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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성모님 발현과 레지오: 멕시코 과달루페(153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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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4-14 ㅣ No.868

[성모님 발현과 레지오] 멕시코 과달루페(1531년)

 

 

– 과달루페의 성모님, 디에고의 망토에서 오려낸 성모화이다.

 

 

1) 시대적 배경

 

1521년 스페인의 코르테스는 아즈텍 제국의 수도를 무력으로 함락하여 제국을 정복하였다. 스페인은 먼저 금을 수탈하였으며 금이 소진되자 돈이 될만한 광물을 모두 빼앗아 갔다, 여기에 스페인은 농산물까지도 수탈하였고 원주민을 노예로 만들어 노동력까지 착취하였다.

 

아즈텍 제국 수도의 중심부에 있는 테페약(Tepeyac) 언덕은 영향력이 가장 컸던 대지의 어머니인 토난친을 모신 신전이 있던 장소였다. 토난친은 풍요와 다산(생산력)을 상징하기에 원주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여신이었는데, 스페인은 정복과 동시에 토난친 신전을 완전히 파괴하여 더 이상 토난친에게 제사를 지낼 수 없게 만들었다. 멕시코 원주민들에게 토난친을 모시지 못한다는 것은 제국이 정복을 당한 것 이상으로 큰 충격이었다.

 

이렇게 미래를 상실한 원주민의 실망과 스페인의 수탈로 인한 고통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었을 때 성모님이 테페약 언덕에서 발현하셨다.

 

 

2) 성모님의 발현

 

1531년 12월9일 가톨릭으로 개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57세 원주민인 후안 디에고(요한 야고보)는 아침에 미사를 드리러 가고 있었다. 그가 테페약 언덕을 넘어갈 무렵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와 그 소리가 나는 정상으로 올라갔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여인은 멕시코 원주민과 스페인의 혼혈인(메스티소)의 얼굴로 갈색 피부였으며, 찬란한 황금색 별무늬가 그려진 청록색 망토를 입고 있었다.

 

– 과달루페 성지 전경. 왼쪽에 있는 가장 큰 성당이 과달루페 성모 대성당이다.

 

 

그녀는 디에고에게 “나는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이다. 나는 이곳에 하루바삐 성전을 세우기를 바란다. 너는 주교에게 가서 나를 위한 성전을 세워야 함을 밝히고 그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임을 전하도록 하여라”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디에고는 즉시 주교관으로 가서 멕시코의 초대 주교인 후안 데 수마라가에게 성모님의 메시지를 전달하였으나 주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러가라고 했다.

 

디에고는 할 수 없이 다시 테페약 언덕으로 돌아와 성모님을 만나 주교관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였다. 성모님은 내일 아침 다시 주교에게 가서 너를 보낸 이가 하늘의 여왕이신 성모 마리아라고 밝히고 성모님의 메시지를 다시 전달할 것을 명령하셨다. 디에고는 미사를 드린 후에 주교를 만나 성모님과 대화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였지만 주교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물로 성모님의 표징을 하나 가져오라고 말했다. 이에 디에고는 다시 테페약 언덕으로 가서 성모님을 만나 주교의 요구를 전달하였고. 성모님은 주교가 요구한 증거를 보여 줄 터이니 내일 다시 이곳으로 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다음날 디에고는 숙부 베르나르디노가 열병으로 매우 위독하여 성모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다.

 

– 테페약 언덕으로 올라가는 입구(좌) 디에고의 망토에 새겨진 성모화를 보고 놀라는 수마라가 주교

 

 

다음날 아침 디에고는 병자성사를 해 줄 신부님을 모시러 가고 있었는데 성모님이 언덕 중턱까지 내려오시어 그를 만나 질문을 하셨다. “너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 지금 어디로 가는 중이냐?” 디에고는 매우 부끄러웠지만 솔직하게 본인의 사정을 말하였다. 성모님은 디에고에게“너의 숙부의 병은 이미 완쾌되었다. 네가 나를 처음 만났던 곳으로 가면 형형색색의 장미꽃이 있을 테니 그것들을 따서 주교에게 가져가 내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하라.”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디에고는 언덕으로 가서 자신의 망토에 장미를 담아 주교를 찾아갔다. 디에고가 주교 앞에서 망토를 펼치자 장미꽃들이 떨어지면서 망토에 성모님의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교는 한겨울에 스페인 카스티야에서 피는 장미를 따왔을 뿐만 아니라 장미를 담아온 망토에 성모님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주교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성모님의 전언을 믿지 않은 자신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바쳤다. 그사이 성모님은 병상에 있는 숙부 베르나르디노에게 발현하시어 테페약 언덕에 성전이 세워지면 그 성전에 안치될 성모님의 성화 이름을 과달루페의 동정녀 성 마리아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병에서 회복한 숙부는 디에고와 함께 주교를 만나 성모화의 이름을 전달하였다.

 

– 테페약 언덕에 있는 세리토 경당(1666년 건립)(좌) 테페약 언덕의 아래쪽에 있는 제물의 정원.(우) 성모님에게 후안 디에고, 베르나르도, 수마라 가 주교, 원주민이 제물을 바치는 조각상이다.

 

 

3) 성모님의 발현 이후 : 7년 만에 800만 명이 개종하다

 

주교는 성모님의 모습이 그려진 디에고의 망토를 즉시 성물로 지정하였으며, 이 망토를 보존하기 위하여 성모님이 발현하신 테페약 언덕 정상에 우선 작은 예배당을 세웠다. 토나친의 신전이 사라진 테페약 언덕에 성모님의 예배당이 세워지면서 성모님이 멕시코인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디에고는 주교로부터 성모화를 관리하는 예배당의 책임자로 임명되자 성모화를 보러 온 원주민들에게 성모님의 발현을 설명하는 등 열심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교하였다.

 

이러한 디에고의 헌신으로 매일 수천 명씩 개종하더니 마침내 성모님 발현 후 7년 만에 우상숭배와 인신공양을 지내던 멕시코 인구의 대부분인 800만 명이 가톨릭 신자가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리고 스페인도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수탈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작가인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자신이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과달루페의 성모님을 믿지 않는다면 진정한 멕시코인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까지 말하였다. 과달루페의 성모님을 사랑하는 이들을 특별히 과달루페노로 불리는데 멕시코인 전부를 과달루페노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멕시코인들에게 과달루페 성모님은 절대적인 존재이다. 이러한 멕시코에서의 대규모 개종은 중남미 지역에도 큰 영향을 미쳐 가톨릭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주된 종교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 과달루페 성모 대성당의 제단 뒤쪽에 과달루페의 성모화가 걸려있다.

 

 

그리고 역대 교황의 과달루페에 대한 사랑 또한 대단하다. 교황 레오 13세는 성모화에 대한 대관식을 거행하였으며, 교황 비오 10세는 성모님을 라틴아메리카의 수호성인으로, 교황 비오 12세는 멕시코의 여왕이자 아메리카 대륙의 수호성인으로, 교황 요한 23세는 모든 아메리카 주민의 어머니라고 선언하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이 된 후 1979년 첫 번째 해외 사목지로 과달루페를 선택하였으며 1990년에는 디에고를 시복하고, 2002년에는 디에고를 시성하는 등 무려 4번이나 과달루페를 순방하셨다. 2016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순방하였으며 황금 장미장을 수여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과달루페 성지에 대규모 성당이 무려 7개나 건립되었으며, 성모 발현 성지 중 그 규모가 제일 크고, 성지로 조성이 잘 되어 있어 많은 순례객이 방문하기에 현재 과달루페는 세계 3대 성모 발현 성지로 인정받고 있다.

 

 

4) 성모화

 

현재 디에고의 망토에서 오려낸 성모화는 액자에 담겨 성모 발현 기념 대성당의 중앙 제단 뒤에 걸려있다. 성모화가 그려진 디에고의 망토는 수명이 20~30년밖에 안 되는 선인장 섬유로 만들어진 것인데 500년 가까이 된 지금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1791년 암모니아가 쏟아졌지만 성모화는 스스로 복원되었고, 1921년 성모화를 없애려는 폭탄 테러 때에도 디에고의 동상과 함께 성모화는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다. 망토에 그려진 성모화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붓질의 흔적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안료 역시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4월호, 최하경 대건안드레아(서울 도곡동성당 인자하신 모후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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