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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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이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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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04 ㅣ No.246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11) 이새나무


그림으로 전하는 신앙의 족보

 

 

- 생드니 성당 ‘이새나무’(Jesse Tress) 창, 1144년, 파리, 프랑스.

 

 

“이새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나오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야훼의 영이 그 위에 내린다. 지혜와 슬기를 주는 영, 경륜과 용기를 주는 영, 야훼를 알게 하고 그를 두려워하게 하는 영이 내린다”(「공동번역 성서」 이사 11,1-2).

 

프랑스 파리 생드니수도원 성당에 설치된 ‘이새나무’는 스테인드글라스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글 서두에 언급한 이사야서 예언을 예술적으로 해석해 나무의 형상으로 예수의 가계(家系)를 표현한 이 도상은 생드니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전에 필사본에서 유사한 도상이 시도된 바 있었으나, 이새나무의 결정적인 양식이 확립된 것은 쉬제르 아빠스에 의해서였다.

 

이새나무 창 오른쪽 하단에 이 창을 봉헌하는 쉬제르 아빠스의 모습이 표현된 것만 보아도 이새나무가 생드니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대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새나무는 생드니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유일하게 창 전체에 하나의 주제를 그려내고 있다.

 

이새나무 도상에는 나무뿌리와 같이 바닥을 받치고 누워 있는 이새의 몸에서 뻗어 나와 자유분방하게 그려진 나뭇가지들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영적, 육적 조상들인 예언자와 왕들이 표현돼 있다. 그리고 이어서 성모 마리아와 예수 그리스도로 이어지는 형식이다. 아래로부터 이새, 다윗 왕 그리고 다른 두 인물을 지나 작품 상단으로 시선을 옮기면 성모 마리아와 예수 그리스도 상을 마주하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는 원형의 프레임 안에 놓인 7개의 성령의 비둘기에 에워싸여 작품 맨 위쪽에 위엄을 갖추고 자리하고 있다.

 

동일하게 구획된 6개의 패널 정중앙에는 양손으로 나뭇가지를 쥐고 나무 기둥에 걸터앉아 있는 인물들이 수직으로 일렬로 배열되어 마치 그림으로 표현된 족보와 같은 인상을 준다. 성경에 설명된 예수 그리스도의 긴 족보(마태 1,1-17; 루카 3,23-38)를 4~5명의 인물로 압축하여 장구한 생명을 이어온 나무의 상징과 결합하여 표현한 것은 뛰어난 예술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생드니성당의 이새나무는 맨 아래 패널에 등장하는 이새와 그 위에 다윗 왕이 19세기에 복원된 것 외에 대부분이 12세기 당시 모습을 보존하고 있어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더욱 높이 평가되고 있다.

 

- ‘이새나무’ 스테인드글라스를 봉헌하고 있는 아빠스 쉬제르의 모습. 생드니 성당 이새나무 창 하단 오른쪽.

 

 

자연의 일부이면서 초자연적인 상징적 존재로서 ‘나무’는 성경 곳곳에 등장한다. 선과 악을 분별하는 지혜의 나무에서부터 뱀으로 변한 모세의 나무 지팡이,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못 박힌 나무 십자가가 상징하는 생명과 구원의 나무는 오랜 세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생명을 이어가는 존재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한 새롭고 영원한 삶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생드니 성당에서 시작된 이새나무 도상은 이후 12세기에 샤르트르 대성당, 13세기 스트라스부르, 르망, 보베, 앙제, 수아송 성당과 파리 생트 샤펠 등 여러 성당에 도입되어 유행했다. 중세 전반에 걸쳐 프랑스와 영국에서 유행한 이새나무 도상은 14~15세기까지 이어졌으나, 생드니 성당에서와 같은 전형적인 표현 양식에서 변형된 형태로 전개됐다.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이새나무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당시 성경의 말씀을 독창적인 예술적 표현으로 구현해낸 중세인들의 위대한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도 이새나무와 같이 창의적인 조형 언어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이 구현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평화신문, 2016년 4월 3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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