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목)
(백)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너희 기쁨이 충만하도록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강론자료

2023-05-28.....성령강림대축일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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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23-06-03 ㅣ No.2384

                                      성령강림 대축일 - 가해

사도행전 2,1-11     코린토112,3-7.12-13     요한 20,19-23

2023. 5. 28.

주제 : 하느님의 선물을 대하는 자세

오늘은 성령이 하늘에서 강림하셨음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세상을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는 곳으로 만드시는 성령이 우리에게 오신 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또한 하느님의 선물이 우리에게 오셨다는 일을 사람들이 깨닫는 날입니다. 하느님의 선물은 우리에게 어떤 모양으로 오겠습니까? 하느님에게서 오는 선물을 본 사람이 있을까요? 때로는 사람이 잘못 생각하는 일의 한 가지가 이때 쓰는 표현에 관한 것입니다. 선물은 내가 원하는 일이 내 삶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보통 받고 싶은 것을 선물(膳物)이라고 표현하고 그 어떤 대상이 나에게 그것을 채우기를 바라지만, 선물이라는 낱말의 뜻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자로 표현되는 선물이라는 글자의 표현은 준다는 것을 의미하는 (/()// '물건-'자를 씁니다. 결국 선물은 내가 아닌 다른 대상에게서 오고 나에게 도착하여 결과를 만드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지.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나는 하느님에게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이 올바른 것이 되려면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나는 하느님께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드린 일이 있을까요? 하느님은 내 삶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시기나 할까요? 내 삶에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우리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지만, 내가 바라는 것이 채워졌을 때, 나는 선물을 받았다고 말하겠습니까?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나의 바람이나 욕심을 채운 것이지, 하느님의 선물이 나에게 온 것도 아니고, 하느님의 선물이 나에게 왔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일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이 전하는 하느님의 선물은 불꽃 모양의 혀가 하늘에서 내려와 각 사람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고 합니다. 불꽃모양의 혀처럼 생긴 선물을 오순절에 모였던 사람들이 받기를 원했던 것일까요? 요즘으로 판단한다면. 돈도 되지 않고 특별해 보이지도 않을 물건도 아니었기에 선물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불꽃 모양의 혀로 나타나는 하느님의 선물은 우리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글자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이 전하는 하느님의 선물은, 그 선물을 받은 사람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움직이지 않고 살아도 괜찮다고 하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선물을 받은 사람은 움직이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행동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움직이고 그렇게 행동한 일은 성령이라는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자율권이 담긴 결정이었을까요? 적어도 오늘 읽은 사도행전이 전하는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잘못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선물은 내 욕심이나 내 생각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나에게 실현되는 일입니다. 내 욕심이나 생각을 채우는 것이라면, 다른 것으로 언제든지 바꿀 수 있으며, 가장 좋은 것이라고 여길 선물은 세상에서 힘이 가장 세다고 말할 대상일 것이고, 다른 물질로 그 모습을 바꾸어가면서 우리의 삶에 왕으로 등장하기가 쉬운 돈일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선물이라면, 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을 이기는 일일 것이며, 내가 힘을 쓰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내 앞에 무릎을 꿇게 하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 생각하는 선물은 사람이 바라는 선물의 표현이고, 우리의 현실을 우리보다 더 잘 아신다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정확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2023년에 사는 우리의 현실에 하느님께서는 어떤 선물을 주겠다고 생각하실까요? 같은 시간에 사는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무엇을 받으면 선물이 왔다고 말하겠습니까? 2023년에 사는 우리는 그 두 가지의 관계를 정확하게 구별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내가 원하는 것을 선물로 받았는지, 아니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내가 선물로 받게 되는지를 말할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이 전하는 말씀으로, 예수님이 약속하신 것은 우리에게 주신다는 평화였고, 성령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세상을 향해 간절히 바라신 것이 평화였지만, 사람들은 그 평화를 싫어하기에 그런지, 세상의 곳곳에는 여전히 싸움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힘으로 싸우고 전쟁하면서, 상대방을 이기겠다고 생각합니다. 싸우는 원인이야 여럿이 있겠지만, 전쟁은 상대방을 내 발의 앞에 무릎을 꿇리겠다는 통치자의 판단에서 나올 것입니다. 그것이 과연 하느님께서도 올바르게 생각하실 것인지를 우리가 잘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의 생각을 드러내고 사람의 생각을 고집하면서 내 행동은 하느님의 뜻에 일치한다고 말해서는 곤란합니다. 그것은 사람의 뜻을 하느님의 뜻이라고 포장한 것일 뿐입니다. 사람이 언제나 자기의 삶을 하느님의 뜻에 맞추어 돌이키겠습니까? 저도 사실은 모릅니다. 그런 세상에 사는 우리가 사람의 변화를 위하여 무엇을 바라고, 어떤 기도를 할지 조용히 생각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놀라운 선물인 성령을 사람이 잘 누리도록 서로 협조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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