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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유사종교의 도전 앞에서: 유사 종교에 빠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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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8-18 ㅣ No.1009

[경향 돋보기 - 유사 종교의 도전 앞에서] 유사 종교에 빠진 사람들

 

 

유사 종교에는

 

몇 년 전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로 흔하게 만날 수 있었던 대순진리회는 요즘 “복이 많아 보이십니다.”로 말을 건넨다. 재림 예수를 자처했던 안산홍의 사후 ‘여자 하나님’ 교리를 들고나온 ‘하나님의 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는 성경의 난해한 부분에 대해 설문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여, 가정이라는 개념으로 주부들을 겨냥한다. 여신도 성추행으로 10년 형을 선고받은 교주의 오랜 복역에도 ‘기독교복음선교회’(JMS)는 다양한 문화와 모델, 치어리더, 재즈 등을 알려 주는 활동을 통해 청소년층까지 겨냥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 교회 역사상 유례없이 특정하여 ‘조심합시다!’는 경계령을 내리고 있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2017년 신도 수는 17만 2,000명으로, 2014년 한 해만 해도 십만 명에 가까운 수가 신천지 ‘복음방’ 공부를 하고, 이중 4만 명가량이 신학원에 입학하여 2만 명 정도가 입교를 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당시 지파별 세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이 무려 29.3%의 증가율을 기록하였고, 광주 · 전남은 3,777명(18.2%)으로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나타났으며, 광주 지역 가톨릭 성인 입교자 수를 웃도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렇듯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천지로 말미암은 피해는 심각한 종교 ·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유사 종교들은 지금이 종말의 때이고, 구원자는 자신들의 종교를 만든 자이며, 한국은 그 역사가 이루어지는 땅이라 주장한다. 오직 자신들만이 구원받아 이 땅에서 죽지 않고 복락을 누릴 것이며, 세계사는 한국이 주도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동방 교리’와 ‘삼시대론’으로 그 사상의 핵심은 종말론이며, 거기에 강한 민족적 소명 의식이 더해진다.

 

이들은 이적이나 은사 집회 등으로 신자를 모으던 지난날과 달리 경전을 가르치며 신도를 모은다. 특정일을 지칭하여 종말이 온다고 주장하던 것에서 ‘144,000’과 같은 조건 시한부 종말론으로 바뀌었다. 저학력과 저소득층이던 신도들도 고학력과 고소득층으로, 신도 가운데 청년의 비중도 날로 높아져 간다.

 

지면상 모든 유사 종교의 사례를 하나하나 나열하기 어려우므로, 여기서는 신천지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신천지 신자가 되는 데는 반드시 다음의 과정을 거친다.

 

 

섭외 단계에서는

 

신천지 포교의 특징은 지인을 통하든 노방(가두 선교)이든 신천지임을 절대 밝히지 않으며, 직접 전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인을 통한 경우에도 이미 대상자에 대한 신상 정보를 모두 확보해 놓고 친분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다가 바자회나 일일 찻집, 세미나 등 다양한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 영어, 다이어트, 캘리그라피, 명리학, 십자수 놓기, 천연 비누 만들기, 수지침 등 각종 모임으로 연결한다. 거기서 자연스럽게 성경 공부로 유도한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전도하는 데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요즈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무료 심리 상담이다.

 

김 도미니카 씨(39세, 수원)는 유치원생 아들을 둔 엄마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친절하게 말을 건네던 옆 동 아기 엄마가 연락처를 주었다. 친분 관계를 유지하다 바자회에 초대받고 초등학교 교사라는 여자를 소개받아 유다인 학습법인 ‘하브루타 교육’을 하다가 성경 공부로 인도되었다. 석 달 뒤, 아내가 하는 공부가 신천지 성경 공부인 줄 알게 된 남편이 눈물로 만류했지만 이미 남편의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였다.

 

윤 유스티나 양(26세, 대전)은 연락이 뜸했던 친구로부터 연락을 자주 받고 만나다 친구와 함께 경품 행사에 참여, 2등인 무료 심리 상담권에 당첨되어(모두 2등만 당첨되게 되어 있다.) 성경 공부를 하게 되었다.

 

소그룹 성경 공부(복음방)는 마쳤으나 하루 세 시간씩 주 4일 동안 하는 성경 공부(신학원)가 부담스러워 망설이던 윤 양은 친구의 제안으로 타로 점을 보러 갔다. 그곳에서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계속하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7개월 과정의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윤 양은 2년이 지나서야 가족에게 발각되었다.

 

낯선 사람에 대한 포섭 또한 마찬가지이다. 길거리, 지하철, 서점, 대형 상점, 문화 센터, 도서관, 카페 등에서 스트레스 지수, 우울증 테스트 등 다양한 설문 조사나 인터뷰 또는 재능 기부 등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한 뒤 상대방에 대한 정보나 연락처를 확보하고, 2차 만남으로 이어 가며 친분 관계를 형성한다. 또 인터넷 매체나 모바일을 통해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나 프로그램 등을 들어 청년들에게 관심이 높은 연애 정보와 취업에 대한 설문 조사 등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이렇듯 신천지의 접근은 다양하다. 이 외에도 자기 계발 특강, 연애 특강, ‘힐링’ 상담, 성격 유형 검사, 도형 상담, 음악 치료, 미술 치료, 각종 교육, 동호회,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이용한 방법이 있으며, 언론사나 조사 기관, 봉사 단체, 사회 단체 등을 사칭하기도 한다.

 

 

복음방 단계에서는

 

7개월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성경 공부를 할 마음을 먹게 만드는 과정으로 일대일 또는 소모임으로 진행된다.

 

서울 강남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 루치아 씨(53세)는 성당에서 봉사하다 알게 된 자매로부터 OO본당 레지오 단원이라는 자매를 고객으로 소개받는다. 그 뒤 그 고객은 친분 관계를 유지하면서 레지오 단원 여럿을 이 씨의 사업체로 데려왔다. 마침내 이 씨는 그들과 함께 성경 공부를 하였다. 개신교 성경이라 좀 이상했지만 레지오 단원들과 함께하는 것이라서 신학원 단계 두 달이 되도록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친분이 있던 수녀님을 통해 자신의 성경 공부가 신천지 공부임을 알았다.

 

 

신학원 단계에서는

 

자신들이 하는 공부가 신천지 성경 공부인 줄 알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천지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하게 되는 것이 신천지 성경 공부이다. 철저한 ‘입막음’과 밀교 교리로, 설령 중간에 신천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이를 완강하게 부인하거나 “말씀은 맞는 것 같지 않으냐?”며 끝까지 듣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수강생의 절반은 수강생으로 위장한 신천지 신도들로, 이들은 짝꿍과 바람잡이 역할을 하며 입교하기까지 수강생들을 관리한다.

 

① 초등 과정 - 비유 풀이를 통한 미혹 교리 단계로, 이 시기에는 흔히 기도가 안 되는 증상을 호소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가 신천지 성경 공부임을 알기만 해도 스스로 나올 수 있는 때이다.

 

② 중등 과정 - 성경 공부 네 달쯤 되면 더 이상 스스로 논리를 전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정체를 밝혀도 떨어지지 않을 이때쯤 신천지는 자신들의 정체를 밝힌다. 그리고 세상이 잘 알지 못해 신천지를 나쁘게 이야기한다며 지금 말고 다 듣고 나서 알아보라고 한다.

 

신천지를 모르거나, 들어 봤다 하더라도 그동안 공부한 비유 풀이를 통한 성경 해석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실제 겪어 보니 신천지 신도들은 너무 착하고 친절하며,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란 생각에, 이단이나 사이비에 빠지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편견이 깨진다. 그래서 더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거나 다 듣고 나서 자신이 판단할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계속 성경 공부에 참여한다. 스스로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대화가 가능하며, 가족의 권유를 받아들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때이다.

 

구청 공무원인 박 안드레아 씨(33세)는 업무상 알게 된 동네 통장과 사회 취약 계층에 봉사하는 자매가 교우라는 사실에 아무런 의심 없이 자주 어울렸고, 이들과 성경 공부를 하게 되었다. 신천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갈등을 하다 상담소를 찾았고, 신천지를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성경 구절을 이용한 갖은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

 

③ 고등 과정(계시록) - 이른바 계시록의 실상이라는 것을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로 제작하여 성경과 함께 가르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이르면 이미 상담받기를 거부하고, 가족과 힘든 실랑이를 벌인 끝에야 상담소에 오게 된다.

 

 

입교 단계에서는

 

비로소 신천지 성전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때 혹시 있을 수 있는 가족의 강제적인 상담에 대비해 신천지 측에 ‘신변 보호 요청서’(동영상)를 제출하게 되어 있다. 교주 신격화와 세뇌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한 달간의 ‘새 신자 과정’을 마치면 본격적인 포교활동에 투입되어 이제 피해자에서 가해자의 신분으로 바뀐다.

 

이 단계에 이르면 ‘알아보는 것’은 선악과를 먹는 행위로 여긴다. 그래서 영이 죽는다고 믿어 절대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으며 교육받은 지침대로 움직이게 된다. 상담을 받으러 가자는 가족의 말에 도망치려고 아파트 9층에서도 뛰어내릴 만큼 상담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한다. 그 때문에 입교 뒤에는 강제적으로 해야 상담이 가능한 상태지만 가족이 포기하지 않으면 회심이 가능하다. 가족 안에서도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활동하기 때문에 가족의 발견이 매우 늦고, 잘못된 대처로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피해자와 그 가족은

 

신천지에 빠지면 자신이 왕 같은 제사장이 되어 이 땅에서 육체가 영생할 것이라는 헛된 믿음과 임박한 종말론에 빠진다. 학업을 도외시하거나 가정을 내팽개치고, 하느님 나라를 자신들의 손으로 완성한다는 일념에 오직 144,000이라는 수를 채우는 전도에 매진하는 자녀나 그런 배우자를 보는 심정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피해 가족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전에는 착했던 아들이나 유순하기 그지없던 아내가 신천지 신앙을 반대하는 가족을 마귀로 보고, 영이 다른 육적 부모나 육적 남편으로 여기며 자신을 핍박하는 원수로 대하는 모습이다. 그 앞에서 가족은 기가 막힌다.

 

4-5년 전에는 신천지에 빠진 아내를 비관한 남편이, 3년 전에는 한 어머니가 자살하였다. 남편과 사별한 뒤 16년간 야채 행상을 하며 키운 두 남매가 신천지 신앙을 반대하자 가출하면서 남긴 말은 바로 ‘육적 부모’라는 말이었다. 이렇듯 불통과 단절에서 오는 무력감과 절망감은 폭력과 가출, 이혼, 자살과 살인이라는 황망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유사 종교는 사람의 인생과 영혼을 유린하고 인성을 파괴한다. 특히 신천지 문제는 이성과 상식, 애정으로 호소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 신천지 성경 공부를 하다 자의든 타의든 천만다행으로 그만둔 경우라 하더라도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하려면 배웠던 신천지 교리에 대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 피해 사례에서 보았듯이 신천지의 접근은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예를 모두 열거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그 끝은 반드시 성경 공부로 연결되어 있기에 성경 공부를 가톨릭교회 밖에서만 하지 않는다면 신천지에 빠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 이승혜 카타리나 - 한국천주교유사종교대책위원회 연구 위원으로 신천지 상담사다.

 

[경향잡지, 2017년 8월호, 이승혜 카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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