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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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도서 복음의 기쁨, 찬미받으소서 - 신선한 사목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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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3-13 ㅣ No.60

[도서칼럼] 도서 ‘복음의 기쁨’, ‘찬미받으소서’


신선한 사목적 상상력

 

 

2013년 7월 저는 이탈리아에 있었는데, 7월 8일 자 어느 뉴스에 깜짝 놀랐습니다. 선출된 지 몇 달 되지 않았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람페두사라는 섬을 방문한 것입니다. 저는 그 섬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으로도 알려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아래, 아프리카 가까이 있는 작은 섬(한국으로 치면 제주도 아래 마라도 같은 곳!)으로,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 밀항선을 타고 유럽으로 오는 관문이며 항해 도중 많은 이가 목숨을 잃는다는 것도….

 

교황님은 거기에서 미사를 주례하면서, 하느님이 아담과 카인에게 했던 물음을 전 세계인에게 던졌습니다. “아담아, 너 어디 있느냐?” “네 아우가 어디 있느냐?” 한편에서는 막대한 부와 안락함을 향유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가족의 나은 미래를 위해 이주하다가 죽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물음입니다. ‘무관심의 세계화’ 속에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갖고 우는 능력을 상실한 현대인에게 회심을 촉구하는 물음입니다.

 

교황님의 람페두사 방문에서 무엇보다 놀란 것은, ‘별 볼 일 없는’ 섬을 교황님이 로마 밖 첫 사목 방문지로 삼았다는 사실입니다. 로마에서 보면 땅끝 마을을 방문한 셈입니다. 제가 교황이라면 ‘어디를 첫 방문지로 택할까?’ 자문해 보았습니다. 제 사목적 상상력 속에 떠오르는 곳은, 많은 신자와 사제가 있고 여러 교황을 배출한 밀라노,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의 중요한 대교구였습니다. 제가 관행과 전통을 답습하는 진부한 상상력으로 행동한다면, 교황님은 ‘시골 처녀’ 나자렛 마리아를 선택하는 하느님의 신선한 상상력으로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교황님의 사목 방문지나 새로 임명하는 추기경의 출신지는 제 상상을 뛰어 넘었습니다. 이른바 변방을 방문하고 변방에서 적지 않은 추기경을 임명했습니다. 이런 행보는 선출 당시 교황님에게 던져진 과제를 배경에 두고 보면 더 새롭습니다. 교황님은 교회 공신력의 추락을 낳은 아동 성학대에 대한 대응과 방지, 그리고 바티칸의 개혁이라는 긴급한 두 과제를 안고 선출되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이를 위해서 꾸준히 사목적, 제도적 정비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람페두사 방문으로 표상되는 교황님의 행보는, 교회의 초점을 현안 문제가 아니라 본연의 사명에 두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신선했습니다. 키워드 두 개로 말하면, ‘변방’과 ‘여정을 함께하기(시노달리타스)’ 즉 변방으로 나가서 현대인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를 위로하는 교회, 성직자 중심의 교회가 아니라 세례받은 모든 이가 함께 사명을 수행하는 교회가 되도록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3월 13일은 교황 즉위 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교황님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대체로 영화 <두 교황>을 통해 얻는 이미지인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영화이지만 평면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기회에 교황의 회칙 『복음의 기쁨』이나 『찬미받으소서』 또는 교황님 전기를 읽어보면 어떨까요? 신선한 상상력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2023년 3월 12일(가해) 사순 제3주일 서울주보 7면, 김우선 데니스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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