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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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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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6 ㅣ No.46

청소년과 성

 

 

1. 흔들리는 성문화 속에 표출되는 아이들의 성

 

"어느날 한 여학생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그 여학생은 자기가 임신 2개월인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만나자고 했더니 남자친구와 같이 상담소를 찾아왔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이 여학생은 초미니스커트에 짙은 화장까지 하고 당당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서로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담 끝에 이들은 낙태를 결정했고 그에 따른 조치와 함께 피임법까지 일러줘서 돌려 보냈다.” 

 

이 내용은 어느 성상담교사의 상담사례이다. 청소년들이 정신적, 사회적으로는 아직도 유치한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다만 생리학적으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성적 가능성만을 발견하여 육체적인 행위로 옮긴 슬픈 현실의 한 단면이다. 

 

성숙된 인식으로 균형있고 책임있는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이란 단지 생리적으로 어른이 되었다는 것과는 구별된다. 생리적으로는 13-15세가 되면 이미 어른으로서의 능력을 갖는다고들 한다. 즉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라면 생체적으로는 어른이라는 것이고 이런 아이들이 ‘성’에 대한 복합적인 인식을 갖지 않은 채 육적인 성의 가능성과 능력만을 쫓아 쉽게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인한 불행한 결과는 이미 우리 주위에서 매우 흔하게 목격된다.

 

성이란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남과 여로 구별되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소질과 능력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성적인 결핍상태에 있고 다른 성을 향한 본능적인 지향성을 갖고 있다. 이런 지향성의 덕택으로 결핍된 이성과의 결합을 이루게 되고 이를 통하여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 즉 종족번식이라는 존재의 지속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성은 하나의 존재적인 결핍이면서도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에 심리적, 감각적 행복을 제공하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성을 도덕적, 윤리적인 주제에 보다 많은 가치를 두고 다뤘던 시대에는, 그 행위는 극히 제한되고 이성을 향한 노력의 감각적 쾌락을 죄악시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성을 생물학적 또는 심리적인 차원에 훨씬 더 가치를 두고 다루고 있고, 이로 인한 성의 가치에 대한 혼란이 생겨 성개방 풍조라든지 상품화, 책임없는 청소년들의 성행동 등의 부작용이 드러나기도 한다.

 

‘신비롭다, 짜릿하다, 흥분된다, 창피하다, 부끄럽다 ….’ 아이들이 얘기하는 성에 대한 느낌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성’이라는 말에서 가장 먼저 연상하는 것은 성관계?키스(38.55%), 이성?이성교제(24.8%), 사랑?순결(12.41%)이라고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성의 행위적인 부분을 연상하고 단지 유희나 쾌락의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편협된 인식은 무분별한 성행동으로 표출되어진다. 실제로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자고교생 가운데 16.2%가 성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겨레 97. 2. 7.) 또한 한국 행복한가정운동본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남녀 중고등학생들의 30.5%가 이성교제시 경우에 따라서는 순결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36.1%의 학생들은 상황에 따라 낙태를 할 수도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평화신문 97. 3. 23.)

 

“서로 좋아한다면 성행위는 무방하다고 생각해요.”(성남고 1년 L군) “어때요. 껴안을 수도 있죠. 그 정도는 약과아녜요?”(영신고 3년 C양) “키스 정도는 괜찮죠.”(수도여고 1년 J양)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죠.”(동성고 2년 k군)라고 거침없이 말하며 얼굴색하나 변하질 않았다.

 

청소년들의 성 인식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케하는 단초는 그들이 좋아하는 유행가를 통해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승철의 ‘아이 원트 유어 섹시바디’라는 음란적인 가사와, 처음 만난 남녀가 밤새 사랑을 나누고 헤어진다는 내용을 담은 쿨의 선정적인 대중가요들이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며 청소년 문화 속에서의 성의 현주소를 가늠하게 한다.

 

1) 표류하는 성은 사회문제로까지

 

이처럼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개념적 혼란의 심각성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요즘 아이들이 술집접대부까지도 아르바이트 범주에 포함시키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는 일련의 보도들이 대다수 ‘젊잖은’ 어른들을 경악케한다.

 

“하루 저녁에 10만원 정도 벌 수 있는데 시간당 천원정도밖에 주지 않는 곳에 가서 힘들게 일하는 애들은 생각이 부족한 애들이라니까요.” 가출한 후 술집에서 3일 정도 접대부로 일했다는 k여상 3학년 이현정(가명) 양의 얘기다. 서울 모여상 한 반 50명 중 10여 명이 학교수업이 끝나면 접대부 아르바이트를 하고, 방학 때는 30명 정도가 단란주점에 나간다고 한다.(동아일보 97. 5. 29.)

 

성의 본질적이고도 소중한 가치를 파악하지 못한 채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육체적 가능성만으로 이를 인식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성 개념의 혼란은 10대 임신, 출산, 낙태문제로 이어진다. 등교길 공중화장실에서 출산한 여고생, 교실에서 아기를 낳은 여중생의 이야기가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고, 낙태수술도 중?고생들 사이에서 적지 않게 이루어져 전체낙태율의 3분의 1을 웃돈다고 한다.(현대사회와 성윤리 - 아산복지재단 출간) 이와 함께 청소년들이 성적 욕구를 다스리지 못하고 일으키게 되는 청소년 성범죄율이 세계 1위라는 사실 또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2) 원인 ‘그릇된 우리의 성문화’

 

무분별한 청소년 성행동의 책임은 우리사회의 그릇된 성문화에 있으며 이는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발생한다. 그 중 주요인은 아이들이 성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왜곡된 인식이다. 

 

“어렸을 때 아빠랑 같이 텔레비젼 영화를 보는데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니까 아빠가 얼른 다른 채널로 돌리셨어요. 난 아빠의 부자연스런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졌고, 아빠가 그런 행동을 하시는 것에 대해 내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게 되었죠. 키스같은 것은 나쁜거라고 말예요.” 한 여학생이 부모의 태도를 보고 갖게 된 성에 대한 인식이다. 

 

자녀들의 성장단계에 맞춰 적절한 대화와 모범으로 성에 대한 가르침을 베푸는 일은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할 것이지만, 가장 호기심이 강렬할 사춘기 시절의 자녀와 부모 사이에는 근본적인 대화의 장벽이 드리워져 있기가 십상이고, 이런 분야에 대한 교육은 아예 팽개쳐져 있는 현실임을 여러 아이들은 증언하고 있다.

 

“성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부모님한테 얘기해요. 부모님이 성에 대해 교육을 시켜주지 않는데 우리가 고민을 말 할 수 없죠.”(동성고 2년 C군)

 

“부모님과 우리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요. 부모님들도 전혀 그걸 깰려고 하지 않고 우리도 그런 것 같아요.”(자양고 2년 K군)

 

“말 못하죠. 맞아 죽을 일 있어요. 그런 고민 이야기 하면 ‘공부나 할 것이지 어린 것이 벌써부터 큰 일이다’며 야단만 치신다구요.”(영신고 3년 L양)

 

이처럼 아이들은 부모의 무관심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급기야는 ‘등교길 여중생출산’이라는 사실을 낳은 것이다.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주로 보는 장소가 가정이라는 사실도 부모의 무관심의 정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학교 또한 형식적인 성교육으로 청소년의 성문제를 부추기는데 한 몫 하고 있다.

 

“요즘 학교에서는 체육교사나 양호교사가 성교육을 실시하도록 되어있는데 생물학적인 성에 대한 내용을 다룬 비디오만 보여주고 있을 뿐이예요. 그나마도 국?영?수 중심의 입시교육 체제 때문에 해묵은 비디오 상영마저도 하지 않는 학교가 많죠.” 보라매청소년회관 임미영 양호교사는 학교의 성교육 실상을 이렇게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교사들에게 있어요. 교사들부터 올바른 성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여학교에서는 ‘남자는 무조건 늑대다.’ 하는 반면 남학교에서는 ‘책임질 일만 조심해라.’하며 원론적인 부분은 배제한 채 왜곡된 결과만 가르치고 있는 현실이예요.”라고 덧붙인다. 

 

심지어 각 구청에서는 관내 한 학교씩을 선정, 성교육 전문강사를 초빙해서 성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입시공부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며 거절하는 학교장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성행위를 묘사한 듣기에도 낯뜨거운 대중가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음란비디오테이프, 음란출판물, 인터넷 · PC통신 가상공간에서의 음란물 등 현란한 대중매체를 통해 잘못된 성지식을 얻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것들과의 반복적인 접촉을 통해 감각적, 행위적 측면만을 성의 모든 것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왜곡된 성 인식을 갖은 청소년은 이제 호기심의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소유하고 있는 자신의 육체적인 가능성을 발휘할 기회를 틈틈이 찾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보다 성숙한 성 인식을 갖는데 장애가 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이중적이고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있다. 10대들이 술시중을 드는 이른바 ‘영계술집’을 즐겨찾고 딸과 같은 아이에게 돈 몇 푼 쥐어주며 2차 가자고 유혹하는 것도 다름아닌 어른들이다. 아이들을 타이르고 선도는 못할 망정 비행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 큰 충격은 여중고생들의 40%가 학원, 과외, 학교 교사들로부터 성추행, 성희롱 등의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다.(동아일보 97. 6. 15.) 이 중 학교 교사가 60%를 차지한다니 딸아이 학교 보내기 겁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만도 하다. 

 

“딸을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아요. 제발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기가 막혀요. 어른들이 애들을 필요로 하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죠?” 하는 학부모들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왜 안나오겠는가. 

 

3) 가정, 학교, 사회가 제 역할 다해야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가정, 학교, 사회가 갖고 있는 자신들의 고유한 역할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정과 학교는 입시교육에 쫓긴다는 이유로, 낯뜨겁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떠넘기지 말고, 현실적으로 필요한 성교육을 실시하고 더불어 아이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보이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사회는 현란한 대중문화를 억제하고 건전한 풍토를 조성하는 등의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는 정화 운동을 펼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성은 이미 완성된 상태로 우리에게 주어진 육체적?심리적 가능성이라는 어른들의 단순한 생각을 고쳐야 할 것이다. 오히려 성은 우리 스스로가 끊임없이 완성시켜 나가야 할 그런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이를 단지 “바르게만 사용하면 된다.”는, 혹은 “마음대로 즐길 수 있다.”는 입장을 떠나서 균형있고 책임감있는 사랑을 통하여 자기 존재의 궁극적 가치를 실현시키는 하느님의 커다란 은총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어른들 세대가 성 인식을 올바르게 갖고 있다면 혼란스런 성적 충동의 갈등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본보기와 가르침으로 성에 대한 바른 가치관과 인식을 심어 줄 수 있겠으며, 그들을 나락으로 빠져들게 하는 온갖 유혹이 담긴 사회적 여건들을 정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소정]

 

 

2. 가톨릭 교회의 청소년 성교육의 방향

 

2000년대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급변하는 사회환경과 함께 청소년 성교육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걱정을 하면서 대처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성교육에 대한 관심은 우리들만의 고민은 아니다. 작년 10월 경에 가족계획협회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성문제 세미나’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도 올바른 청소년 성교육의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탈선에서 빚어지는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피임방법이나 성병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측과,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는 반대 여론을 제시하는 것을 보면서 오늘 교회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이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풍요로운 물질문화는 정신적인 빈곤과 윤리 부재의 사회를 조성하였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성을 쾌락의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아이들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탈선을 하면서도 그것이 자신과 사회에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편이다. 

 

1) 부모의 고정관념깨기에서 출발

 

올바른 성교육은 우선 우리 모두가 성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는 과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성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역할 중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성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인식 해야 한다.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1시간 혹은 2시간 정도의 교육은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설문 조사(93년에서 97년 겨울까지 교회의 성교육전 설문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성에 대한 정확한 개념에서 사춘기 발달 과정, 심리변화, 아기 출산의 원리, 낙태, 성병, 인공피임방법의 부작용, 자연법적 가족계획 등 성에 대한 책임감과 성의 올바른 사용 등에 대한 모든 과정을 시청각 교제와 강의, 그룹토의 등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에게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심어줘야 한다. 동시에 성폭행에 대한 부분까지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과정이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따라 부모가 실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부모 자신들은 남녀가 결혼을 통해 한가정을 이루는 것이 사랑에서 출발하며, 이 사랑은 인격과 인격의 만남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동시에 성은 사랑을 성숙시키는 가장 고귀한 선물이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임을 인식하도록 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녀가 태어나고 한 가정이 공동체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부부는 성에 대한 올바른 개념과 부부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몸소 체험하고 가정 자체가 성과 사랑을 성숙시키고 고통과 희생을 극복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 현실은 이런 모든 것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하고 자녀를 출산하므로써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부모의 역할에도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많은 부모들이 청소년 성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역할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성교육을 위해 모든 것은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성에 대해서 물어오는 모든 부분을 단답형으로 그 수준에 맞게 대답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특히 엄마는 성에 대한 나름대로 지식을 익혀야 한다. 

 

2) 성의 눈높이 교육 필요

 

부모로서 성교육을 하는 것이 당장 본인에게 힘들다면 전문가의 도움이나 책을 통해서 그 수준을 끌어올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은 인간의 성장 안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적 문제를 피하거나 덮어두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살펴본다면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학동기, 사춘기 전기, 사춘기 중기, 사춘기 후기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 때의 심리 변화와 발달과정을 알고 이해하면서 자녀들과 계속적인 대화가 중요하며 고통이나 기쁨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성에도 눈높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녀들도 하나의 인격체임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직 어리고 힘은 미약하지만 나름대로의 판단 능력이나 분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의 감정에 따라서 자녀를 야단치거나 칭찬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어 초기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아도 사춘기에 많은 문제로 나타날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부모의 역할은 힘들고 어렵지만 부모의 삶 자체가 자녀에게는 거울로 반영되기 때문에 부모의 삶이 성실하고 올바르게 살고 있다면 자녀 교육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자녀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성장하니까 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 자신이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자녀를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으면서 잘못을 꼬집고 야단치기보다는 아이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 자녀들과의 관계가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과 사랑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자녀는 화초와 같아서 적당한 사랑, 훈계, 아낌없는 보살핌 속에서 그들의 인격과 사랑이 성숙되며 고통을 이겨내는 능력과 부드러움이 싹트기 때문이다. [조송자(한국 행복한 가정운동 회장)]

 

 

3. 청소년들의 자위행위에 대하여

 

요즘 남자고등학생의 80%이상, 여고생의 30% 정도가 자위행위를 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실제 오늘날의 청소년은 12~13세가 되면 신체적으로 성숙할 만큼 성숙하여 어른과 다름없다. 그러나 청소년은 아직도 정서적으로 혹은 사회적인 역할면에서 어른이 되기까지에는 10년 이상의 교육과정과 준비가 필요하다. 

 

신체적으로는 성인이 되었으나 정서적 사회적으로 미숙해 결혼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적으로나 관습적으로 결혼한 또는 그 연령층 남녀간에 행할 수 있는 성행위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성적인 충동과 욕망을 어떻게 조절 발산하느냐가 청소년의 매우 근본적이고 심각한 갈등이 되겠다. 

 

성적 욕망과 충동은 십대 말, 이십대 초에 가장 절정에 이르기 때문에 부모나 기성세대는 이러한 청소년의 어쩔수 없는 갈등을 먼저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이 본능으로서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성적인 욕망과 충동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가장 쉽게 자연 발생적으로 또는 수많은 성적 영상물과 서적을 통하여 배우게 되는 것이 자위행위일 것이다. 만일 자위행위라는 돌파구가 없다면 아마도 청소년들은 성적 욕구의 해소를 위해 직접 성의 대상을 찾게 될 것이고 그러면 혼전 성교 등 남녀관계 문제는 대혼란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1) 의학과 정신의학에서 보는 자위행위 

 

과거 한 때에는 자위행위로 인하여 여러 가지 신체적인 질병이 올 뿐만 아니라 뇌의 성장에도 영향이 있고 심지어는 자위행위로 인하여 정신병까지 생긴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자위행위로 인하여 신체적인 질병이나 정신적인 질병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는 자위행위로 인하여 어떠한 질병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걱정이 지속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누구나 자위행위 자체에 대해 심리적 갈등과 죄책감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나 의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자위행위는 이성과의 직접적인 성접촉을 통하여 성적인 욕망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스스로가 그 욕망을 발산하는 방법으로 결혼하지도 못하고 남녀 데이트도 하지 못하는 청소년에게는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해결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위행위는 의학적으로나 정신의학적으로 비정상적인 행위로 보지 않으며, 다만 모든 것을 과다하거나 과소할 때 문제로 여기는 것처럼 자위행위를 너무 자주하거나 이에 너무 몰두하여 다른 활동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초래된다면 문제시 된다.

 

지나치게 자위행위에 몰두하는 청소년을 원인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스트레스의 해소책 : 청소년들은 공부에만 얽매여 적절한 운동이나 활동은 하지 못함으로 불안과 스트레스는 쌓일대로 쌓여 있으며 그 해소책으로 자주 자위행위를 한다.

 

2. 우울한 상태 : 우울하고 즐거움을 누릴 어떤 활동이나 여건이 여의치 못할 경우 그 돌파구로 혹은 쾌락의 추구로서 자위행위가 많이 행해질 수 있다. 

 

3. 자신의 남성성이나 여성성에 대해 자신이 없고 의구심을 가질 경우에 자신도 성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단으로서 자위행위를 행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4. 강박적인 자위행위 : 즐거움이나 쾌락의 추구보다는 강박적인 행동의 일환으로서 자위행위가 기계적으로 자주 수행되는 수가 있다.

 

5. 환경요인 : 청소년들이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성적인 충동과 욕망을 승화시킬 수 있는 활동, 예를 들어 운동이나 예술, 음악활동, 건전한 남녀의 접촉, 취미활동 등이 매우 제한되거나 거의 허용되지 않음으로써 성적인 에너지와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간접적인 방법들이 차단이 되기 때문에 자위행위가 많이 행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들을 제외한다면 자위행위가 그렇게 자주 행해질 이유도 없고 큰 문제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잦은 자위행위에 몰두하는 경우에는 그 원인문제를 다루어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자위행위는 그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자위행위를 자주 하게 하는 원인적인 것이 더 큰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원인들을 살펴보며, 청소년들이 자위행위의 충동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는 데는 청소년은 물론 부모들도 청소년의 성 발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청소년의 갈등에 대해 공감하는 노력이 있어야함을 알게 된다.

 

한편 자위행위를 전혀 하지 않는 학생은 모범학생인가? 자위행위를 하지 않는 학생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성적인 충동과 욕구를 느끼기는 하나 ‘자위행위는 나쁘다.’ 또는 ‘죄악이다.’라는 생각에 이를 억제를 하는 경우가 있겠고, 다른 하나는 자위행위뿐 아니라 성 자체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이거나 성의 존재를 부정하고 성에 대하여 전혀 흥미가 없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절제력을 가지고 있는 정상적인 청소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오히려 병적이라고 볼 수가 있다. 정상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성에 대한 관심과 성적인 욕구를 느끼고, 이를 적절히 표현하고 승화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위행위를 너무 자주하고 이에 집착하는 경우나 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경우 모두가 정신적, 정서적, 심리적, 문제성을 가진 청소년들로서, 이들은 자위행위 때문에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그 원인적 요소 때문에 상담이나 정신과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2) 교회의 입장과 청소년 욕구의 딜레마

 

교회는 자위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죄가 되며 따라서 해서는 안된다는 공식적인 입장 외에 청소년들이 현실적으로 갖고 있는 성적 욕구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대하여는 함구무언이다. 신자인 필자 자신도 부모나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권유할까 망설이게 된다. 자위행위가 청소년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행해지는 성적충동과 욕구의 표현이며 의학적으로나 정신의학적으로 문제가 안된다고는 하나, 자위행위에 뒤따르는 죄책감이나 후회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무엇인가 자연스러운 행위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성행위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의 표현으로서, 관계의 유지로서, 또는 후세를 낳고자 하는 생식의 수단으로서의 큰 목적이 있는데 이런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자기 혼자 스스로의 자극을 통한 성적 욕구의 충족이란 무엇인가 떳떳하지 못하며 단지 ‘쾌락의 추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교회의 가르침에서는 모든 죄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나약한 인간이기에 범할 수밖에 없는 죄가 있듯이 아마 자위행위도 그런 죄 중의 한 종류가 아닐까 싶다. 따라서 교회에서 하지 말라는 행위를 했다고 해서 너무 큰 죄책감과 후회 속에 자신을 질타하기보다는 다시 한 번 이를 극복하고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각오로서 성적인 충동과 에너지를 다른 건전한 활동과 취미 등 좀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써나가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부모도 청소년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녀의 자위행위에 대해 알게 될 때 야단법석과 벌을 주기보다는 대화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부모는 건전한 성의 의미와 기능 그리고 성의 성스러움과 아름다움 등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고 자녀 스스로가 자위행위에 몰두하지 않고 또한 이로 인하여 큰 죄악감 속에 파묻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홍강의(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과장)]

 

[살레시오 가족지, 1997년 7월호(25호) 특집 기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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