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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정전 60년, 절반의 성공 한국과 위기국가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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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7-01 ㅣ No.684

[경향 돋보기 - 정전 60년, 한반도 한민족] 정전 60년, 절반의 성공 한국과 위기국가 북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전환한 최초의 사례.” “2차 세계대전 이후 탄생한 신생국 중 민주화와 시장화를 동시에 성공시킨 독특한 사례.” 이는 2013년 세계 10위권의 국가위상을 자랑하는 한국을 상징하는 두 표현이다.


분단체제의 발전, 한강의 기적

오늘 한국의 현실은, 전쟁의 참화와 1950, 60년대의 가난과 혼란, 그리고 70, 80년대의 정치적 격변을 겪은 나라로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연합국 병사들이 노구를 이끌고 한국을 방문하여 자신들이 흘린 피와 땀이 기적의 결실로 나타난 사실에 감개무량해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세계를 흔드는 한류 열풍과 싸이의 말춤은 한국의 발전이 비단 경제적 차원만이 아닌 문화적 차원에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는 한국의 성공이 일시적 거품이 아닌 장기적 전망 속에서 진행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징표이다. 오늘날 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 · 문화 전 차원에 걸쳐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으며, 세계 선도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정전 60년 동안 한국은 다양한 난관에도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괄목할 만한 성과의 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의 발전은 분단체제라는 민족생태계의 단절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다양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는 풍요속의 빈곤을 초래하고 있으며, 청년세대는 미래의 긍정적 비전을 품기보다는 ‘스펙 쌓기’ 속에서 창의력을 고갈시키고 있다.

다양한 사회적 갈등들은 합리적 해법의 모색이 아닌 진영 간의 대립으로 확대 재생산됨으로써 사회적 고비용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사회 ‘신뢰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계층 간 갈등, 지역 간 갈등, 그리고 세대 간 갈등 등 한국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은 신뢰의 위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신뢰의 위기의 상당부분은 분단체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정치적 독재체제 속에서 압축적 성장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한국사회는 진보와 보수라는 대립적 양대 진영을 형성했다. 문제는 양대 진영이 배타적 갈등관계에 놓여있으며, 불신관계가 구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양대 진영은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에서 대립적 갈등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갈등이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적 지형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남갈등은 한국사회 양대 진영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남남갈등은 장기간 지속된 한반도 냉전구조의 내적인 표현형태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냉전구조의 해체와 남북관계의 변화는 냉전적 패러다임 속에서 안주했던 우리에게 새로운 질서의 구축과 적응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변화는 이에 맞는 새로운 질서의 형성을 요구하는 관성을 지니며, 이는 종종 과거의 질서와 충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은 역사의 상식이다.

냉전문화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사회를 양극화시켰다는 점이다. 냉전문화는 문화적 다원성과 이념적 포용성의 형성을 극단적으로 억제했으며, 한국사회의 다양한 갈등구조에 중첩되어 투영되어 왔다. 이는 이념과 가치에 대한 사회의 이분법적 대립구조의 형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대화와 타협보다는 배제와 거부가 사회의 지배적 특성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북정책, 한미관계, 쇠고기 수입파동,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그리고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등의 이슈에 대해서 나타났던 여론의 양극화와 보혁 간의 극단적 의견 대립은 냉전문화의 영향에 따른 구체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남남갈등은 분단체제에 기인한 이념대립과 보혁진영 간의 갈등구조와 연계되어 다양한 이슈들로 재생산되는 경향을 보이며 한국사회 신뢰의 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많은 문제에도 통일미래를 구상하고 실현할 수 있는 성공한 국가로서 물적,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국가 북한과 동일시될 수 없다. 압축적 성장과정의 부정적 유산인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고 ‘신뢰사회’를 형성할 수 있는 역량이 한국사회에 잠재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시점이다.


위기국가, 북한

위기국가 북한의 가장 큰 문제는 내적 균열이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1950, 60년대 스탈린주의 양적 성장이라는 ‘착시적인 짧은 성공’에 뒤이은 만성적 · 구조적 위기는 오늘의 북한을 상징한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위기가 일시적 요인이 아닌 스탈린주의 경제체제와 유일 지배체제라는 구조적 모순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자생적 해결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위기국가 북한은 다양한 구조적 한계요인을 잉태하고 있으며, 획기적인 개혁 · 개방 조치를 통해서만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구조적 위기는 정치 · 경제 · 사회 전반의 영역에 걸쳐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김정일 생전 이미 북한은 장기간 경제난에 시달려왔다. 최소 수십만 명에서 최대 수백만 명까지 추산되는 아사자는 북한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상징한다. 북한 경제는 장기간 성장을 멈추고 있으며, 사실상 자생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경제위기 속에서 정경유착형 부유층의 형성과 빈부격차 및 계층적 위화감이 확대되고 있다. 권력형 부정부패의 확산과 아울러 생계형 경제활동 등에 대한 뇌물수수도 만연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기적인 경제위기로 북한 국가의 권위는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으며, 아사위기의 일상화는 대다수 북한주민들이 언제라도 절망적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김정은 체제에서도 구조적 위기의 해소 가능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2012년 북한이 단행한 것으로 알려진 6 · 28 방침도 근본적 한계가 있다. 통상 중국과 러시아 등 구 사회주의권의 경우 개혁 · 개방을 위해서는 치열한 이념투쟁과 갈등기를 경유했으나, 북한의 경우 개혁 · 개방과 관련된 이념투쟁이나 지도부 내의 이견 등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6 · 28 방침은 농업국가였던 중국이 1978년부터 시도한 정책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은 당시 중국과 달리 준 공업국가에 해당한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북한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공업부문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효과적인 시장화 정책과 구조조정을 수반해야 한다. 공업부문의 회복이 없는 북한 농업개혁은 한계가 있으며,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먹는 문제 해결에 부분적으로 기여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시장으로부터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2010년 화폐개혁을 통한 북한당국의 시장에 대한 강제적인 개입은 북한주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일시에 앗아가는 것을 의미했다는 점에서 북한주민들의 체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계기에 해당한다. 아울러 북한은 국제시장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점에서도 실패했다. 개성공단사업 중단사태는 북한이 투자에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결정적 계기라는 점에서 그 후유증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위기국가 북한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과 잠재력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최근 북한의 무모한 무력시위 국면에서 보이듯 김정은의 국정운영 능력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체적인 인간안보 위기 국면에 직면한 북한은 이를 해결할 자생력이 없다는 근본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 정전 60년, 북한의 오늘이다.


통일환경의 변화

한국사회의 정치 · 경제 · 사회발전과 북한 위기구조의 심화는 남북한 체제경쟁의 종식을 의미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기아에까지 이른 북한의 현 상황과 세계 10위권의 한국 경제 간 비교는 명확한 의미를 지닌다. 남북한 간 체제경쟁의 종식은 경제적 차원을 넘어 정치, 사회, 문화 등 제반 영역에서도 가능하다. 한국사회가 세계사회에 정상적으로 편입되는 동안, 북한은 고립과 구조적 위기 속에서 체제의 생명력을 소진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체제경쟁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남북관계의 근본적 변화의 기초라고 할 것이다.

한국사회의 발전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로의 정상적 편입을 의미하며, 이는 한국체제의 지배적인 행위의 기준이 민족 패러다임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합리성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친미 · 반공 군사정권과 진보성향 정권의 등장, 그리고 보수정권으로의 정권교체 등 정치적 변화과정 속에서 통일담론도 변화를 겪어왔으며, 그 주요한 특징은 민족담론의 약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국제결혼이 주요한 결혼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에서 피의 순수성에 기반을 둔 한국의 민족주의는 성격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으며, 국제사회도 한국의 단일 민족주의 경사에 대해 지적을 한 바 있다. 단일 민족주의에 대한 강조보다 자본주의 체제의 합리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한국의 세계경제 편입과정에서 전제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배적인 사회적 가치로서 민족담론의 약화와 자본주의적 합리성의 증대는 이념지향성의 약화와 아울러 실용주의의 부각과 관련이 있다. 탈이념의 세계화 조류는 이념적 가치보다는 실용적 차원의 사고와 행위의 선호를 유도하며 한국사회 역시 이와 같은 흐름에 부응하고 있다.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세계는 탈이념화와 아울러 자본주의 단일체제로 재편되어 왔으며, 단일한 세계화의 지표들을 만들어냈다. 각 국가의 개별적 특성과 조건을 반영한 이념적 지향성은 세계화의 ‘일반성’과 충돌하는 ‘특수성’으로서의 성격을 지니며, 결과적으로 세계화의 추세와 조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실용주의의 부각은 구조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일의 당위성에도 최근 여론의 추이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통일에 대한 지지는 과거에 비해 약화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특히 청소년층 등 특정 집단에서의 무관심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생활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야기하는 통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독일 사례에서 목도한 통일에 대한 경제적 부담, 남북 간의 심각한 경제적 격차, 실업 및 양극화 등 한국사회 내의 모순구조는 통일담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 볼 수 있다.


새로운 통일 미래를 향하여

정전 60년이 경과한 현재, 냉전체제의 해체와 세계화, 그리고 동북아의 새로운 변화들은 분단과 민족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통일담론의 지속적 약화는 물론 민족문제 해소를 위한 추진기반도 약화될 수 있다.

통일은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미래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믿음과 희망이 필요하다. 분단으로 인한 소모적 대치와 갈등구조를 해소하고 새로운 한민족 시대의 개척을 위해서 통일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믿음을 토대로 통일의 준비와 진행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적 차원의 냉전구조가 해소된 현 상황에서 남남갈등과 보혁 간의 갈등은 소모적 과정일 뿐이다. 다가올 통일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실질적 대비가 필요하다.

통일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완성되는 현재진행형의 시제를 갖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분단체제에서 진행된 불완전한 발전을 정상화하는 노력들을 통해 통일의 미래를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한국사회의 노력은 이를 담아내는 구심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정전 60년, 한국과 북한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는 한국이 세계사의 성공 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이해하기 어려운 위기국가의 상징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문제를 내재하고 있음에도 한국이 통일 미래를 설계하고 추진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통일은 한민족 미래개척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분단체제 아래의 발전이라는 절반의 성공이 지니는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긍정적 통일비전을 실현하려는 전 사회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사회의 압축적 성장과정은 많은 문제를 동반했으며, 이는 진영 간 신뢰의 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신뢰사회’의 형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 진보와 보수 간의 신뢰, 여야 간의 신뢰, 기업주와 노동자 간의 신뢰, 지역 간의 신뢰 등 사회갈등 제반영역의 기본적 신뢰구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북 · 통일정책에서도 국내정치적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북 · 통일정책에 관한 여야 간 신뢰관계와 아울러 남남갈등의 해소를 통해 지속가능한 남북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이 같은 점에서 통일을 위한 ‘내적 신뢰 프로세스’ 개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역대 정부 대북정책의 주요한 문제점의 하나는 남남갈등과 대북 · 통일정책의 정쟁화 구도로 인한 고비용구조이며, 이로 인한 정책 추진기반 약화라는 정책적 신뢰의 위기였기 때문이다. 대북·통일정책과 관련된 내적 신뢰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남북 간 신뢰형성 과정도 어렵다. 대북 · 통일정책의 추진에서 자신감에 기반을 둔 인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공감대 형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 조한범 -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경향잡지, 2013년 6월호, 조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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