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순교자] 새로운 복자: 정순매 바르바라 - 동정녀들의 아름다운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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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7-13 ㅣ No.1501

[새로운 복자] 정순매 바르바라 - 동정녀들의 아름다운 신앙



하느님께서 가장 감동하면서 받으실 예물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아마도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과 사랑을 실천하기 위하여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예물로 바치는 순교가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순교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이 있다면, 하느님만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하여 순수하고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하느님만을 자신의 정배(淨配, 깨끗한 배필)로 모시는 ‘동정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동정과 순교의 영예로운 월계관을 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동정과 순교로서 아름다운 천주 신앙을 증거한 여인 중의 한 명이 정순매 바르바라입니다. 정 바르바라는 오빠 정광수 바르나바(1802년 순교, 2014년 복자품)와 올케 윤운혜 루치아(1801년 순교, 2014년 복자품)에게 교리를 배워 입교하여, 주문모 신부님으로부터 세례를 받았습니다.

정 바르바라는 세례를 받으며 천주님에 대한 온전한 사랑의 표시로 동정을 다짐하며, 과부 행세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동정녀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오빠 부부를 도와 교회 서적과 성물을 신자들에게 보급하는 사도직 활동을 합니다. 또한, 주문모 신부님을 도와 정성을 다해 미사 준비를 하고, 교우들의 뒷바라지를 담당하는 등 박해를 겪고 있는 초기 교회의 크고 작은 일에 헌신하였습니다.

신유박해(1801)가 일어나자, 정 바르바라는 강완숙(골롬바)의 집에서 윤점혜(아가타) 등과 함께 체포되어 포도청으로 압송됩니다. 그리고 아녀자로서는 도저히 감당 못 할 혹독한 문초와 형벌을 받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정 바르바라는 거룩함의 여장부답게 아주 뛰어난 용덕을 발휘해 ‘비록 죽임을 당할지라도 신앙만은 버릴 수 없다’고 하며 여러 차례 신앙을 증거합니다.

더욱이 박해자들은 정 바르바라가 거짓으로 과부 행세를 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내고는 그녀를 요녀(妖女)로 지목하고, 마음을 바꾸도록 강요하고 위협합니다. 그러나 박해자는 원하는 것을 하나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녀는 “저는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한 탓에 과부 행세를 하여 주변 사람들을 속이면서 동정을 지켜왔습니다. 이처럼 모진 형벌과 문초를 당하는 것이 어찌 육신에 고통스럽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천주교 신앙을 너무나 좋아하여 그 마음을 바꿀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라고 당당히 맞섭니다.

매사에 순하고 착하기만 했던 그녀는 천주님에 대한 사랑을 증거함에 있어 당당했고 의연했으며 확고했습니다. 천주님 사랑의 여장부였던 것입니다. 박해자들은 이런 여장부 정 바르바라와 다른 동료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고 고향 여주로 보내 처형하도록 합니다. 그곳 백성들에게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귀하고 귀한 목숨과 동정을 그 어느 것과도 바꾸지 않고, 온전히 사랑하는 천주님께 바치기를 그토록 원했던 정 바르바라는 많은 군중 앞에서 처참한 참수형을 받았습니다(1801년 7월 4일).

[2015년 7월 12일 연중 제15주일 수원주보 4면, 최인각 바오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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