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주님과 함께 할 내일을 기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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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3-03 ㅣ No.859

[레지오 영성] 주님과 함께 할 내일을 기대합시다

 

 

어떤 사람의 인생이든지 상관없이 모두에게는 고난과 역경이 주어집니다. 그 순간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노력하다 보면, 또 이를 악물고 버티면 그 시간도 어느 순간 지나갔음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오히려 그 힘든 시간을 바라보며, ‘그때가 좋았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좌절, 절망, 포기는 ‘그때가 좋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빼앗을 뿐입니다. 그래서 고난과 역경의 시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즉, 이런 때일수록 제때 밥 먹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예전처럼 살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사람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하지만 일상의 삶을 벗어나 밥 대신 술을 마시고, 평소와 다르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면 예전과 같은 삶을 절대로 살 수 없게 됩니다.

 

지난 1월16일, 인천 송도에 있는 성 김대건 성당의 주임신부로 부임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갑곶순교성지 전담 신부로 있다가, 본당 신부로 13년 만에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본당 생긴 지가 2년밖에 되지 않아서 거의 신설이었습니다. 다른 성당에서는 당연히 있어야 할 단체가 이곳에서는 아예 없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다 보니 알아서 하는 것은 거의 없고, 모두가 저만을 바라보면서 물어봅니다. 더군다나 엄청난 대출금도 큰 압박으로 다가오고, 여기에 신학교 강의와 외부 특강들도 많아서 도저히 본당 신부로 제대로 살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라고 기도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지향을 가지고 묵주기도를 하다가, 문득 들은 생각이 앞서 적었던 내용이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예전처럼 사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처럼 새벽 3~4시에 일어나고, 예전처럼 독서하고, 예전처럼 기도하고, 예전처럼 사람을 만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상황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천천히 하느님의 뜻을 찾으면서, 하느님의 일을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성모님께서 어린 예수님을 사흘 동안 못 찾았을 때가 있었지요. 파스카 축제 때 예루살렘 성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예수님이 행방불명되신 것입니다. 그리고 사흘 뒤에 성전에서 율법교사들과 대화하는 예수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때 성모님께서는 원망의 말씀을 하십니다.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루카 2,48)

 

이 말씀에 예수님께서는 사흘 동안 자기를 찾느라 고생한 부모님을 향해 화를 불러올 수도 있는 대답을 하셨습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49)

 

우리의 주님이라는 생각을 떠나서, 열두 살 먹은 여러분의 자녀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대답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복음에서는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1)라고 전합니다. 예수님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해할 수 없다고 화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이해하려고 하셨던 것입니다.

 

 

마음속에 간직하며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신앙

 

성모님의 이 모범을 보면서 신앙이 어떤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어떻게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이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신앙이었습니다. 그 이해의 순간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뜻을 언젠가는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 그 순간에는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도저히 하느님의 뜻을 이해할 수 없어.”라고 말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는 깨닫습니다. “맞아.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었구나.”라면서 그 순간이 은총이었고, 감사할 일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사는 데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생의 성공은 화려한 재주를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는 능력과 재주를 많이 지닌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순간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일상의 삶을 똑같이 사는 사람이 훨씬 부럽습니다.

 

추운 겨울이라고 삶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따뜻한 봄이 분명히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추운 겨울,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를 보며 나무가 죽었다고 이제 끝이라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싹을 품고 꽃을 피울 양분을 저장하는 겨울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버티고 이겨내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과 함께 할 내일을 기대해야 합니다. 그래서 신앙은 서두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속에 간직하며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신앙이었습니다.

 

나의 신앙을 떠올려 보십시오. 너무 급한 서두름으로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3월호, 조명연 마태오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성 김대건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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