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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한국 천주교회 문화유산 지침 주요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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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9-20 ㅣ No.91

한국 천주교회 문화유산 지침 - 주요내용


'주먹구구식' 탈피 체계적 관리망 구축

 

 

교회문화유산은 교회가 복음화, 교육, 자선을 위해 축적해 온 중요한 세습자신일 뿐만 아니라 사회와 풍부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낸 우리 고유한 문화 자산으로 이를 소중히 관리, 보존하는 일은 중요한 교회 사명이다.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가 마련한 '한국 천주교회 문화유산 지침'으로 드디어 우리 교회에도 문화유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틀이 세워졌다.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총무 여진천(원주교구 배론성지 담당) 신부는 "지침서를 통해 교회문화유산의 소중함을 깨달아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기록, 보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유산 지침과 관련된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문화유산 지침의 실행 방안을 위해 노력할 점들을 짚어본다.

 

 

지침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한국 천주교회는 1784년 설립 이후 20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오며 건축을 비롯해 유물, 미술품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유해 왔다.

 

이러한 문화유산들은 교회사연구소, 성지, 박물관 등에서 수집, 발굴해 개별적으로 소장해왔지만 교구나 가톨릭 교회 전체 차원에서는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교황청 문화재위원회는 2004년 지역 교회에 "교회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해 현황 파악과 보존,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때부터 주교회의 문화위원회는 교회문화유산 연구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교회건축, 박물관 유물, 교회 미술분야에 각각 김정신(단국대) 교수, 서종태(호남교회사연구소) 박사, 정수경(숙명여대) 박사를 연구자로 선정에 교회문화유산 보존ㆍ관리 실태조사를 맡겼고 2006년 이 결과를 발표하는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2007년 연구인력을 보강, 현장 답사와 워크숍, 회의 등을 거쳐 지침서 마련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했고 올해 2월 초안을 마련했다. 이후 8월 지침서를 완성해 9월 주교회의 최종 승인을 받은 것이다.

 

지침서는 「이탈리아 교회문화재 지침」(1992), 「예술가와 예술 사목의 증진을 위한 제안과 권고-이탈리아 주교회의 교회문화재사무국 사목자료」(2000), 「필리핀 교회문화유산 보존에 관한 안내서」를 비롯해 교회법전,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등 국내외 문화유산 보존제도를 참조해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보존 방안을 담아냈다.

 

 

무엇을 담고 있나

 

지침은 크게 7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교회문화유산의 보존관리에 대한 기본 원칙과 기준에서부터 실제 문화유산 목록화에 필요한 조사기록표까지 제시했다. 각 교구와 본당에서 지침안대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보존관리의 기본원칙

 

기본원칙으로는 △ 문화유산의 보편성 △ 원형유지 △ 토착화 △ 미학적 조화 △ 지속적 합의 △ 활용 △ 지속적 감독 등을 선정했다. 또한 역사성과 예술성, 학술성, 희소가치 등을 고려해 관리 등급을 나눈 것이 특징이다.

 

국가에서 지정하거나 등록되지 않은 문화재를 '교구 등록 문화 유산'으로 명명해 이를 다시 1~3등급으로 나눴다. 교구 등록 문화 유산 1등급에 해당하는 유물은 50년이 지난 문화유산 중 국가 등록문화재 등록 추진 대상으로 선정될만한 유산들이다.

 

◆ 건축(부동산)

 

성당, 수도원, 경당, 신학교 등 건조물과 성지, 광장, 묘지 등 외부공간 그리고 성당에 반영구적으로 고정된 전례 미술품과 기물이다.

 

지침은 부동산 유산은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어 쇄락과 변형이 일어나기 쉬운 점을 일깨우며 수명연장과 보호를 위해 적절한 수리와 보호관리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에 지침에 나온 수리 기본원칙에 따라 전문가 도움을 받아 5년마다 정기 조사를 시행해 건물의 현황과 이력, 주변환경 등을 파악할 것을 권장한다.

 

◆ 교회 미술

 

한국 천주교회 미술은 박해시대 후 현재까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미술품 조사 대상으로는 교회 내부 및 외부에 전례 및 사목을 목적으로 설치된 회화, 조각, 공예, 유리화 등 각종 미술품을 포함한다.

 

관리에 있어 가장 기초적 작업은 기록이다. 각 교구는 사진과 문서 기록을 통해 제작 경위나 유입 경로에서부터 작품 크기, 색, 모양 등 외형 묘사에 이르는 상세한 정보를 지침에 따른 서식에 맞춰 기록한다. 관련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소실된 미술품인 경우 구술 채록을 한다.

 

미술품 설치의 경우 본당 차원 위원회를 조직해 작품 설치와 작가 선정에 신중한 논의를 거칠 것을 적극 권장한다. 작가 선정 시 전례학자나 신학자들의 조언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복원 시에는 가능한 원작품을 훼손하지 않아야하며 되도록 철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교회 유물

 

교회 유물은 전례 거행을 위해 봉헌된 제대, 제구류, 성상류 등 다양한 전례용품과 본당 역사 관련 기록물 등이다. 지침은 이 지침이 교회 유물에 대한 가장 기본적 보호ㆍ보존에 관한 것이므로 반드시 이행할 것을 권고한다.

 

교회 유물 관리 책임은 주임 신부와 각 기관장에 속하며 시간 경과로 작품 원형이 훼손됐거나 교회 신축으로 십자고상, 성상, 14처, 제대 등 성 미술품을 철거해야 하는 경우 교회 유물로서 따로 관리, 보존해야 한다. 별도 전시실이 없는 경우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특별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유물의 분류번호, 명칭, 제작연대, 수집연대, 크기, 특징에 관해 교회 유물 카드에 기록해 놓고 2부씩 마련해야 한다. 유물을 다룰 때는 꼭 면 장갑을 착용하며 가능한 유물 전체를 포장하는 것이 좋다.

 

유물 보관 장소는 항온 항습기를 설치하며 자연 및 인공 광선을 차단하며 미술품은 유리 액자 및 표구를 한 뒤 보관한다.

 

◆ 천주교 박물관

 

지침은 우선 박물관이 지닌 성격에 주목한다. 교회 박물관은 그리스도교 문화의 장으로 신앙 보고인 유물의 역사적 사실을 밝히고 그 가치를 재해석하며 신자들에게 새로운 신앙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침은 또한 소장품 수집, 관리에 관한 기본 수칙을 제정하고 소장품 관리의 전문 인력을 확보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전시에 있어서도 확실하게 검증된 자료와 연구를 통해 일반 관람객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방법을 찾을 것을 요구한다. 이 밖에도 현대적 보조자료(패널, 사진, 미디어, 그래픽) 등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을 조언한다.

 

 

어떻게 실행해야 하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훌륭한 지침을 작성했다 해도 교구나 본당에서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때문에 주교회의 문화위원회는 각 교구가 이 지침을 기준으로 교구 문화유산을 목록화하고 현황 파악에 나서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각 교구마다 '문화유산위원회'를 설치해 교구 내 문화유산의 정기적 조사와 목록 갱신을 지도 감독해야 한다. 필요시에는 전문가와 행정 당국자들의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자문단을 구성한다.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또한 각 교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주며 보존 전문가와 자문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교회를 대표해 문화관광부, 문화재청 등 관련 당국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평화신문, 제1036호(2009년 9월 20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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