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심리: 지금 어디에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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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7-30 ㅣ No.1967

[영성심리] 지금 어디에 계세요?

 

 

영성을 살아가는 구체적인 모습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영적 삶의 전체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로 마지막 네 번째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모르는 곳을 운전해서 찾아가려면 지도 책을 들여다보고 미리 길을 익히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가는 중에라도 계속 확인해야 했죠. 하지만, 요즘은 내비게이션 기술이 워낙 발전해서 가려는 목적지만 입력하면 알아서 척척 길을 안내해 줍니다. 가다가 길을 잘못 들더라도 바로 수정해서 알려주죠.

 

그런데, 이렇게 내비게이션을 통해 길을 찾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내가 가려는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죠. 그럼, 다른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바로 내가 지금 있는 곳, 출발지를 입력하는 것입니다. 내비게이션을 켜면 현재 나의 위치를 자동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굳이 입력할 필요가 없지만, 다른 장소에서 제3의 장소로 이동하려고 하면 출발지를 따로 입력해야 합니다.

 

목적지뿐 아니라 출발지를 정확하게 입력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출발지에 따라 내가 가야 할 길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명동대성당을 찾아갈 때, 등촌동에서 가는 길과 불광동에서 가는 길, 중곡동에서 가는 길은 너무나 다릅니다.

 

우리 영적인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하느님과 이루는 일치, 그리스도를 따름, 영원한 생명 등)는 그래도 비교적 잘 알고 있지만, 그 목적지를 향해 잘 가려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풀어 말씀드리면, 지금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앞서 식별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찾는다는 의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행복’은 어떤 의미일까요? 내 옆 사람이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는데 나만 신나고 좋으면 괜찮다는 의미일까요? 가정이 있는 사람이 힘든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죠. 배우자는 청소, 세탁 등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바쁜데 나는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다 들어왔으니, 집에서는 쉬어야 한다면서 가만히 있기만 하다면, 정말 행복할까요?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은 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 몸이 힘들어도 함께 집안일을 하고 함께 쉬는 것이 더 편안하고 나은 참 행복입니다.

 

영성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 나의 마음과 목숨과 힘(신명 6,4 참조)이 어느 곳을 향해 있는지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내가 가려는 곳을 향해 어떻게 갈 수 있을지, 구체적인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냐시오 성인께서 식별에 관한 가르침에서, 영혼이 현재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영신수련》, 335.314-315항 참조)도 같은 이유입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어떻게 있나요?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

 

[2023년 7월 30일(가해) 연중 제17주일 서울주보 7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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