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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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ㅣ구역반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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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19 ㅣ No.130

[특별기고]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4)


3. “벼랑 끝에 선 교회!”

“너는 이 웅장한 건물들을 보고 있느냐? 여기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마르 13,2)

소공동체가 힘들고 잘 안 되는 이유는 위기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바 있지만 소공동체를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지금 교회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므로 소공동체가 구현시키고자 하는 주제들을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힘든 심각한 위기, 다른 말로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심각한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 신문(2012년 9월 30일자)에서 ‘신앙의 해’ 선포와 관련한 보도에서 “벼랑 끝에 선 교회”라는 타이틀과 함께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말을 인용 보도하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상대주의, 세속주의 등 우리 시대에 만연한 교회가 직면한 위기의 현장, 또 신앙 위기의 배경들 속에서 이 모든 위기를 넘어서는 원동력을 「신앙의 정체성 확립」에서 찾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계속해서 가톨릭 신문은 한국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 부소장 박선용 신부의 말을 인용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유럽교회를 비롯해 세속화 등의 영향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사회 안의 교회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요청이 ‘신앙의 전수’임을 확인했다.”고 말하면서 또한 “‘신앙의 해’는 세계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위기를 신앙 쇄신을 통해 되찾고 극복해 가고자 하는 노력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하였다.


● 깨어있는 분들의 염려

한국 교회 안에서도 교회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마산교구 원로이신 정하권 몬시뇰께서는 “과거 4백 년 동안 자라나는 새 시대에 대한 몰이해로 교회는 차례차례로 자녀들을 잃어갔다. 현대의 정신 분석학이 무엇인지, 실존주의가 무엇인지, 공산주의의 실태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저들의 말투가 교회의 정통적인 말투와 다르다고 단죄만 하려고 드는데 왜 현대의 지성이 도망가지 않겠는가? …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신경마비 증세와 혈맥경화증세를 수술하기 위해서 개최된 것이다. 이 수술이 성공하면 세상은 교회가 거대한 시체가 아니요, 역사의 유물도 아니며, 박물관의 화석이 아니라, 현재의 동반자요, 미래의 조타수임을 깨달을 것이다.”(사목 339호 312면)

또한 수원교구 원로 사제이신 심상태 몬시뇰께서는 다음과 같은 한탄의 말씀을 하셨다. “젊은 네티즌들 일부가 ‘그리스도’의 한자 표기인 ‘기독교’로 불리는 개신교를 ‘개독교’로, 우리 교회를 가리키는 ‘가톨릭’을 ‘개톨릭’으로 부르면서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혐오감과 불신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지경입니다. 그리스도 진리의 진정성을 체험하게 하는 복음적 삶이 수반되지 않은 채 이론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선포 활동에만 역점을 두는 재래 서구 교회적 선포 양식이 오늘날 첨단 정보화 시대에서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지표로 보입니다.”(사목 339호 232면) 그리고 유럽교회를 일컬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쇠퇴한 교회”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다. 이는 결코 과장되거나 지나친 표현이라고 말할 수 없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평신도 그리스도인」이라는 사목적 권고 문서에서 다음과 같이 심각한 위기를 말하고 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활력에 찬 수많은 전통과 대중 신심 형태가 여전히 보존되고 있는 다른 지방이나 나라들에서도 그 도덕적, 정신적 유산은 세속화와 분파의 확산을 비롯하여 수많은 이유 때문에 뒤집어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평신도 그리스도인 34항) 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원장 김정우(요한) 신부는 자신의 저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그리스도교 윤리》에서 “20여 년 전, 유럽생활을 하면서 유럽교회에 대한 세 가지 표현들을 들었다. 첫째는 ‘유럽교회는 늙었고 한국교회는 젊다.’라는 것이고, 둘째는 ‘하느님은 좋지만 교회는 싫다.’라는 것이고, 셋째는 ‘유럽교회는 늙은 것이 아니라 지쳤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2,00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나 유럽교회가 이런 말들을 듣게 되었다면, 문제는 이제 200년밖에 지나지 않은 한국교회가 이런 말들을 듣게 될지 모른다는 징후가 여기저기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한국교회 안에서는 신 영성(유사영성)의 피해가 늘어가는 것과 함께 냉담자 증가, 예비신자 감소, 주일미사 참례자의 감소, 청소년들의 신앙생활 기피와 주일학교의 퇴조 등과 같은 난제들을 한국교회가 겪고 있기 때문이다.”(포스트모던 시대의 그리스도교 윤리, 김정우, 12면) 계속해서 김정우 신부의 또 다른 저서 《새 복음화를 위한 윤리적 과제》(김정우, 2012. 대구가톨릭대학교 출판부)에서 “기존의 종교와 신앙에 대한 비판과 무관심, 그로 인한 신앙적인 성향의 퇴조라는 서구에서 시작된 그리스도교의 위기가 한국 교회에도 나타나고 있다.”(동 저서 24면)고 말하고 있다.

또한 개신교 신자이면서 국무총리를 지낸 한완상 씨는 자신의 저서 《예수 없는 예수 교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계적으로나 우리 형편으로 보나 기독교와 교회의 모습은 딱할 정도로 낡은 모습입니다. 그 낡음이 위기의 징후입니다. 위기의 겉모습, 곧 형상의 위기 징후만을 보아도 기독교와 교회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듯합니다. 양적 팽창 속에서 지속되어온 반지성적 교회풍토와 신자들의 기복적 신앙, 경직되고 불투명한 교회운영과 권위주의적 교회 지배 구조 등이 위기의 징후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한마디로 교회의 양적 성장 둔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수백 년간 서구 교회가 줄곧 유령화되면서 기껏해야 문화재로 남게 되는 과정을 상기시켜 줍니다.”(예수 없는 예수교회, 한완상, 89면)

얼마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신앙의 해’를 선포하는 교서에서 “오늘날 유럽교회가 과도한 사고방식과 개인주의로 인해 신앙의 중요성, 그리고 그 의미를 상실한 ‘식어버린 신앙’이라면 한국교회는 ‘허약한 신앙’”이라고 비유했다.(가톨릭신문, 2012.10.14일자)

현대 교회의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제시된 것이 ‘복음화’내지 ‘새로운 복음화’이다. 소공동체는 지금 교회가 처해진 총체적인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구체적이며 실천적인 프로그램이다. 교회는 ‘새로운 복음화’를 수없이 외치면서 새롭게 구체적으로 변화된 것은 하나도 없으며 여전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교회 구조와 신앙생활의 패러다임을 고집하고 있다. 소공동체가 미래 교회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다른 처방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소공동체 사목을 본격적으로 해보지도 않고 소공동체가 안된다고 한다. 소공동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면서 “소공동체를 안다.”고 하니 답답하기까지 하다.

“너는 이 웅장한 건물들을 보고 있느냐? 여기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마르 13,2)는 말씀이 위기에 있으면서도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오늘의 교회를 두고 하시는 말씀같이 두렵고 크게 들린다.

[월간빛, 2013년 1월호, 박성대 요한(제2대리구장, 주교대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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