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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참 포도나무이신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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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10 ㅣ No.268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참 포도나무이신 그리스도

 

 

- ‘참 포도나무이신 그리스도’, 16세기, 비잔틴 미술관, 아테네, 그리스.

 

 

이 이콘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발씻김예식을 마치신 후 당신의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그 근거로 하여 제작됐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모조리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많은 열매를 맺도록 잘 가꾸신다.”(요한 15,1-2)

 

포도는 가나안 땅에서 밀과 보리, 무화과와 석류, 올리브나무와 대추야자와 함께 축복받은 7가지 식물 중 하나였다. 성경을 보면 사람이 처음으로 재배한 식물이 포도나무로 나오는데(창세 9,20) 노아는 자신의 식구들과 함께 홍수가 끝난 뒤에 농업을 시작하면서 포도나무를 심었다. 또 신약에 예수께서 갈릴리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첫 번째 표징으로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을 행하심으로써(요한 2,1-11), 포도나무는 구원(해갈)의 기쁨을 드러냈다. 예수께서는 최후의 만찬에서도 포도주를 빵과 함께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는데, 이는 구속사의 완성을 말한다(마태 26,27-29).

 

이러한 그리스도 참 포도나무의 형상은 15세기에 그리스의 크레타와 아토스 산에서 처음 나타나기 시작했다. 1453년 이슬람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후 수많은 그리스의 예술가들이 여러 나라로 망명함으로써 다양한 지역에 소개되기 시작해 16~17세기에는 유럽 전역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 이콘은 성 만찬의 신비를 잘 드러내주기 때문에 사제들과 주교들의 제의에도 자연스럽게 수놓아졌다.

 

그리스도는 포도나무의 갈라진 가지에 앉아있고, 자신의 무릎에 복음서를 펼쳐 얹고 있다. 또한 양팔은 들어 올려 축복을 주고 있다. 예수께서 앉아 계신 포도나무에서는 12개의 가지가 뻗어 나와 있는데, 그 각 가지에는 싱싱한 푸른 포도 잎과 포도 열매가 달려 있고, 그 각 가지에는 열두 사도들이 앉아 있다.

 

왼쪽 위에서부터 사도 베드로와 마르코, 요한, 안드레아, 시몬 그리고 토마가 그려지고 오른쪽에는 사도 바오로와 마태오, 루카, 야고보, 바르톨로메오 그리고 필립보가 그려져 있다. 이들 사도들의 머리 주위에는 후광을 그리고, 그 주위에 각 사도들의 이름을 약자로 써 놓아 각기 어떠한 사도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사도들은 책이나 두루마리를 들고 있는데, 성령 강림 이콘에서와 마찬가지로 신약에서 사도들이 저술한 글의 양과 중요성에 따라 책과 두루마리로 나눠 묘사했다. 즉 베드로는 서간만 남겼기에 두루마리를 들고 있는 반면 바오로는 여러 편의 글을 신약에 남기고 있어 책을 들고 있게 했다.

 

열두 사도는 아니지만 마르코와 루카도 함께 묘사했는데, 이들은 책을 든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유형의 이콘은 때로 중앙의 예수의 머리 위로 하느님 아버지와 성령의 비둘기를 함께 묘사해 삼위일체의 신비를 함께 드러내주기도 한다.

 

* 장긍선 신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6년 7월 10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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