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샤르트르 대성당 아름다운 유리의 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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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5-14 ㅣ No.254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15) 아름다운 유리의 성모


붉은색과 푸른색 유리로 표현된 천상의 모후

 

 

- ‘아름다운 유리의 성모’ 부분, 13세기, 샤르트르, 프랑스.

 

 

중세 스테인드글라스를 이야기하면서 샤르트르 대성당의 많은 스테인드글라스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성모자상’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아름다운 유리의 성모’(Notre-Da me de la Belle Verrire)라 불리는 이 창에는 중앙 상단에 성령의 비둘기와 함께 성모자상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성모자상 좌우로는 분향(焚香)하는 천사들이 에워싸고 있고, 아래에는 성모님을 떠받치고 있는 네 천사가 붉은색 배경에 놓여 있다. 이어지는 작품 하단에는 예수님의 첫 기적인 카나의 혼인 잔치, 예수 그리스도께서 받으신 세 유혹이 표현돼 있다. 하나의 패널이지만, 성모자상은 12세기(1137년 이전)에, 그 나머지는 13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이다. 그리고 성모의 얼굴 일부 등과 같이 19세기에 복원된 부분들도 있다.

 

샤르트르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샤르트르의 블루’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유독 푸른색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특히 이 패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는 성모님을 상징하는 푸른색이 작품 중앙부에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위엄있는 자태로 옥좌에 앉은 천상의 모후로서 표현된 성모 마리아의 모습은 붉은색과 푸른색 유리로 뒤덮인 보석과도 같은 창을 더욱 기품 있게 보이게 해주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유입되는 빛은 성모 마리아의 신비로운 잉태와 비교되곤 한다. 즉 흠집 없이 유리를 관통하는 빛의 이동은 성령을 통한 성모 마리아의 기적적인 잉태에 대한 중세의 특징적인 이미지로 해석되었다. 독일의 미술사학자 마이어 샤피로(Meyer Schapiro)는 자신의 글 ‘마귀 잡는 쥐덫- 메로드 제단화의 상징주의’(Muscipula Diaboli : The Symbolism of the Mrode Altarpiece)에서 스테인드글라스가 중세의 ‘유비’ 개념과 ‘빛의 미학’을 수용하는 데 얼마나 적절한 매체인지를 설명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한 빛의 경로는 성모 마리아의 기적적인 잉태의 은유로서 도입되어 당시 라틴어나 지역 방언으로 기록된 시, 신비주의 문학, 찬송가, 전례극 등에 되풀이되어 등장하고 있다.

 

태양의 광선이 창을 통해 지나감에도

반투명의 유리는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아니 더욱 섬세하게

티 없이 깨끗한 어머니

하느님, 그 하느님의 아들은

그의 신부로부터 오시네. <마이로 샤피로 논문 발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 가운데서 빛이 유리를 투과하듯이 그 어떠한 흠집도 남기지 않고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중세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가난한 자의 성경이자 빛으로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 성모 마리아의 기적과도 같은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를 대변해주고 있기도 하다. 

 

“말씀이 곧 참 빛이었다”는 성경구절을 되뇌며 스테인드글라스의 진정한 역할과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평화신문, 2016년 5월 8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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