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다른 사람의 마음에 쏟아 넣으려는 노력(상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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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3-03 ㅣ No.862

[레지오와 마음읽기] 다른 사람의 마음에 쏟아 넣으려는 노력(상위효과)

 

 

다음 두 상황에서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 보자. 얼마 전 새로운 곳으로 이사한 나는 친구를 사귈 겸 동네 모임에 참석하려고 한다. 나는 이번 기회에 이 동네에서 정말 친한 친구를 만들고 싶다. 나갈 채비를 거의 다 마치고 손목시계 두 개 중 어떤 것을 차고 나갈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하나는 값비싼 브랜드의 시계이고, 다른 하나는 저렴한 가격대의 시계이다. 두 개가 다 입은 옷과는 잘 어울린다. 내가 어떤 시계를 차고 나가야 사람들이 나와 친해지고 싶어할까?

 

이제 다른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이웃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왔고, 그 사람을 동네 모임에서 처음 보게 되었다. 모임에서 낯선 사람 두 명을 보았는데 한 명은 수수한 차림이었고, 다른 한 명은 명품에 비싼 시계를 차고 있었다. 나는 누구와 더 친구가 되고 싶어질까?

 

‘신분 뽐내기 역설’이라는 이 실험은 2010년 예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그 결과가 주목할 만하다. 처음 상황에서 실험자 대부분은 좋은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비싼 시계를 차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답하였다. 자신이 잘 나가는 사람이라고 드러내면 사람들이 호감을 가질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이웃의 관점이 되자 달라졌다. 대부분이 앞의 대답과는 반대로 수수한 옷차림의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던 것이다.

 

이처럼 같은 상황이라도 처한 입장에 따라 우리들의 생각이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사실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고 싶다면 그들의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고 그렇게 행동해야 성공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자주 친하고 싶은 사람 앞에 비싼 시계를 차고 나가는 실수를 한다. 이처럼 자기중심적인 편견에서 벗어나 남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듣는 사람의 생각이나 수준과 메시지가 차이가 클 경우 반발만 사

 

‘같아야 할 것들의 차이’를 일컫는 ‘상위(相違)’라는 단어를 쓰는 ‘상위효과(Discrepancy Effect)’(=격차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준이나 생각이 메시지와 얼마나 다르냐에 따라 전달 효과가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즉 듣는 사람의 생각이나 수준과 메시지와의 차이가 적당하면 메시지를 통해 듣는 자의 태도가 변하지만, 지나치게 클 경우 태도가 변하기는커녕 오히려 반발만 산다는 것이다. 사실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듣는 것은 지루할 뿐만 아니라 집중력도 떨어지고, 무관심에 거부감까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잘 모르는 주제나 주장에는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 되어 있는데, 이때 듣는 자와 메시지의 수준 차이에 유의해야 한다.

 

상위효과에 의하면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메시지는 마음의 문을 닫게 하여 소통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눈높이 교육이 효과가 있는 이유이다. 그러니 강의든 설득이든 협상이든 소통할 때는 가장 먼저 듣는 이의 수준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기중심적인 데다 특히 지식의 저주(어떤 지식을 알게 되면 그 지식을 모르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 본 칼럼 2020년 9월호 참조)에 갇히게 되면 소통은 실패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B형제는 퇴직 후 오랜 냉담을 풀고 성당에 나오게 되면서 자연스레 레지오 단원이 되었다. 마침 자신을 따랐던 부하직원에게 영세 권면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예비자 입교를 두 달 정도 앞두었을 때 딱히 이유를 말하지 않고 갑자기 입교를 거부하였다고 한다. 이에 놀란 B형제는 활동보고 시간을 이용하여 단원들에게 도움을 구한 결과 새 영세자를 소개받았다. 그리고 그를 통해 입교 전에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해 듣고, 다시 대화를 시도하여 부하직원의 입교 거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부하직원은 이렇다 할 종교가 없었지만 부모님이 불교였는데, 한 친척이 부모와 종교가 다르면 힘든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렇지 않아도 우연한 일로 힘들었던 그는, 불안과 두려움이 커져 입교를 거부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B형제는 새 영세자의 도움으로 그의 마음을 잘 달래 주었고 결국 교리반으로 인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조언을 해 준 새 영세자도 입단하여 함께 활동하게 되었다.

 

그는 말한다. “저에게는 삶이 어려울 때 종교가 주는 위안이 컸습니다. 그래서 입교의 필요성을 거기에 맞추어 강조했는데 그게 소용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종교를 바꾸려 해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한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아끼던 부하직원이라 생각이 저와 비슷할 거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과 감정, 생각 등은 섣불리 추측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방법은 본인에게 직접 물어 확인하는 것이더라구요.”

 

 

교본을 아는 것은 건물의 기초를 다지는 일과 같아

 

레지오 마리애는 왜 하필 ‘레지오’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알고 있는가? 또한 레지오는 왜 규율과 규칙을 중요하게 강조하는지 말할 수 있는가? 뿐만 아니라 성모님을 닮고자 하는 다른 단체와 레지오 마리애의 결정적인 차이를 알고 있는가? 나아가 레지오 단원의 활동은 막연한 선행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다면 나는 단원으로서 교본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교본을 공부하지 않고서는 레지오 활동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없다’(교본 299쪽)는 말을 기억하고 교본연구에 힘써야 한다. 교본을 아는 것은 건물의 기초를 다지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한편, 교본에 대한 단원들의 이해는 단원 경력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러니 교본연구 시간에 교본을 한번 읽고 그냥 넘어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단원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교본 읽기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처럼 오히려 레지오에 대한 애정을 잃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본연구는 먼저 한 단원이 일정량을 미리 연구하여 그 내용 발표하면, 그것을 토대로 단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묻고 답하는 형식이 바람직하다. 그러면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도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대화가 흐를 가능성도 있지만,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크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본연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을 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최상의 보화를 다른 사람의 마음에 쏟아 넣으려는 노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교본 488쪽)라는 말처럼, 성공은 얼마나 많은 것을 아느냐가 아니라 아는 것을 얼마나 실행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복음 전파는 권세 있고 부유한 사회 계층으로부터 억압받고 있던 힘없고 미천한 사람들을 통해서 이루어졌다.’(교본 488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3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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