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강론자료

2023-04-16.....부활 제2주일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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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23-04-15 ㅣ No.2378

                                                부활 제2주일 (가해)

사도행전 2,42-47 베드로11,3-9 요한 20,19-31

2023. 4. 16.

주제 : 나는 자비를 어떻게 드러낼까?

오늘은 하느님의 자비주일로 기억하는, 부활 후 팔일간 축제일에서 만나는 주일입니다.

 

오늘 자비의 주일로 말하는 표현에서, 자비(慈悲,=남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김)는 불교에서 많이 쓰는 표현이고, 같거나 비슷한 의미로 그리스도교교회의 신앙공동체에서는 사랑(=아끼고 베풀며 따뜻하게 여기는 마음.)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씁니다. 자비라는 표현을 불교에서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그리스도교인으로 사는 사람들이 쓰지 말아야 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사람이 쓰는 낱말에 한계가 있고 부족하니 그 표현을 사용에 따라서 구별하는 것일 뿐입니다.

 

굳이 사용을 구별하자면, 사랑은 몸으로 드러내는 행동을 더 많이 가리킨다고 할 것이고, 자비는 몸으로 행동하기 전, 마음의 준비나 보이지 않는 마음을 표현하는 용어일 수도 있습니다. 자비나 사랑이라는 말은 어떤 표현이든지 그것이 만들어내는 효과가 자신에게 머물지 않고 다른 대상에게 좋은 영향을 만든다는 뜻을 담은 표현입니다.

 

오늘 주일의 이름에서 쓰는, ‘하느님의 자비는 행동으로 드러나면서 사람이 다시 하느님께 뭔가를 바쳐야 할 대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무엇인가 사람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을 베푸셨으니, 그 대가를 계산해서 사람이 하느님께 갚아야 한다고 사람에게 요구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교회공동체에서 말하는 기본 정신이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깁니다. 하느님을 사람이 드러내는 모습처럼 옹졸한 하느님으로 만들기도 하고, 내가 하느님께 합당한 제물을 바치지 않았다고 해서 내 삶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상상하면서,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사람인 내가 하느님께 무엇인가를 갚아야 한다고 여기면서 실수를 범합니다. 내가 하느님께 무엇을 드려야 할까요? 내가 하느님께 무엇을 내놓아야 하느님께 만족하시고 나에게 벌을 내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습니까?

 

내가 받았으니 무엇인가를 되갚아야 한다는 것은 세상의 논리이고 거래관계에서 통용되는 소리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표현으로 '원금을 빌려주고 권리로 생각하는 이자를 받을 권리'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무엇인가를 무상으로 받았다고 그대로 인정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인정하는 사람이 적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내가 하느님께 갚아야 하는 것이 하느님께서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 일을 교회가 자기의 이름을 앞세워서 하고 있다는 뜻이니 사람들이 드러내는 마음은 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신앙의 이름을 앞세워서, 중요한 물질인 돈을 내게 하고 사람들이 봉헌한 그 재물을 개인적으로 착복(着服)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세상에서 그렇게 일어나는 일에 관하여 우리가 판단해도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드러내는 삶의 태도가 바뀌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가 올바른 태도를 드러내도록 기도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겠지만, 하느님의 앞에서 그가 해야 할 일도 분명히 생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를 베푸셨고 사랑을 베푸셨는데, 그 자비와 사랑을 입은 사람이 세상에 드러내야 하는 올바른 행동은 무엇이겠습니까? 내가 피와 땀을 흘려서 번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상으로 내어놓아야 할까요? 그럴 때 드러내는 마음은 매우 중요합니다. 내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내어놓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삶에서 드러낼 자비와 사랑의 모습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사도행전에서 표현하는 대로라면, 내가 벌어들인 것이지만 나의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나누는 방법입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많이 볼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복음에서 들은 말씀대로라면, 반드시 눈과 손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진짜로 믿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삶의 자세를 갖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자비를 입은 사람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평화를 받아서 나만 누릴 생각을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주고, 내가 나누는 힘으로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평화의 열매가 생기도록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 세상에서 바르게 사는 방법은 보지 않고도 믿는 힘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이웃에게 좋은 열매로 드러나도록 하는 일입니다.

 

하느님, 저희가 눈으로 보지 않고도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올바른 믿음을 드러낼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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