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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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금쪽같은 내 신앙11: 인생을 뒤바꾸는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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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8-08 ㅣ No.1969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11) 인생을 뒤바꾸는 만남


내 삶에서 그분이 차지하는 위치는

 

 

우리 삶에는 다양한 만남이 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 있는가 하면, 깊은 우정이나 사랑으로 발전하는 만남도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이나 운명을 뒤바꿀 중요하고 결정적인 만남도 있다. 우리의 지난 삶을 돌아볼 때, 어떤 만남이 있었나? 그 안에 나의 삶에 깊이 각인된 만남,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만남은 어떤 것이었나?

 

복음서에는 예수님을 만난 수많은 이가 등장한다. 어떤 이는 우연히 길을 걷다, 어떤 이는 병으로 사경을 헤매다, 어떤 이는 악령의 괴롭힘으로 고생하다, 어떤 이는 중병에 걸린 자식을 구할 방법을 찾아 헤매다 그분을 만났다. 군중들 틈에서 그분을 멀리 바라만 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분의 부름을 받고 그분을 직접 대면하여 구원을 경험한 사람도 있다.

 

예수님과의 그토록 다양한 만남이었지만, 그 만남이 삶에서 결정적이었다는 것은 공통적이지 않았을까. 적어도 사도들의 삶에서 그러했다. 그들은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갖고 있었다. 고기 잡는 일을 하는 사람, 세금을 걷는 사람, 빼앗긴 나라의 해방을 꿈꾸며 혁명을 준비하던 사람 등. 기질이나 성격도 달랐고, 능력이나 인품도 천차만별이었다. 그런 이들을 예수님께서는 제자로 삼으셨고, 공동체 삶을 통해 양성하셨으며, 사도로 파견하셨다. 그들의 삶에서 스승 예수님과의 만남은 결정적이었다. 그 만남은 그들의 삶을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하였고, 삶에 결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였으며, 그분을 따르는 길에 제자들이 온전히 투신하도록 하였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을 만난 사람이며, 그분을 그리스도요 주님으로 고백하며 따르는 사람이다. 우리도 복음서에 나오는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삶을 살아왔고, 다양한 방식으로 예수님을 만나 알게 되었다. 그런 우리가 제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와 예수님과의 만남은 교회의 삶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수님을 따르는 신자들(성직자와 수도자를 포함한!)과 함께하는 교회 공동체 생활을 통해, 교회 안에서 선포되는 하느님 말씀과 거행되는 성사를 통해 우리는 각자에게 건네시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 지극한 사랑으로 나에게 전해지는 그분의 인격을 만나며, 우리 안에 우리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의 현존을 깊이 경험한다. 또한 그분의 삶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각자의 삶 안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와 애덕의 실천을 통해, 그분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깨닫는다. 관건은 우리 삶 안에서 얼마나 그분의 현존을 의식하고, 그분과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느냐일 것이다.

 

요한 복음서는 제자들이 예수님을 처음 만난 날의 정황과 그 시간까지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보아라.” 하시니, 그들이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요한 1,39) 그분과의 만남이 얼마나 강렬한 것이었기에 그 시간까지 기억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예수님을 만난 그 날의 정황과 그 시간을 기억하는가? 그분을 만난 첫인상은 어땠나? 그분께서 지금도 나의 삶 안에 함께 계심을 의식하고 있나? 누군가 나에게 예수님에 대해 물을 때 자랑스럽게 답할 수 있을 만큼 예수님에 대해 알고 있는가? 내 삶의 중요한 순간들, 가장 일상적인 일까지도 나눌 만큼 그분과 친밀한 우정을 나누며 살고 있나? 나는 나의 삶 안에 그분을 중요한 분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분께 중요한 자리를 내어드리고 있는가? 아니면 성당에 올 때만 자리를 내어드리는 분일 뿐인가?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8월 6일,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겸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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