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말씀과 레지오 마리애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4-10 ㅣ No.864

[레지오 영성] 말씀과 레지오 마리애

 

 

“성경이 총 몇 권이지?”

 

“네. 세 권입니다. 저희 집에는 아빠, 엄마, 제 것까지 총 세 권이 있습니다.” (^^;;)

 

신부님의 진지한 질문에 어떤 학생의 솔직한(?) 대답이었습니다. 현재 그 학생은 신학교에 입학해서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따르며 사제의 길을 잘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일 년 중 대다수의 천주교 신자들이 성경 말씀을 가장 많이 듣고 묵상하는 시기가 성주간 때일 것입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의 수난 복음에서부터 성삼일의 미사와 여러 예식 안에서 성경 말씀은 주님의 수난과 부활을 ‘기념’(anamnesis)하게 해주기에 그러합니다. 그런데 평상시에는 성경 말씀을 별로 가까이하지 않거나, 미사 참여시에도 매일미사 책이나 매일미사 모바일 앱으로 성경 말씀의 일부분만을 잠시 접하는 분들도 적잖이 있습니다.

 

주님은 성체와 말씀으로 우리에게 현존하고 계십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성사의 은총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겪었던 신앙생활의 큰 혼란은 평소 성경 말씀과 친숙하지 않은 우리의 민낯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점에서 그리스도인이 성사의 은총 안에서 말씀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신 사명

 

마태오 복음사가는 주님이 세우신 교회와 세례받은 그리스도인의 존재 이유를 부활하신 주님께서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으로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레지오 마리애의 수호성인인 바오로 사도는 복음 선포를 자랑거리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있어 복음선포는 의무이고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참으로 불행하다며(1코린 9,16 참조), 부활하신 주님을 전하는 사명에 온전히 투신하였습니다.

 

세례성사를 통해 주님의 백성이 된 이들은 복음을 전하신 그리스도의 예언자직에 이미 참여하고 있습니다. 프랭크 더프 역시 레지오 마리애가 복음 선교의 사명을 깨닫고 체계적인 조직을 이루어 복음화에 투신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성체성사의 은총 안에서 우리 자신이 먼저 말씀으로 복음화될 필요가 있음을 말씀과 항상 함께하신 성모님의 삶을 통해 되새겨 보게 됩니다.

 

 

2. 말씀과 성모님의 삶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닮아가야 하는 분은 레지오 마리애의 영성 그 자체이신 성모님이십니다.

 

구세주의 탄생 전, 천사의 예고를 받은 성모님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26-38)라며, ‘말씀을 믿고 온전히 받아들이신 신앙인’의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엘리사벳으로부터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이라는 증언을 받으며,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고 확신하신 복된 신앙인’의 본보기도 성모님이십니다.

 

구세주의 탄생 후, 성모님은 목자들이 아기 예수님을 뵙고 전하는 말들에,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라고 합니다. 소년 예수님을 성전에서 잃었다가 다시 찾았을 때의 일들과 어린 아들의 말씀에도,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루카 2,51)하며, ‘말씀(예수 그리스도)을 마음에 오래 간직하고 되새기며 구원의 증인이 되신 신앙인’이 성모님이십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도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라.”(요한 2,5)고 전하며 주님의 첫 표징을 이끌어내신, ‘말씀의 능력을 믿고 실천으로 인도하신 신앙인’이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3. 주님 말씀 안에서 복음 선교를 실천해 나가는 레지오 마리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모든 복음화는 성경 말씀에 기초하기에 말씀을 경청하고 묵상하며 말씀을 실천하고 증언하는 신앙생활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교황님은 복음화의 원천인 성경 말씀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끊임없이 하며, 주님 말씀이 모든 교회 활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복음의 기쁨’ 174항 참조).

 

부활하신 주님의 복음은 사도들을 통해 증언되었고, 오늘날에는 모든 사제와 그리스도인들 특히 복음 선교의 군대인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을 통해 널리 전해지고 있습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성모님을 닮아 믿음으로 말씀을 받아들이고 일상생활 안에서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복음을 충실히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복음을 전하고 부활을 증거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삶에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보호자이신 성모님의 전구가 늘 함께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4월호, 김경호 바오로 신부(대전교구 사목국장, 대전 Re. 담당사제)]



19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