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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천지를 바로 알다: 신천지 탈퇴 신자, 보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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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0-13 ㅣ No.1483

[기획기사] ‘신천지’를 바로 알다 ④ 신천지 탈퇴 신자, 보람 씨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재수를 하거나 대학에 진학한 19-20세의 청년들이 신천지 포교의 집중 대상자라는 사실이 대구 신천지 코로나19 집단 감염 당시 질병관리본부(3월 1일자 기준, 20대 감염자 1,054명)의 통계로 드러났다. 이후 신천지의 35% 정도가 20대라는 얘기가 있었고, 대구의 경우 60%가 넘는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 사실을 입증하듯 보람(가명) 씨 또한 대학 입학을 앞두고 길거리에서 응한 설문조사로 인해 지난 3년 동안 신천지에서 활동했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3천 명이 넘는 청년들이 신천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Q. 신천지에는 어떻게 빠지게 됐나요?

 

대학 입학을 앞두고 가게 되었습니다. 길을 걷고 있는 제게 두 명의 신천지 교인이 설문조사를 핑계로 접근해왔습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저는 신천지에 대한 경각심이나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일을 하시는 그들을 도와드리자는 생각으로 설문조사에 응했습니다. 애초에 신천지가 무엇인지도 몰랐기에 반감조차 없었던 저는 추후 만남을 약속할 때도 의심없이 약속을 잡았고, 이런 만남이 거듭되면서 자연스럽게 친분과 믿음이 쌓여나갔습니다. 그후 신천지 교인들은 이 믿음을 이용해 성경을 배워볼 것을 권유했고 저는 그 길로 신천지 교육 기관인 센터에 들어가 신천지 교리를 배우고 3년간 신천지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Q. 그럼 학업과 신천지 활동을 병행한 건가요?

 

네, 저뿐만 아니라 20대의 대부분 청년들이 학교생활과 신천지 활동을 함께했고, 같은 대학 소속끼리, 예를 들어 경북대학교 부서, 영남대학교 부서 등 팀으로 조직되어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을 다니지만 대부분 학교 행사나 일정보다는 신천지 행사와 일정에 집중했습니다. 학교는 부모님이나 주변 친구들을 속이기 위한 도구 정도였습니다.

 

 

Q. 신천지에서 받았던 교육 등 활동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신천지의 문화부에 소속되어 활동했습니다. 문화부는 신천지의 수많은 부서 중 하나로 문화, 예술에 기반하여 신천지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또한 신천지의 큰 행사 연출과 공연, 소품, 디자인 등을 맡거나 전도활동에 쓰이는 팸플릿, 포스터 제작 등 여러 예체능 관련 업무를 합니다. 저는 공연 파트를 담당했는데 큰 행사가 있으면 동원되어 공연을 하거나 행사준비를 위한 잡다한 일을 했습니다. 행사가 없을 때는 틈틈이 전도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문화부의 전도활동은 각자의 특기를 살려 뮤지컬, 연극, 태권도 등의 동아리나 동호회로 위장하여 사람을 모으거나 소극장을 빌려 무료 티켓을 뿌려 공연을 하며 전도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Q. 청년들이 신천지에 빠지는 원인과 신천지에서의 그들의 역할, 그리고 활동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위장 동아리 운영에 참여를 하고 이벤트로 위장하는 등 꽤 많은 방법을 동원하지만 청년들을 포섭하는데 있어 가장 많이 쓰인 방법은 길거리에서 설문조사를 하는 척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이런 방법에 속아 신천지에 들어갔던 것이고요. 지금도 ‘왜 그때 순진하게 따라갔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지만 갓 대학에 입학해 세상 물정 모르던 스무 살의 저는 순순한 마음에 거리에서 일하고 있는 그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또래 친구들에게 어떻게 왔는지 물어보면 저와 같은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린 청년들이 신천지에 빠지는 이유는 솔직히 순진하고 착해서 거절을 못해 빠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또 교육기관인 센터에 가면 청년들끼리 소풍, 식사 등 여러 가지 즐거운 활동을 유도하며 친목을 도모하게 합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학교나 다른 곳에서의 인간관계보다 신천지에서 만난 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친해지면서 그들(센터 동기)을 따라 신천지에 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 신자였던 친구들은 신앙생활을 하면서 성경이나 종교에 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던 것을 신천지를 통해 해결받는 느낌을 받아 계속 있는 청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신천지에 청년들이 많은 이유는 신천지는 다른 연령대보다 활동적이고 젊은 청년들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세뇌시키며 존재감을 줍니다. 그리고 청년 대상 전도활동이 아주 많고 또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이끌고 활동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청년들이 많았고, 제가 활동하던 당시 대구지파에 속한 청년이 3천 명을 훌쩍 넘겼을 정도였습니다.

 

 

Q. 신천지에 속해서 얼마나 활동했고 탈퇴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2017년부터 2020년 5월까지 있었습니다. 처음 1년 간은 의심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것이 이만희 총회장 중심이고 제가 하느님의 자녀이기보다는 신천지의 부속품으로 여겨지면서 의심이 생겼지만 신천지의 거듭된 세뇌, 인간관계의 차단 등으로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없었습니다. 또 온갖 심증만 난무한 가운데 확실히 아니라는 증거를 찾지 못해 ‘혹시나’ 하는 불안감으로 인해 한동안 신천지를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드러난 신천지의 모순되고 반인륜적인 모습을 봤고 부모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무사히 신천지를 탈퇴 할 수 있었습니다.

 

 

Q. 신천지를 탈퇴하는데 있어 무엇이 도움이 됐나요?

 

휴학을 하면서 자취방을 부모님과 함께 정리할 때 신천지에서 사용한 노트를 보고 알게 되신 부모님은 그때 화를 내고 다그치시기보다는 저를 믿고 이해해주시며 신천지와 종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이때 신천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앙생활과 종교가 무엇인지, 하느님에 대해서 제가 오해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고쳐나가기 위해 어머니의 주선으로 교구 유사종교담당 신부님을 만나 깨우치고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듣기 위해 공부하고 있으며 하느님 곁에 머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신천지에 대해 신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3년간 신천지에서 생활하고 깨달은 것은 신천지의 전도방식이 너무도 무궁무진하고 악랄하다는 것입니다. 설문조사처럼 이제 유명해진 전도방식도 있지만 동아리, 동호회와 실제 친구를 이용한 전도, 이벤트에 당첨된 것처럼 꾸며 접근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방식이 존재하고 또 앞으로 어떤 수법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어떤 방식으로 신천지 교인들을 접하고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교구에 의해 정식으로 공인된 곳이 아니라면 어떤 성경 공부든 의심을 하고 본당 신부님과 수녀님, 가족들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3년의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이 인터뷰 기사를 읽는 분들은 항상 조심하시고 마음을 잘 지키셔서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보람 씨 같은 어린 청년들이 왜 신천지를 비롯하여 유사종교에 빠지고 있는지 교회도 사회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과 방법을 찾으며 고민해야 할 시점에서 교회는 청년들이 ‘무엇이 하느님 안에 사는 것인지’ 분별할 수 있는 영적인 건강함을 키울 수 있게 함께 노력해야겠다.

 

[월간빛, 2020년 10월호, 취재 김선자 수산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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