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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현대 문헌 읽기: 진리 안의 사랑(베네딕토 16세 회칙,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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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6-04 ㅣ No.1180

[현대 문헌 읽기] 「진리 안의 사랑」, 베네딕토 16세 회칙, 2009.

 

 

지난번 소개한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문헌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에서 사랑을 통하지 않고서는 하느님을 알 수 없음을 얘기하였습니다. 베네딕토 교황님은 이어서 「진리 안의 사랑」을 발표하시는데 여기서는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오직 진리 안에서만 사랑은 밝게 드러나고 올바르게 실천될 수 있습니다(3항)라고 말씀하시지요. 이는 진리와 사랑이 늘 함께 가야 함을 의미합니다. 진리는 우리가 사랑의 ‘경륜’ 안에서 추구하고 발견하고 표현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또한 사랑도 진리에 비추어 이해하고 확인하고 실천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진리가 밝혀 주는 사랑에 봉사할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의 실제적 상황에서 설득하고 공인하는 진리의 힘을 보여 주어 그 진리를 신뢰하도록 하는 데에 기여합니다(2항).

 

이는 우리가 하는 사랑의 실천이 어떻게 완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의 사랑은 하느님, 오직 진리 안에서만 올바르게 실천될 수 있습니다. 진리가 없다면 사랑은 감상으로 변해 버립니다(3항).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이 넘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수많은 노래와 영상을 통하여 우리는 사랑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의 사랑은 가벼워지고 소비됩니다. 사랑은 사람을 창조하고 살리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감정과 즐거움으로 이해됩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랑의 실천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신과의 이해관계 안에서, 자기만족을 위한 사랑을 실천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러한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얘기하십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원수를 사랑하는 것, 자기중심적인 사랑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마태 5,43-48 참조).

 

‘진리 안의 사랑’은 사랑을 실천할 때 나를 비워내고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를 얘기합니다. 말씀과 은총, 정의와 공동선을 포함하는 사랑일 때 우리는 이 사랑을 참된 사랑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4-7항 참조).

 

이로써 우리가 하는 사랑은 개인적 감정을 넘어 복음화의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회칙은 40주년을 맞이하는 바오로 6세의 사회 교리 문헌 「민족들의 발전」을 기념합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모든 이들을 향하여 세상 끝까지 전해져야 하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사랑도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고 발전시킵니다. 사랑은 개인의 행복이 아니라 소외된 이들이 없는 공동체를 원합니다. 우리는 이 공동체성 안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민족들의 아픔을 통하여 우리가 이루어야 할 사랑의 절박성을 기억합니다. 이러한 절박성은 진리 안의 사랑이 명령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재촉합니다”(2코린 5,14)(20항).

 

형제애, 경제 발전, 시민 사회와 같은 사회 교리의 주요 주제들을 ‘진리 안의 사랑’이라는 제목 안에서 생각합니다. 진리 안의 사랑은 모든 이가 받는 은총이므로 그것은 공동체를 세우는 힘이며, 모든 사람을 일치시킵니다. 우리 스스로 세운 인간 공동체는 순전히 그 자체의 힘으로는 결코 완전한 형제 공동체가 될 수 없습니다. 형제적 친교인 인류의 일치는 오직 사랑이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생겨납니다(34항).

 

특별히 이 문헌은 인간과 자연환경의 관계에 대하여도 이야기합니다. 자연은 사랑과 진리의 계획을 드러냅니다(48항)는 말과 같이 우리의 사랑은 세상 모든 피조물을 향하여 나아가야 함을 기억합니다. 인류가 환경을 대하는 방식은 인류가 인류를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줍니다(51항). 우리가 서로를 사랑으로 이해하고 발전하듯이, 환경 문제 역시 피조물을 사랑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의 사랑은 하느님께서 모든 세상을 창조하셨던 것과 같은 마음으로 모든 피조물을 향하여 나아갑니다. 사랑은 나를 넘어 모든 이들과 모든 세상으로 커나갑니다.

 

진리와 그 진리를 드러내 주는 사랑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진리와 사랑은 오로지 은총으로 받을 수 있을 따름입니다. 진리와 사랑의 궁극적 원천은 인간이 아니고 또 인간이 될 수 없습니다. 진리이시고 사랑이신 하느님만이 그 원천이십니다(52항). 따라서 ‘사랑의 실천’을 살아가는 올해, 우리는 우리의 사랑이 진리 안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실천하는 사랑이 내 만족을 위한 감정이 아니라 진리이신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은총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는 말씀을 기억하며 우리가 이 사랑을 올바르게 실천하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2023년 6월 4일(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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