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성지]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3) 이스라엘 아인 카렘 성모님 방문 성당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3 ㅣ No.1659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3) 이스라엘 아인 카렘 성모님 방문 성당

 

 

아인 카렘(Ein Karem)은 예루살렘 서남쪽으로 7~8km 쯤 떨어진, 예수 탄생 이전 성지로 나자렛의 성모영보대성당과 함께 가장 중요한 성지 가운데 하나이다. 천사로부터 “성령으로 잉태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성처녀 마리아는 유다 산골 즉 아인 카렘에 사는 즈카리아의 집을 방문, 사촌 언니 엘리사벳을 만난다. 전승에 따르면 동정 마리아가 방문하고 머물렀던 아인 카렘은 요르단강에서 예수에게 물로 세례를 베푼 세례자 요한의 부모(엘리자벳과 즈카리아)의 집이 있었고, 세례자 요한이 탄생된 곳이기도 한다.

 

성모영보대성당이 있는 나자렛에서는 무려 100km(버스로 2시간)나 떨어진 아인 카렘의 대표적인 성지는 ‘성모님 방문 성당’과 ‘세례자 요한 탄생성당’이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성모님방문성당’이다. 요즘 버스로 가면 나자렛에서 아인 카렘까지 2시간 길이지만, 2천년 전 당시 나귀를 타거나 걸었던 마리아는 사나흘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잉태한 마리아가 천사의 알림으로 석녀이던 사촌 엘리사벳이 임신 6개월임을 알고 찾아가는 그 길을 수호천사들이 지켜준다. 갓 수태한 마리아가 위험을 무릅쓰고, 한걸음에 달려간 곳에 들어선 ‘성모님 방문 성당’(the church of Visitation)은 세계 17억 그리스도인들의 성지이다.

 

 

마리아가 엘리자벳을 찾아간 아인 카렘

 

포도 올리브 상록수가 가득 들어찬 아름다운 유다 마을 아인 카렘에 도착, 수많은 계단길을 올라가야 성모님방문성당을 만날 수 있다. 하느님께서 역사하신 놀라운 비밀을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한 계단, 한 계단 밟아올라간 마리아가 사촌 엘리사벳을 만나 ‘샬롬’ 인사를 드리자 엘리사벳의 뱃속 아기(=세례자 요한)가 먼저 기뻐하며 뛰어 놀았다. 장차 태어날 성자 예수의 잉태를 엘리자벳의 뱃속에 든 세례자 요한이 온몸으로 반기는 중요한 만남의 순간이다. 마리아를 본 순간, 엘리사벳은 "여인 가운데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시다.”며 감격한다. 장차 주님의 어머니가 될 분이 먼저 찾아주었으니 황홀했다. 그 순간, 엘리자벳은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며 마리아와 태중의 예수님을 맞아주었다. 구세주 그리스도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올바로 맞이했기에 엘리자벳은 구세주를 기다리는 전 인류의 상징이고, 마리아는 구원을 전하는 공동체인 교회의 상징이다.

 

 

세계 45개국에서 보내온 마니피캇

 

이러한 아인 카렘의 가장 높은 곳에 성모님 방문성당에 들어서있다. 성당 정면에는 동정 마리아가 나귀를 타고 나자렛에서 아인 카렘을 찾아 여행하는 모습이 모자이크로 묘사돼있는데 성모님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느낄 수 있다. 성모님 방문성당에 들어서면 어디선가 ‘마리아의 찬가’(마니피캇=성모찬가)가 들려오는 것 같다. 가만히 보니 성당 앞뜰 벽에  전세계 45개국에서 보내온 마니피캇이 걸려있다. ‘내 영혼이 주를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니/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읍이로다. 이제로부터 과연 만세가 나를 복되다 일컬으리니/능하신 분이 내게 큰 일을 하셨음이오 그 이름은 거룩하신 분이시로다...’ 지난 1978년 아길로 한솔(=이효상)의 친필 마니피캇(사진 1)에는 하느님께로 향하는 믿음이 오롯이 담겨있다.

 

 

마리아처럼 우리도 기쁜 소식만 전하길

 

임신 못하는 몸으로 낙인찍혔던 엘리자벳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동정 마리아의 발걸음처럼 우리도 언제나 이웃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삶으로 살아야하지 않을까 되돌아보게 만드는 성모님 방문성당의 입구, 마리아와 엘리자벳의 동상 옆에 서서 마니피캇을 노래불렀다.(사진 2) 세례자 요한의 부모 즈가리아와 엘리사벳의 여름 집터에 세워졌다는 이 성당은 원래 비잔틴 시대와 십자군 시대에 자리잡았으나 파괴되고, 1938년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이탈리아의 유명한 건축가 발루치에 의뢰, 짓기 시작하여 1955년에 완공했다.

 

성당은 상층과 하층으로 되어 있다. 상층은 전적으로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이다. 성당 정문에 성모님의 방문 인사를 받고 엘리사벳이 기쁨에 넘쳐 외친 말,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 축복받았습니다.”(Benedicta tu in mulieribus)가 쓰여있고, 성당 안 정면 중앙에는 하늘의 성인 성녀들과 지상의 충실히 믿는 이들에게 둘러 싸인 성모 마리아의 초상이 있다. 양옆에는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즈카리아)와 어머니(엘리사벳)의 입상이 있다. 아치형 기둥과 푸른빛 모자이크가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모의 영광과 승천 프레스코화

 

양쪽 벽에는 바갈리니가 그린 다섯 개의 커다란 프레스코화가 있는데 모두 성모의 영광과 승천에 관한 프레스코화로 매우 아름답다. 프레스코화에는 성모님의 도움으로 터키군을 물리친 레판토 해전, 친척의 잔치에서 술이 떨어지자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예수의 첫 기적을 보인 가나의 혼인잔치 ,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으로 선포한 에페소 공의회(431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층 부분은 본래 비잔틴 시대의 소성당이었다. 십자군 시대에 이 소성당 위에 두 번째 성당을 세웠다. 지하로 내려가면 오른쪽에 ‘기적의 바위’ 가 있다.

 

[매일신문, 2007년 2월 8일, 아인 카렘에서 글 사진 최미화 기자]



1,98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