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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북한의 3차 핵실험, 더욱 불안정해진 정전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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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7-01 ㅣ No.685

[경향 돋보기 - 정전 60년, 한반도 한민족] 북한의 3차 핵실험, 더욱 불안정해진 정전질서


북한이 정전협정을 남 체결한 지 60년이 되었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내란에 미국과 중국이 개입하면서 국제전인 한국전쟁으로 확대된 것이, ‘정전’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전 60주년을 맞는 올해의 한반도 정세는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와 새판짜기 요구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한미합동군사연습을 빌미로 정전협정 백지화와 불가침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판문점에 설치된 북미, 남북 사이의 전화를 차단함으로써 정전협정에 기초한 불안정한 평화는 깨지고, 정전 이전의 전쟁상태로 되돌아갈지도 모르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지난 3월 5일 북한이 “조선정전협정을 완전히 백지화해 버리게 될 것이다.”라고 선언한 것은 지난해 12월 12일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 성공과 올해 2월 12일 3차 핵실험 실시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주장한 대로 3차 핵실험을 계기로 “경량화되고 소형화된 핵탄”과 “다종화된 우리 식(북한식)의 정밀 핵타격 수단”을 가졌다면 한반도 정치군사 지형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정전질서를 무력화하는 조치들을 취하면서 위기수위를 높이는 것도 핵보유국으로서의 자신감을 반영한 새판짜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태도가 달라졌다. 미국의 선제타격을 걱정하던 북한이 먼저 ‘핵선제타격권리’를 주장하면서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은 3차 핵실험에서 ‘경량화, 소형화,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고 이를 객관화하기 위한 선전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핵보유국’의 자신감을 반영해 수세적 억지차원의 핵능력을 넘어 공세적으로 “핵선제타격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2013년 3월 7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렇게 북한이 ‘노이즈 마케팅(일부러 구설수를 만들어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판매를 늘리려는 기법)’에 주력하는 것은 3차 핵실험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조건에서 핵보유국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사회주의권 붕괴와 냉전의 종식으로 세계정치구도가 미소 대결구도에서 북미 대결구도로 바뀌었다고 주장하면서 ‘선군정치(先軍政治)’를 내세우고 대미 억지차원의 핵개발에 주력했다. 그리고 북미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으면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다가 3차 핵실험 이후에는 미국과의 핵 대결에도 자신 있다고 허세를 부리며, 불안정하지만 평화를 유지시켜 온 정전질서를 무력화하는 등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3차 핵실험 이후 북핵 패러다임의 변화

북한은 미국 등과 핵협상을 지속하는 동안에는 핵실험을 하지 않다가 제재와 압력이 느껴지면 이를 빌미로 핵실험을 강행하여 핵능력을 향상시키는 악순환을 지속해 왔다. 그리고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와 관련해서 미국 주도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결의를 채택하자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능력을 강화시켰다.

이제 3차 핵실험 이전과 이후의 한반도 정세는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핵문제를 통제 가능한 위협으로 인식했던 미국의 인식변화다. 3차 핵실험 이후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통제 불가능한 위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1일, “북한은 현재 탄도 미사일을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북한이 핵탄두를 탄도 미사일에 얹을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게 나와 행정부의 결론”이라고 진화하고 나섰다. 이렇듯 미국 내 정보기관 사이에서도 북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3차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의 핵능력이 향상됐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중국은 그동안 북핵문제를 북한과 미국 간의 문제로 인식하고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 왔다. 하지만 3차 핵실험 이후부터는 북한 핵무기가 중국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네티즌들이 흥분한 것도 북한 핵이 중국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같이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전협정의 두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핵문제를 자국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4월 22일,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의 미국과 소련의 대치구도에 빗대어, “2013년의 위기는 핵보유국인 조선과 미국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맞대결하는 구도”이며, 냉전시대 미소 대결구도가 지금에 와서 북미 대결구도로 바뀌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 핵군축(軍縮)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일 나라는 한국이다. 3차 핵실험 이전만 해도 북한은 핵무기 개발동기를 북미 적대관계에서 찾으며 남측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북측이 핵을 가졌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니 남측이 식량 등 대북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3차 핵실험 이후에는 ‘조국통일성전’을 주장하면서 남측을 향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긴박한 사정은 북한 핵위협이 우리에겐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유지해왔던 개성공단이 잠정 중단된 것도 3차 핵실험의 여파로 볼 수 있다. 남과 북이 근로자들의 신변안전을 고려해서 입경 중단과 귀환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본질은 핵을 가진 북한과 경제협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개성공단의 잠정 중단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북한은 지난 3월 31일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 억제력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는 문제를 법화”할 것을 결정했다. 이와 같이 북한은 핵보유 의지를 헌법과 법률로 명문화하고 비핵화 회담에 응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핵과 로켓 개발을 법으로 규정한 북한과 관계설정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화국면으로의 전환 실패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와 불가침합의 파기 이후, 한미 양국이 이를 무시하고 강력한 무력시위로 맞서자,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고자 4월 2일 영변 핵발전 시설의 재가동을 선언하고, 남측을 압박하고자 4월 8일 개성공단 잠정 중단이란 조치를 취했다. 남북관계를 전면 차단하고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주면서 경제에 충격을 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안보리 제재와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맞서 말로 하는 위기조성의 단계를 넘어 행동으로 나오자, 한미 양국은 대화를 제의했다. 한미의 대북 대화제의는 북한에게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선제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의 대화제의를 ‘교활한 술책’이라고 하면서 거부했다. 북한이 대화제의를 거부한 것은 북한의 존엄과 자주성을 훼손한 남측의 사과 없이 개성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제한적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월 18일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성명을 내고, 미국과 한국이 진실로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바란다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 철회 등 북한을 반대하는 도발행위를 즉시 중지하고, 핵전쟁 연습을 멈추며, 핵전쟁 수단을 전면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미국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분간 의미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한미의 대화제의를 ‘교활한 술책’이라고 주장하면서 걷어찬 것은 대화의 의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평화회담은 할 수 있지만 비핵화회담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비핵화 행동을 전제로 한 6자회담이나 양자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같은 핵보유국끼리 미국과 대등한 자격으로 한반도 정전질서를 평화질서로 바꾸는 ‘판이 큰 협상’을 하자는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과의 입장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듯하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신뢰프로세스 가동해야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이 4월 18일 “지난 20년간 쳇바퀴 돌듯 해온 이런 다이내믹을 바꿔야 한다.”고 하면서도 6자회담의 9 · 19 공동성명의 이행으로 돌아가자고 한 것은 이 합의가 미국의 우려사항과 북한의 요구사항을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단계별로 일괄 타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던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비핵화와 관련한 합의 폐기를 주장하면서 6자회담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2008년 12월부터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진정성 있는 행동이 전제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고 버텨오다가 다시 6자회담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미국의 목표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지만 북한과 협상이 진행된다면 9 · 19 공동성명 등에 포함된 한반도 평화구축 방안 등도 협상의제가 될 수 있음을 밝힌 셈이다. 미국의 관심사인 비핵화와 북한의 관심사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함께 다룰 수 있는 의제와 해법이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에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4월 18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북한의 도발 → 보상·협상 → 재도발 → 재협상’을 거듭해 오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더욱 제고됐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이어서 케리장관은 “이제 북한은 핵무장 차원에서 더 나아갔으며, 더욱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4월 17일, 한반도 위기상황과 관련해서 “위협과 도발을 하면 협상·지원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한목소리로 일관되게 메시지를 전할 때,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서느냐, 아니면 고립으로 가느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북핵 불용의 대원칙 아래, 지난 20여 년간의 ‘도발 → 협상 → 지원’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며, 북핵 해결에서의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인정해야 하고, 중국의 협조가 긴요하다는 점에서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향한 상당히 철석같은 개념”을 보여야 협상장에 나가겠다는 전제조건을 달았으며, 이에 대해 북한은 북미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평화회담이 아닌, 북한의 비핵화만을 위한 대화와 협상에는 나서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발칸반도의 유고슬라비아, 중동의 리비아 등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내세우고 “핵무장만이 살길”이라며 자위적 국방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의 비핵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유엔의 제재와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맞서 연일 대남, 대미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국면전환을 위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어쩌면 북한은 3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竝進)노선’을 채택한 것을 계기로 국면전환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핵보유를 전제로 한 북한의 새판짜기 요구를 한미 양국이 들어줄 수 없다는 데 있다.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정전질서에 근거한 불안정한 한반도 질서를 평화질서로 바꾸는 판갈이 차원의 새판짜기를 요구하고 있다. 판을 크게 키워놓은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한적인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은 남측 박근혜 정부가 북미, 남북 적대관계 해소 등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가지고 대화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개성공단문제 해결을 위한 제한적 대화를 제시하고, 미국이 밝힌 6자회담과 양자회담 주장에 동의할 뿐 구체적인 북핵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차 핵실험 이후의 정세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으려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야 할 것이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가지고 있는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랜드 디자인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긴박한 사정은 미국에게는 북핵이 통제 가능한 위협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통제 불가능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 고유환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북한연구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소장, 통일부정책자문위원, 한반도평화포럼 이사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6월호, 고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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