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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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신앙의 감각을 회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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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07 ㅣ No.562

[레지오 영성] ‘신앙의 감각을 회복합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우리 생각과 말과 행동 구석구석에 뿌리내리고 있는 극단적인 황금만능주의, 소비주의, 개인주의, 이기주의, 그리고 요즘 가상화폐 광풍이라 불리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기회 등 신앙의 길과 반대되고 신앙적인 가치관과 멀어지게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교회는 지금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교회의 위기, 신앙의 위기, 레지오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모두 이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며 교회의 사제, 수도자, 평신들이 다양하게 이런 저런 방법을 찾아보고 시스템을 바꾸면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특별히 신앙인이면서 레지오 단원으로 살아가는 우리 단원들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답을 찾는데 그 누구보다도 더 노력해야하고, 찾아가야 합니다.

 

레지오 마리애는 마리아의 군단 즉 마리아를 머리로 하고 마리아의 뜻에 따라서 움직이는 신앙의 군인들입니다. 마리아는 그 누구보다도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 뜻에 순명하고 실천하며 하느님의 가장 큰 협력자로 살면서 일생을 봉헌한 분입니다. 마리아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신앙의 감각’을 늘 유지하고, 잃지 않고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마리아처럼 ‘신앙의 감각’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마리아를 닮아가려는 레지오 단원, 신앙인들도 결국 마리아처럼 ‘신앙의 감각’ 안에서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계획, 하느님의 일을 해 나갈 때 이 위기를 극복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구원의 가장 큰 협력자로 삼으시고, 마리아의 자발적인 순명과 봉헌을 받아들이시며 마리아를 이 세상 구원의 도구로 삼으셨던 것처럼,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 자신을 이 세상에서 구원의 협력자, 구원의 도구로 쓰도록 봉헌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나를 위해서, 내가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내 뜻을 이루기 위해서, 내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하느님을 도구로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일, 하느님의 계획을 이루기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앙 감각이 없어지면 하느님의 뜻을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가

 

사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도 교회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을 보면 어둠의 세력, 악의 세력이 교묘하게 포장되어 우리에게 파고드는 세상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거대한 세상의 힘, 어둠의 힘 앞에서 교회의 구성원들이, 신앙인들이, 레지오 단원들이 본래의 신앙적 본질을 잃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교회의 위기를 맞이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질을 잃어버리고 외적 모습과 수동적이고, 비복음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교회 구성원, 신앙인, 레지오 단원들의 모습이 곧 교회와 신앙과 레지오의 위기를 가져온다고 봅니다.

 

성경 말씀 중에 바오로 사도의 다음 말씀에 귀 기울여 봅시다.

 

“여러분은 더 이상 헛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다른 민족들처럼 살아가지 마십시오. 그들 안에 자리 잡은 무지와 완고한 마음 때문에, 그들은 정신이 어두워져 있고 하느님의 생명에서 멀어져 있습니다. 감각이 없어진 그들은 자신을 방탕에 내맡겨 온갖 더러운 일을 탐욕스럽게 해 댑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그렇게 배우지 않았습니다.”(에페 4,17-20)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신앙인 이지만 “감각이 없어진 그들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세상적인 가치관과 맞서서 교회와 신앙의 가치관과 기준으로 살아가려고 하지만 “그들은” 조금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헛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다른 민족처럼”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신앙적 감각이 없어진 그들은” 교회의 가르침은 진부하고 고리타분하고, 젊은이들에게는 마치 꼰대와 같은 가르침처럼 느껴져 관심을 두지 않고, 알아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신앙과 믿음, 교회에 대해서 ‘무지’하고, ‘완고한 마음’에서 형성된 자신의 세상적 기준과 가치관이 마치 하느님의 뜻인 양 포장하고, 주장하고, 또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교회는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자신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정신이 어두워지고 감각이 없어진 신앙인들’은 무엇이 하느님 뜻이고, 무엇이 예수님이 원하는 것인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교회는 점점 더 재미없어지고, 따분하고, 마치 정체되어 있고, 시대와 동떨어진 고리타분한 박물관의 교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또 ‘신앙적 감각이 없어진 신앙인’들이 모여 있는 레지오는 죽은 레지오가 되어 갑니다.

 

바오로 사도는 신앙인으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지만 ‘감각이 없어질 때’ 그들은 더 이상 신앙인,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다른 민족, 즉 이방인, 하느님이 아닌 다른 신을 섬기는 자녀, 하느님과 예수님의 뜻을 벗어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교회의 위기, 신앙의 위기, 레지오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 한국 교회 레지오 단원들이 먼저 성모님처럼, 성요셉처럼 ‘신앙의 감각’을 회복하고, 무엇이 하느님 뜻인지 가려내며 살아가는 삶을 살아갈 때 이 위기를 극복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면에서 질문 드립니다. 답해 보세요.

 

“당신은 신앙의 감각이 살아 있습니까? 아니면 감각이 없어진 그들처럼 살아가고 있습니까?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3월호, 이금재 마르코 신부(전주교구 사목국장, 전주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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