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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칼럼: 영화 더 골드핀치 - 가끔은 틀린 길이 바른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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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1-20 ㅣ No.1310

[영화칼럼] 영화 ‘더 골드핀치’ - 2019년 감독 존 크로울리


가끔은 틀린 길이 바른길이 아닐까?

 

 

‘더 골드핀치’(The Goldfinch)는 시의회 화약 폭발 사고로 32세에 목숨을 잃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대표작입니다. 사슬에 묶인 한 마리 황금방울새(골드핀치)를 강렬하고 면밀한 빛과 색채로 그린 이 그림을 소재로 미국 여성작가 도나 타트는 소설을 썼고, 아일랜드 출신의 존 크로울리 감독은 퓰리처상(2014년)까지 받은 그녀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위대한 그림은 모두 사실은 자화상’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대상이 무엇이든 그림에는 그린 사람의 삶과 진실, 감정과 상상력이 스며있습니다. 화가의 비극적 죽음이 더해진 ‘황금방울새’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거기에서 자신을 투영해 어떤 느낌을 받고, 어떤 이야기를 상상하느냐는 감상자 각자의 몫입니다.

 

소설과 영화의 줄거리를 한 줄로 축약하면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미술관 폭발 사고 현장에서 13세 소년 테오(안셀 엘고트 분)가 의문의 노인으로부터 몰래 건네받은 명화를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돌려준다.’입니다. 감추고, 속이고, 훔치고, 빼앗는 사건의 연속이 단순한 추리나 긴장감을 넘어 삶과 예술, 시간의 본질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그 과정에서 운명적으로 얽히게 되는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 관계 변화를 통해 선과 악, 불안과 죄의식, 상실과 집착, 선택과 운명을 성찰합니다.

 

고아나 다름없는 테오를 거둬준 골동품 가구 수리 전문가 호비(제프리 라이트 분)는 어떤 물건을 좋아하면 그 물건은 생명을 갖게 되고 우리에게 더욱 큰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다는 철학을 깨닫습니다. 마약과 도둑질을 일삼았던 보리스(핀 울프하트 분)는 후회와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친구 테오에게 “우리의 악함과 실수가 우리 운명을 결정하고 우리를 선에 다가가게 만든다면? 어떤 사람들은 그런 길을 통해서만 그곳에 도달할 수 있다면? 가끔은 틀린 길이 바른길이 아닐까?”라고 묻습니다.

 

<더 골드핀치>는 ‘선한 행동이 항상 선을 낳는 것은 아니고, 악한 행동이 항상 악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동하면서 내가 아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테오와 보리스가 그랬으니까요. 그림을 몰래 숨기고, 그림으로 마약 거래를 한 악행을 저질렀지만, 예술과 사랑의 불멸성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황금방울새’를 세상으로 돌려보냈습니다.

 

2시간 30분이란 시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설명 없이 시간을 자주 건너뛰면서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와 행동과 관계 변화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래서 <더 골드핀치>는 소설도 읽어야만 한 장의 그림이 우리에게 시간을 초월하여 대화를 나누게 해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테오는 ‘황금방울새’에서 작은 심장박동, 모든 존재를 서로 단절시키는 외로움, 움직이지 않는 시간, 빛 한가운데 갇혀서 꼼짝도 하지 않는 자그마한 죄수, 다른 포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포로를 발견했습니다. 동시에 존엄성과 자그마한 용감함, 두려워하지 않고 절망조차 하지 않고 물러나기를 거부하는 새도 보았습니다.

 

[2022년 11월 20일(다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서울주보 6면, 이대현 요나(국민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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