론이 지팡이를 들어 땅을 치자 먼지가 모두 모기가 되었다"(탈출 8,13). "너희는 하늘로 눈을 들어라. 아래로 땅을 바라보아라. 하늘은 연기처럼 스러지고 땅은 옷처럼 해지며 그 주민들은 모기 떼처럼 죽어 가리라. 그러나 나의 구원은 영원하고 나의 의로움은 꺾이지 않으리라"(이사 51,6).

 

이사야 예언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빌론 포로가 되어 엄청난 고난을 받고 있지만 하느님께서 위로해 주시고 회복해주실 것이라고 예언한다. 땅에 사는 사람의 목숨은 하루살이 목숨 같지만 하느님의 구원은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모기는 하찮은 것들, 땅위에 있는 피조물의 대명사이다.

 

한 여름의 불청객 모기. 지구 온난화 현상과 주거 환경의 변화로 최근 들어서는 모기를 계절과 상관없이 만날 수 있다. 따뜻한 겨울, 아파트 지하실이나 하수구에서 사철 번식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 십 층 빌딩을 오르내린다. 처서(處暑)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얘기도 이제는 옛말이 된 것이다. 창조주께서 잠시 빌려주신 이 지구를 마음대로 훼손한 우리에게 하느님이 내리신 경고는 아닐까.

 

[평화신문, 2007년 4월 2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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