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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4차 산업혁명, 교회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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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4-28 ㅣ No.1157

4차 산업혁명, 교회와 만나다


인공지능 시대… 하느님과 인류의 자리는 어디에

 

 

“OOO, 오늘 날씨 어때?”

 

“OOO, 노래 틀어줘.”

 

AI(인공지능)스피커를 부르며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바둑기사 이세돌과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국으로 ‘인공지능’이 세간의 화제를 모은 지 불과 3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수십 년, 아니 수 년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영화 속의 모습이라 여겨졌던 일들이 우리 곁에서 실현되고 있다.

 

우리는 기술의 융합으로 눈부신 기술과 산업의 향상을 가져오는 4차 산업시대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러나 기술 발달에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생명의 탄생에도 개입할 수 있는 유전·생명공학 기술 등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의 존재와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찾아오는 위협은 무엇일까. 그리고 교회는 이에 대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4차 산업혁명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은 앞으로 세계가 직면할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을 제시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의학, 생명공학, 유전자공학, 신경과학 등 기술과 기술의 융합과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산업의 혁명적 변화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산업의 발전이라는 측면만을 보고 지나쳐서는 안 될 문제다.

 

수원가톨릭대학교 총장 곽진상 신부는 “현재의 4차 산업혁명은 역사를 통해 이어진 지난 산업혁명들이 보여준 것처럼, 단순히 산업과 경제 발전만의 문제가 아닌 인간과 인류 전체문제로 확대된다”고 경고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변화들이 인간 생명, 인간 노동의 의미, 자본과 부의 분배, 생태환경 등 인류의 운명과 관련한 문제들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신기술이 던지는 질문들

 

특히 유전학, 신경과학, 인공지능 등 분야의 신기술은 인간 존재에 질문을 던진다.

 

유전학은 인간의 유전자를 손쉽게 변형시킬 수 있는 기술을 실현시켰다. 지난해 수원가톨릭대학교 이성과 신앙 연구소(소장 한민택 신부)가 마련한 학술발표회에서 발제한 전방욱 교수(강릉원주대 생물학과·아시아 생명윤리학회 회장)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문자 그대로 인류를 재형성하는 위력을 가졌다”면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 디자인 베이비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 차이는 없지만 윤리적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고 말했다.

 

신경과학의 발달은 뇌의 수많은 활동을 밝혀내면서, 인간의 정신과 영혼은 하나의 ‘신경세포조직’인가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후안 호게 상귀네티 교수(교황청립 성 십자가 대학교)는 2017년 교황청 문화평의회 총회에서 “오늘날 우리는 신경생물학의 관점에서 신경계에 관한 폭넓고 혼합된 학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유물론적 관점으로 뇌를 인격 자체와 동일시할 수 있는 위험이 있음”을 밝혔다.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는 “‘강 인공지능’(Strong AI)의 발전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할 수도 있다”면서 “생물학적 진화 속도가 느린 우리 인간은 이러한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며 추월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호킹 박사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을 통해 등장한 ‘생각하는 기계’가 그동안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영역을 침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정말로 위험한 이유는 우리가 이 문제들을 위협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교황청 문화평의회 총회에서 발제한 레오나르도 베체티 교수(로마 토르베르가타대학 경제학)는 “과학기술 혁명에서 기본적이고 흥미로운 다른 한 가지는 우리가 그것의 유혹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현재 다가오는 문제는 모두 우리에게 하나의 도전”이라고 말했다.

 

2017년 11월 교황청 문화평의회가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총회. 과학자와 사회·문화 분야의 다양한 종사자들이 총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눴다. 수원가톨릭대학교 출판부 제공.

 

 

4차 산업혁명과 교회

 

신기술이 던지는 질문들은 잔프랑코 라바시 추기경(교황청 문화평의회 의장)이 말하듯 “신앙의 근본 중심 중의 하나인 인간학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교회가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대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문화평의회 총회에서 담화를 통해 “교회와 신앙인, 그리고 과학자들 사이에 더 큰 대화의 장이 마련되고 장려돼야 한다”고 말하고, 동시에 “교회는 이 대화를 뒷받침하는 원칙으로 ▲ 인간 중심성 ▲ 선에 대한 보편적 가치 ▲ 기술적으로 가능하거나 실현 가능한 모든 것이 윤리적으로 수용 가능한 것은 아님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청은 꾸준히 과학기술의 발달이 불러오는 상황들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교황청 문화평의회는 2017년 11월 15~18일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총회를 열고 평의회 위원들뿐 아니라 과학자, 철학자, 사회·문화 분야의 다양한 종사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총회는 인간 본성의 개념, 정신과 육체의 관계, 인공지능 사회에서 인간의 역할 등의 의문을 고찰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인류의 미래에 관해 대화하는 장이었다. 특히 유전학, 신경과학, 인공지능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교황청 문화평의회 위원으로 이 총회에 참석한 이성효 주교(수원교구 총대리·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위원장)는 “당장 우리가 해법을 제시하거나 찾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 부분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그런 장을 만들자는 것이 총회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학, 신경과학, 인공지능 분야의 현상을 보기 위한 자리였기에 뚜렷한 비전을 말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충분한 비전을 제시했다고 느낀다”면서 “총회의 내용 속에서 그 비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교회 안에서도 대화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 첫 결실이 2018년 10월 24~25일 수원가톨릭대학교 이성과 신앙 연구소가 연 학술발표회 ‘제4차 산업혁명과 교회의 역할’이다.

 

학술발표회는 연구소가 1년 6개월에 걸쳐 4차 산업혁명과 직결된 컴퓨터 공학자, 인공지능 전문가, 생물학자, 동·서양철학자, 윤리철학자, 기술철학자 등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신학자들과 대화해온 성과를 내보였다. 학술발표회 중에는 과학기술분야, 철학분야, 신학분야에 걸쳐 각 분야의 전문가 10명이 발표했다. 연구소는 여러 분야의 신학자들이 함께하는 공동 세미나를 결성하고 2달에 1번씩 연구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한민택 신부는 “신학분야의 제 학과목간대화와 공동연구는 앞으로도 신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보인다”면서 “나아가 각 분야에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 부정적 결과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을 나눈다면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도서

 

수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담당 김의태 신부)는 4차 산업혁명 현상을 교회의 눈으로 바라본 「4차 산업혁명과 인류의 미래」(158쪽/1만 원)와 「4차 산업혁명과 신학의 만남」(424쪽/2만 원)을 출판했다.

 

‘4차 산업혁명과 교회’를 주제로 차례로 발간된 이 책들은 각각 2017년 교황청 문화평의회 총회와 2018년 이성과 신앙 연구소 학술발표회의 결과를 담은 책이다. 수원가톨릭대학교는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과 교회’를 주제로 다양한 단행본을 출간할 계획이다.

 

[가톨릭신문, 2019년 4월 28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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