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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ㅣ순교자ㅣ성지

[순교] 순교자 현양 문화 콘텐츠 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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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8-31 ㅣ No.1147

순교자 현양 '문화 콘텐츠' 개발하자


일반 대중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연극ㆍ오페라 등 기획 바람직



8월 23일 발표된 제3회 가톨릭미술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은 오정석씨의 '순교자의 길(Martyrs of the road)'<사진>이 차지했다. 십자가에 125위를 상징하는 형구로서의 '칼' 125개를 배치, 순교의 길을 선택한 순교자들을 시각화했다. 박해 속에서도 복음을 증거함으로써 참다운 생명의 길을 걷고자 했던 의미는 십자가를 떠받치는 푸른 반석으로 형상화했다. 요란하게 솜씨를 부리지도 않았고 직설적으로 피를 흘리는 모습을 형상화하지는 않았지만, '칼'이라는 상징을 통해 순교자들의 삶을 호소력있게 표현했다. 소재는 자연석과 나무만을 활용했다. 작품 크기는 가로, 세로, 높이가 130×200×120㎝다. 사진 제공=서울대교구.
 

순교자성월(9월)을 맞아 한국교회 순교자 현양운동을 활성화하려면 공감대를 자아낼 수 있는 참신한 '문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평신도에 의해 자발적으로 세워진 교회이자 200년 박해 역사와 더불어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음에도, 여전히 순교자들 신앙과 삶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비해 개신교는 문화 콘텐츠와 관련, 한류가 신앙전파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논문 모음집 「한류로 신학하기-한류와 K-Christianity」(동연)를 최근 발간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교 역시 문화 콘텐츠를 통한 전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3년간 전국 성지 안내자로 봉사한 서울평협 조기연(마르티노) 부회장은 "한국 순교자 중에는 일반 대중도 공감할 수 있는 참신한 소재가 많다. 교회가 적극적 투자로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한 연극과 오페라 등 다양한 문화 및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요즘 본당에서 각종 영성교육은 많이 하지만, 순교자 영성에 대한 교육은 별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한국 순교자 영성에 관한 교육이 많이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순교자들 삶과 신앙을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 삶으로 반드시 재해석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순교자 이야기를 단순히 옛이야기로만 여겨 '그땐 그랬지' 하고 만다면 고전에 머물고 말지만, 이를 시대 흐름에 발맞춰 재해석하면 시대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중파 방송사가 세종대왕과 정조, 이순신 등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꾸준히 사극을 제작하는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는 "125위 시복시성 대상인 백정 황일광(시몬) 이야기는 우리 사회 소외계층이나 비정규직 차별 문제로 재해석할 수 있고, 동정부부 이야기는 성(性)이 상품화되고 있는 시대를 향한 일침이자, 부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순교자들이 가진 순교 이야기는 어마어마한 '문화원형'이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문화원형이 매우 풍부한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그러면서 "호남오페라단이 제작한 '루갈다'가 2014년 로마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를 예정이고, 이태석 신부 생애를 다룬 뮤지컬이 9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며 "우리가 가진 이야기를 문화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류 열풍'도 활용할 수 있다. 한류를 통해 해외 현지 신자들에게 한국 순교성인 삶과 신앙을 전한 성공적 사례도 나오고 있다. 1998년부터 에콰도르와 파라과이 등 중남미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는 박효원(도로테아, 46, 과테말라교구)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아졌다"며 "한류 덕분에 '다가가는 선교'에서 '기다리는 선교'로 선교 양상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월드컵 이후 겨울연가 등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고, 강남스타일 등 케이팝(K-pop) 열풍이 불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는 물론 한국교회와 순교자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고 전했다. 한국 사제가 지은 과테말라 현지 성 김대건본당 청년들은 몇 해 전 본당 수호성인인 김대건 신부 축일에 스스로 대본을 만들어 김대건 신부 생애에 관한 연극을 제작했을 정도다. [평화신문, 2013년 9월 1일, 이힘 기자]

 

 

순교자들 삶, 우리 삶으로 비춰보면



 - 최양업 신부의 어머니 이성례 마리아.



21세기를 사는 신앙인들에게 무작정 "한국교회 순교자 삶을 본받으라"고 한다면,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 문화 콘텐츠 시대를 맞아 순교자들의 삶과 신앙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는 "한 대학 교수는 '한국에 이런 순교자가 있었나. 이 이야기는 (천주교)신자뿐 아니라 국민이 모두 알아도 좋겠다. 한국교회가 문화 콘텐츠화에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며 순교자들 삶과 신앙을 '스토리화'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순교자들 가운데에는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면 귀감이 될 수 있는 이야기가 참 많다. 최경환(프란치스코) 성인 아내이자, 한국의 두 번째 사제 최양업(토마스) 신부 어머니인 이성례(마리아, 1801~1840)는 1839년 기해박해 때 젖먹이 아들 스테파노와 함께 감옥에 수감돼 갖은 문초를 당한다. 형벌로 팔이 부러지고 살이 너덜너덜해졌으나 용감하게 신앙을 증거한다. 그러나 젖이 나오지 않아 막내아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흔들려 집에 돌아간다. 그 뒤 최양업이 신학생으로 선발돼 중국에서 유학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다시 체포돼 용감히 순교한다.

젖먹이가 더러운 옥에서 굶는 것을 보고 한 번 배교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모성애는 우리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통적 효(孝) 사상이 사라져가고 있고,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쉽게 낙태를 생각하기도 한다. 신문 사회면에는 부모가 자녀를,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등 반인륜적 범죄 기사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런 때일수록 이성례가 보여준 절절한 자녀 사랑은 우리 시대를 향한 '작은 울림'이 된다.

성폭력과 성매매 등 각종 성 관련 범죄가 만연해 있고 이혼 증가 등으로 참된 부부의 의미가 퇴색해가는 요즘, 동정부부 유중철(요한, 1779~1801)ㆍ이순이(1782~1802, 루갈다)의 삶은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 신앙을 위해 동정의 삶을 꿈꾸던 부부는 1797년 10월 혼인하고, 부모 앞에서 동정서약을 한다. 평생 오누이처럼 살 것을 다짐한 것이다. 이순이는 남편이 서약을 어기려는 유혹에 빠질 때마다 기도와 묵상으로 극복하도록 도와줬고, 결국 신유박해 때 차례로 순교한다.

이들이 보여준 삶과 신앙은 '어떠한 유혹도 신앙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감각적인 것과 쾌락적인 것을 추구하고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신자들에게 유혹이 닥칠 때마다 신앙인임을 자각하고,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면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신앙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이다.

충청도 홍주(현 홍성) 출신 순교자 황일광(시몬, 1757~1802)의 삶에서는 우리 시대 차별로 고통받는 이들과 소외계층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천민 출신인 황일광은 생전에 "나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너무나 점잖게 대해 주니, 천당은 이 세상에 하나가 있고, 후세에 하나가 있음이 분명하다"는 말을 남겼다.

당시 천민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하느님을 알게 된 뒤 양반, 중인 할 것 없이 자신을 하느님 자녀로서 동등하게 대해주는 것을 보며 하늘나라가 이 세상에 하나가 있고, 죽어서 갈 하늘나라가 하나 더 있다고 말한 것이다. 천한 신분에도 그를 애덕으로 감쌌던 신앙 선조들 삶은 우리 시대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이들과 비정규직이라는 차별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전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평화신문, 2013년 9월 1일,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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