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심리: 가치의 우선순위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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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2-27 ㅣ No.2013

[영성심리] 가치의 우선순위 세우기

 

 

“인생은 B(birth, 탄생)와 D(death, 죽음) 사이의 C(choice, 선택)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의 말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네 삶을 아주 잘 표현하는 말입니다. 아침에 눈 떴을 때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매순간 선택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라면 선택의 폭은 크지 않습니다. 늘 선택하던 방식 또는 습관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일이거나 새로운 상황에서라면 선택의 폭은 훨씬 넓어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까요? 왜 그것을 선택할까요? 선택에는 알게 모르게 목적이 있기 마련입니다. 무언가를 선택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바가 있죠. 이 목적을 다른 말로, 추구하는 ‘가치’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쉬는 날 근교에 있는 산을 오른다면, 그 사람은 ‘건강’ 또는 ‘운동’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똑같이 쉬는 날인데 하루 종일 집에서 잠을 잔다면, 그 사람은 ‘쉼’ 또는 ‘피로 해소’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겠죠.

 

이처럼, 우리는 많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려움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지금 얻고자 하는 가치가 하나가 아니라 둘, 셋이라면 어떻게 하죠? 가치는 말 그대로 값어치 있는 것, 좋은 것이기 때문에 좋고 나쁨의 우열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 내게 어느 가치가 더 먼저인가?’ 하는 우선순위, 곧 질서가 있을 뿐입니다.

 

몸이 약해서 운동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건강’이라는 가치가 더 우선하기 때문에 산에 가겠죠. 반면에, 건강한 편이지만 요즘 계속해서 피로가 쌓인 이라면, ‘쉼’이라는 가치를 우선시하여 집에서 쉴 겁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몸이 약해서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워야 하는 상태인데, 힘들다는 이유로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고 집에서 쉬기만 한다면 어떨까요? 몸이 약해서 힘들게 느끼고 그래서 쉬고 싶은 마음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쉬기만 한다면 그 선택이 이 사람에게 참된 도움을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우선순위(질서)의 문제입니다. 흔히 ‘세상의 가치’와 ‘복음의 가치’를 이분법적으로 나눠 “세상의 가치 말고 복음의 가치를 따라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세상의 가치들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세상의 가치인 ‘부’(물질)만 보더라도, 하느님께서는 구약의 선조들에게 부의 축복을 내려주십니다.(창세 26,12-13; 잠언 10,22 참조) 건강, 명예, 성공 등도 마찬가집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것도 우리에게 축복으로 내려주십니다.

 

문제는, 이 많은 가치 중 어느 것을 우선하느냐입니다. 어떤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하고 계시는지요?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마태 6,33)

 

[2024년 2월 25일(나해) 사순 제2주일 서울주보 7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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