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톡 쏘는 영성: 깔끔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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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6-01 ㅣ No.1603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깔끔하게 살자

 

 

미국 의사 존픽(John Pick)이 1948년 학술지에 성형으로 얼굴을 고친 죄수 376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1% 정도만 재수감 됐고 대부분은 사회생활에 적응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면 자기 얼굴을 보며 울부짖습니다. 마치 얼굴이 자신의 보기 싫은 현재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성형을 하고 나면 무언가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 듯해서 과거를 버리고 새 삶을 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범죄자가 되지 않으려 애쓰며 삽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들여서 얼굴을 고칠 필요는 없습니다. 적은 비용을 들여서 ‘환경 성형’을 해도 효과는 비슷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작은 변화만으로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심리적인 문제를 가진 분들은 대체로 자기를 가꾸지 않습니다. 심하게 우울한 분들을 보면 무언가 흐트러진 모습이 보입니다. 문제는 외적으로 다듬고 가꾸지 않으면 내적으로 더 황폐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는 옷을 단정하게 좋은 것으로 입으시라고 권합니다. 머리도 돈을 들여서라도 예쁘게 하시라고 하고요.

 

옷이 날개란 말은 헛말이 아닙니다. 외적인 것이 달라지면 내면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몇 년 전 재개발 동네에서 살면서 철거 업체들이 동네를 철거하는 과정을 보게 됐는데 그야말로 심리전을 펼치더군요.

 

보상받고 나간 집들을 부수는데, 아주 지저분하게 부수고 쓰레기를 길거리에 널브러뜨립니다. 동네가 지저분해지면 주민들 사이에 불안감과 역겨움, 두려움이 생긴다는 것을 감안한 영악한 철거를 하더군요. 그 바람에 밀려나가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것을 봤습니다.

 

그때 ‘청소가 투쟁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매일 성당 마당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동네는 지저분한 쓰레기터가 되어가도 성당만큼은 그런 것을 허용하지 않고 감히 넘보지 못하게 하려고 청소전쟁을 한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왜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냐”고 경고하는 자들이 있어 “쓰레기차가 들어오면 거기다 버릴 텐데 안 오니까 우무 데나 버린다”고 했지요. 다행히 재임기간 내내 청소전쟁으로 버티면서 충분한 보상을 받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전쟁 중에는 잡은 포로들을 일부러 지저분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사람이 지저분해 보이면 쉽게 무시하고 쉽게 짐승 취급하며 죽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포로들은 하루 적은 양의 물이 주어져도 그냥 다 마시지 않고 세면을 한다고 합니다. 지저분한 짐승이 아니라 품위를 가진 인간이란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고 생존을 위한 대책이었던 것입니다.

 

일이 안 풀린다고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옷을 함부로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가난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미용, 이발 등 기술을 가진 분들 중 자부심을 가진 분들은 아주 단정하고 품위 있는 옷을 입고 일을 하십니다. 그런 분들은 자부심도 강하고 주위에서 신뢰도도 높고 인생에서 성공할 확률도 높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흐트러진 차림으로 다니지 말고 늘 깔끔하게 다녀야 사람으로서의 품위가 엿보이고 무시당하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21년 5월 30일, 홍성남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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