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강론자료

남북통일 기원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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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1-06-21 ㅣ No.333

남북 통일 기원미사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至誠이면 感天이란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 가뭄을 겪으면서 이 말의 뜻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가뭄은 "사상 최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독했습니다. 밭은 물론이고, 논에 모를 심지 못한 곳도 많았습니다. 우리 성당도 물이 나오질 않아서 매일 밤, 조금씩 나오는 물을 받곤 하였습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모두가  지치고, 힘들어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웃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고마운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메마른 논에 물을 나르는 레미콘 차, 유조차, 소방차가 그랬습니다.

대민 지원을 매일 나서는 우리의 젊은 군인들이 그랬습니다.

가뭄 지역에 생수를 무료로 나누어주는 생수 회사가 그랬습니다.

가뭄 극복을 위해서 양수기를 보내주는 고마운 마음이 그랬습니다.

 

 이런 전 국민의 나눔과 사랑으로 그늘진 농민의 얼굴에 조금씩 웃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지난 주일에는 전국적으로 단비가 내렸습니다. 이제 가뭄은 거의 해갈 될 수 있을 정도의 비가 내렸다고 이야길 합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 가뭄을 이겨내려고 함께 했던 우리 국민들의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켰다고 생각합니다.

 

 至誠이면 感天이라 했으면 至誠이면 感人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년 6월에 남쪽의 지속적인 포용정책과 햇볕정책으로 남과 북의 정상이 평양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평양 비행장에 내리는 남쪽의 비행기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뻐했습니다. 그 비행장에 마중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뜨거운 포웅을 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은 비단 남과 북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감동시킨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제 곧 걸어서 개성도 가고 금강산도 가고 할 날이 곧 오리라 이야길 합니다.

어릴 때, 북한 사람은 모두 머리에 뿔이 달리고, 무서울 것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가 가득 찼던 시절입니다. 서로가 이기는 공생이 아니라, 상대방을 죽여야만 살수 있을 것 같았던 투쟁의 시절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북쪽에도 따뜻한 가슴이 있고, 북쪽의 어린아이도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줄 알고, 아직도 우리들 가슴속에는 서로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휴전선의 높은 철책을 허무는 것은 박격포와 미사일이 결코 아닙니다.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아닙니다.

통일을 향한 열정으로 분단의 벽을 허문 임수경이란 학생의 작은 발이었습니다.

소 때를 몰고 고향으로 향한 노인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서로에 대한 열린 마음, 그리고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이해와 용서,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한 핏줄이라는 그래서 결국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동질성의 회복입니다.

 

 우리 적성 성당을 봅니다.

때로 가슴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교우들 간에 금전적인 문제로 다툼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을 무시하고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지난날의 실수를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일들을 뒤에서 확대하고, 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중에 두 사람이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도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실 것이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모아 가뭄을 극복할 수 있었듯이

우리가 마음을 모아 남, 북이 통일의 물꼬를 틀 수 있었듯이

우리가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잠시 묵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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