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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현대 가정이 직면한 힘듦과 어려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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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1-04 ㅣ No.1313

[신앙 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현대 가정이 직면한 힘듦과 어려움들

 

 

출산율

 

오늘날 저출산 위기에 관한 담론을 자주 접합니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로 자라와서인지 왠지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1970년대에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를 자주 들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라는 표어가 유행했습니다. 국가가 산아제한과 피임을 독려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아이가 미래입니다”라는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출산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저출산은 생산력 인구의 감소를 초래해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가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게 할 위험을 낳습니다. 저출산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생명 공학의 발전, 산업화, 성 혁명, 인구 과잉의 공포, 경제적 문제 등이 출산율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사랑의 기쁨’ 42항 참조). 또한 소비주의 문화 역시 “사람들이 그저 자신의 자유와 삶의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서 출산을 단념하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42항). 저출산의 요인은 사회 구조적 문제, 문화적 세태, 세대 문제 등 복합적입니다. 저출산의 문제는 단순히 국가의 정책과 교회의 윤리적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다양한 차원에서, 복합적 방식으로 노력해야 할 시대적 과제입니다.

 

 

불안정한 가정들

 

오늘날 가정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혼외 자녀들이 많고, 그 가운데 많은 아이들이 외부모와 살거나 재혼 가정 안에서 자랍니다”(45항). “대도시와 그 교외 지역에는 이른바 ‘거리의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45항). 결혼 관계의 해체는 자녀들의 생활 환경과 정서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혼모와 미혼부의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부모 가정과 조손 가정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상 가정’과 ‘결손 가정’으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결손 가정이라는 표현은 편견과 차별의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사랑 넘치고 화목한 가정에 대한 이상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정상 가정이라는 표현 속에 담긴 이데올로기적 차별이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불안정한 가정들이 발생하는 것은 주로 혼인 관계의 해체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가정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다른 내부적 외부적 요인들도 많이 있습니다. “전쟁, 박해, 빈곤, 불의의 상황에 따른 가정의 강제 이주는 자주 생명을 위협하는 우여곡절이 많은 여정이 되며, 그래서 사람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고 가정들은 불안정하게 됩니다”(46항).

 

이민과 이주는 가정의 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한국 사회 안에도 다양한 민족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주해와서 살고 있습니다. 이민과 이주 가정을 위한 사회와 교회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민과 이주 가정들의 “고국의 문화, 인성 교육과 종교 교육, 영적으로 풍요로운 예식과 전통”은 존중되어야 하며 그들을 위한 특수 사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46항).

 

 

힘든 가정들

 

가정 안에 장애인이 있을 때, 그 가정은 여러 차원에서 힘든 일들을 겪게 됩니다. “장애는 갑작스럽게 삶을 파고들어 예상치 못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며 가정의 안정과 바람과 기대를 송두리째 뒤엎어 버립니다”(47항) 솔직히 말하면, “장애아라는 어려운 시련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장애인의 현존을 신앙심으로 받아들이는” 가정이 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장애인을 위한 돌봄과 봉사가 사회적으로 체계화 되어 있지 않고 오직 가족 구성원들의 헌신과 관심에만 맡겨진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적 돌봄과 봉사 없이 오로지 가족들의 헌신과 노력만으로는 너무나 힘든 여정입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신앙과 사랑으로 장애인을 돌보는 가정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가정들은 생명이라는 선물에 충실한 고귀한 모습을 교회와 사회에 보여줍니다. 이러한 가정은 교회 공동체와 함께 약함의 신비를 환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길을 가며 이전에는 예상치 못한 태도와 언어, 이해와 공감의 방식을 발견하게 됩니다. 장애를 지닌 이들은 가정을 위한 선물이며,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돕고 하나가 되는 기회가 됩니다”(47항). 조금은 이상적인 선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이 있는 가정을 위한 교회와 신앙인들의 이해와 공감, 헌신과 노력이 더 절실히 필요합니다.

 

가정 안에서 노인들의 존재 역시 때때로 힘듦과 부담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의 슬픈 현실입니다. “고도 산업 사회에서 출생률은 낮아지는 반면에, 노인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부담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 노인들에게 필요한 돌봄은 종종 사랑하는 이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48항).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노인들 역시 취약한 세대입니다. 노인들을 위한 가정의 돌봄이 절실히 더욱 필요합니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 대한 존중”과 가정과 가족의 품 안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주님 파스카 신비 안에서 완성에” 이르도록 하는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48항).

 

 

경제적 빈곤의 가정들

 

자본주의와 물질주의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일들 가운데 하나는 경제적 빈곤입니다. 경제적 빈곤을 겪고 있는 가정들의 어려움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됩니다. 경제적 빈곤 속에 있는 가정들에 대해 교회와 신앙인들은 따뜻한 연민과 사랑의 시선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아주 직설적으로 솔직담백하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가정이 직면한 문제들은 종종 훨씬 힘겨운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가 직장에 나가 있는 동안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길 수 없어 혼자 놓아두는 경우에, 그 아이는 모든 위험에 노출되어 인격적 성숙에 위협을 받게 됩니다. 궁핍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이러한 어려움에 교회는 그들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받아들이는 데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며, 엄격한 기준만을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엄격한 기준은 하느님 자비를 보여 주어야 하는 교회가 이들을 심판하고 버렸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49항).

 

 

행복한 성가정이란

 

저출산,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재혼 가정, 이민과 이주 가정, 장애인과 노인을 돌보아야 하는 가정, 경제적 빈곤의 가정. 오늘날 가정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어려움과 힘듦을 겪고 있습니다. 행복한 성가정이란 외적으로 모든 것이 갖춰진 가정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처한 가정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신앙과 사랑으로 그 힘듦과 어려움을 견디며, 주님을 향한 성가정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는 가정일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12월호, 정희완 사도요한 신부(안동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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