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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영혼을 여는 문 이콘: 표상의 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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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9-13 ㅣ No.286

[영혼을 여는 문 '이콘'] 표상의 성모

 

 

- 야로슬라브의 ‘표상의 성모’, 12~13세기, 러시아 모스크바 트레차코프 미술관.

 

 

지난 호에 소개한 것과 같이 성모님께서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고 하느님과 인류의 중재자로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이콘을 ‘오란스’라고 한다. 이러한 형태의 이콘은 4, 5세기경엔 성모님의 가슴에 아기 예수가 그려진 ‘표상의 성모’라는 변형된 형태로 등장한다. 이는 성모님이 두 손을 모두 들고 있기에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품고 있는 형상으로, 이사야서 7장 14절의 “주님께서 몸소 여러분에게 표징을 주실 것입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라는 구절을 나타낸 것이다. 이 성경 구절에 나오는 표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징’, 또는 ‘표상의 성모’라고 부른다. 이는 때로는 ‘지극히 거룩하신 분 The Great Panagia’(All Holy) 또는 “당신의 자궁은 하늘도 다 담지 못할 분을 품었기에 당신은 하늘보다 광활합니다”라는 비잔틴 찬가를 근거로 “하늘보다 광활한(Platytera ton ouranon) 분” 이라고도 불리운다. 이 형태의 이콘은 반신상으로도 그려지고, 성모님이 서 있는 형태의 전신상으로도 그려진다.

 

러시아에서는 키예프에서부터 야로슬라브로 전해지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특히 12세기에는 노브고로드라는 도시를 수즈달 군이 공격했을 때, 노브고로드 시민들은 이 표상의 성모 이콘을 성벽에 걸고 성모님의 도움을 청했고, 이때 수즈달 군인들은 시력을 잃고 대패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표상의 성모는 특히 노브고로드 시에서 크게 공경을 받게 되었다. 또한 1352년에는 흑사병으로부터 노브고로드를 다시 한 번 더 구하였기에, 지금까지도 노브고로드에서는 11월 27일을 표상의 성모 성화 축일로 정하고 도시의 수호자로 크게 공경하고 있다.

 

이 성화는 때로는 성모님의 머리 좌우에 두 명의 천사가 날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함께 그리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천사들은 동방교회의 성찬예식에서 에피클레시스(epiclesis) 이후 부제들이 영대를 목에 걸고 가슴에서 십자형으로 교차해 고정하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즉 이 성모 성화는 신성한 성찬 전례도 암시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모님의 가슴 중앙에 묘사한 그리스도 임마누엘은 마치 둥근 제병에 새겨진 주님의 모습처럼 성찬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이사야서에 예언된 임마누엘은 바로 지상의 우리 모두를 구원하기 위한 희생 제물이 되기 위해 오셨음을 나타낸 것으로, 하늘과 땅 사이의 중재자이신 마리아를 통해 그녀의 가슴에 품고 있는 주님께서 지상으로 내려오셨다는 것이다.

 

*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6년 9월 11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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