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그리운 테오도라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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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11 ㅣ No.468

[레지오 영성] 그리운 테오도라를 생각하며...

 

 

처음 사제품을 받고 서울의 변두리 본당에서 첫 번째 보좌신부의 삶을 살게 되었다.

 

청년 시절과 신학생 시절에도 보지 못하였던 소년 레지오가 그 본당에는 있었다. 그 당시 중고등부 미사는 토요 주일미사(특전미사)에 있었고, 소년 레지오 주회는 주일 오전에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흔히 보좌신부가 하는 일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청년 및 본당의 전례를 맡아서 한다. 그래서 본당 꾸리아 소속의 소년 레지오를 바쁜 가운데 가끔 그 방에 들르곤 했었다.

 

다른 학생들은 지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테오도라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기억은 본당을 떠난 지 10년이 지나서 예수살이 공동체에서 청년 테오도라를 만나서 다시 확인되었다.

 

초롱초롱하면서 차분하게 묵주기도를 하던 한 학생, 지금은 단양 산위의 마을에서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여전히 작고 아담한 모습으로 그곳에서 공동체적 삶을 굳건히 살아가고 있다. 예수살이 공동체의 주보성인이 성모님이시니까 아마도 테오도라가 어릴 때 믿고 따랐던 레지오 마리애의 기도와 봉사 그리고 규칙이 삶의 연장선 안에서 계속 이어졌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이 신앙의 열매를 맺어 지금까지 지내는 것이리라.

 

 

청·소년이 외면하는 신심단체라면 함께 고민해봐야

 

그런데 그 뒤로 본당을 옮길 때마다 한 번도 마주쳐 보지 못한 것이 소년 레지오 쁘레시디움이었다.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한때 의정부교구 레지아 담당사제로 있을 때 레지아 4간부들이 교구 레지오 마리애 활성화의 일환으로 늘 이야기하던 소년 레지오 쁘레시디움과 청년 레지오 쁘레시디움을 이제는 현실 속에서 거의 찾을 수 없는 시절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더 예전의 어린 테오도라가 그립고 본당에서 적게나마 있었던 소년 레지오와 청년 레지오 쁘레시디움이 그리워진다.

 

신심단체는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늘 시대의 징표를 잘 보아야 한다.

 

본질은 성모님께 대한 공경에서 출발하지만 그래도 레지오 마리애가 가지고 있는 색깔은 한국교회 안에서 큰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고, 지금도 각 공동체 안에서 어렵게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현재이며 미래인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외면하는 신심단체라 한다면 그것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마음을 모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레지오 마리애가 한국교회 안에서 잘한 것과 잘못한 것에 대해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 본다. 수적으로는 늘어나 있지만 자세히 들어다 보면 너무나 어려운 현 상황 속에서 레지오 마리애 식구들이 마음을 모아 새롭게 변할 수 있는 용기를 청해 본다.

 

그래서 저의 후배 사제들도 테오도라와 그 또래들을 저처럼 처음부터 현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야 후에 본당신부가 되어서도 좀 더 친숙한 관계가 형성되고, 서로 이해의 폭이 깊어져 연대의 사목을 꽃 피울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왜냐하면 본당의 두 축은 소공동체 활동과 신심단체 활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려운 삶의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해 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마음을 이 지면을 통해서 드린다. 사목자와 함께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복음화를 이끄는 아름다운 레지오 마리애 식구들이 되시길 기도드린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8월호, 이정훈 클레멘스 신부(의정부교구 신곡2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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