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내 눈 속에 있는 들보(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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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6-08 ㅣ No.459

[레지오와 마음읽기] 내 눈 속에 있는 들보(투사)

 

 

어느 날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던졌다. “오늘 보니 대사님의 모습이 꼭 돼지같이 보입니다.” 이 말을 듣고 무학대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빙긋이 웃기만 했다. 그러자 이성계는 “대사는 내가 무엇처럼 보입니까?”하고 물었다. 무학대사는 “부처님처럼 보입니다.”라고 하니 이성계가 의아하여 “나는 대사를 ‘돼지처럼 보인다’고 했는데 어째서 대사는 나를 ‘부처처럼 보인다’고 합니까?”라고 하였다. 그러자 무학대사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는 법입니다.”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성향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심리적 현상을 ‘투사’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영화를 볼 때 필름에 있는 내용이 투사되어 스크린에서 보는 것처럼, 내 안에 있는 것(필름)이 다른 사람(스크린)에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작용이 일어나는 이유는 내 안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동들, 즉 불안이나 불만, 죄의식, 열등감 같은 것을 지니고 있기 힘들어, 무의식적으로 타인이나 주변 환경에 책임을 돌리고자 하는 데 있다.

 

새가 지저귈 때 운다고 생각되는 때가 있는가 하면 노래한다고 생각되는 때가 있고, 내가 배고프면 상대도 배고프다고 여기는 경우나, 넘어진 아이가 돌부리를 탓하거나, 어떤 사람이 이유 없이 좋거나 미운 경우 등도 투사가 일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사람을 좋아하거나 미워할 때, 꼭 투사라고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땐 상대에 대한 나의 평가가 남들의 생각과 같으면 그 이유가 상대에게 있는 것이고, 만약 나만 상대를 그렇게 느낀다면 내가 투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투사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서 지나친 반목이나 야합을 만들어 부정적인 역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잦다. 그러니 어떤 대상에 대해 이유 없이 강렬한 감정이 일어나거나 그 대상에 집착할 때는 자신이 투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투사를 자주 하게 되면 세상과 타인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 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나름대로 이유를 붙여 상대를 판단하게 된다. 그 결과 지레짐작으로 오해하거나, 남의 탓이라고 비난하거나, 반대로 순진하게 아무나 믿었다가 실망하거나 좌절하게 된다.

 

하지만 투사가 다 나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더 잘 알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특성을 살펴보면 내가 발달시킬 수 있는 나의 내면의 자질일 수 있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특성 또한 나의 어두운 면을 볼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개인의 성향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심리적 현상 ‘투사’

 

S자매는 임기만료로 단장직을 내려놓았는데 새 단장과 묘한 갈등이 생겼다. 새 단장이 아주 권위적이어서 자신을 미워하며, 자신을 누르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감정으로 새 단장과의 관계가 힘들었던 그녀는, 두 사람을 잘 아는 단원에게 이야기하며 도움을 청하였고, 그 단원은 새 단장과 그녀가 닮은 면이 많다고 조언하였다.

 

S자매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미워하는 새 단장이 자신을 닮았다는 말은 결국 자신이 그녀를 미워하는 이유인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에게 그녀의 특성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즉 그녀 자신이 권위적이었으므로 새 단장이 자신을 권위로 누른다고 생각되었고 그것이 미워하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참 저 자신을 몰랐던 것 같아요. 제가 싫어하는 사람의 특성이 바로 제가 스스로 직면해야하는 특성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으니까요. 새 단장이 얼마나 힘들었을 지를 생각하면 정말 미안해집니다.” 라고.

 

어떤 자매가 유달리 잘난 척을 한다고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내 안에 남들에게 돋보이고 싶은 욕구 때문일 수 있다. 어떤 단원이 너무 불친절하여 주회합 시간이 불편한가? 그렇다면 내가 남들에게 대접받기를 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고 느끼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미워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내가 유독 상처를 많이 받는 편이라고 생각된다면 더욱 내 안에 내가 직면해야 할 어두운 면이 많다는 뜻이다.

 

 

늘 자신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 자신을 보아야

 

교본에 “거칠고 심술궂은 사람, 공연히 밉살스런 사람 ?중략- 등, 이런 사람들을 단원들은 모두 끝까지 보살펴야 한다.”(360쪽)라고 되어있고 “레지오 단원이라면 단순히 마음이 편해지는 상태 이상의 것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295쪽)라고 되어있으니 굳이 레지오 이상 실현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단원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도 투사로 인해 생기는 감정을 조심해야 한다.

 

즉 늘 자신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 그 감정의 원인을 살피며 자신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관계에서 오는 아픔이란 누가 누구에게 주고받은 상처라기보다는 완성을 향해 나가는, 완성되지 않은 우리들의 근원적인 부족함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관계에서 어려움이 올 때는 교본에 있는 다음 말을 명심할 것이다.

 

“모든 단원은 자신이 단원 생활을 하는 이유가 단장이나 동료 단원들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 하는 것과는 별개라는 사실을 깨달을 만한 분별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고 혼자 생각하거나 혹은 실제로 무시당하는 경우라도, 또는 자신이 인정, 비난, 동의를 받든 안 받든, 이런 등등의 것들과 자신의 단원 생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294쪽)

 

또한 매달 읽는 상훈에 동료 단원들과 활동 대상자들, 즉 만나는 모든 사람들 안에서 주님을 뵙고 섬기듯이 하라고 되어 있으니,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아가 “전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나쁜 사람도 없고, 완벽한 사람도 없다.”(교본 441쪽)는 말을 명심하여 그들과 일치를 이루며 함께 주님께 나아가야 한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오 7장 3절)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6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 독서치료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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