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강론자료

사순 1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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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1-03-01 ㅣ No.288

사순 제 1주일 (다해)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하면 생각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습니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봄일 것이고, 3.1절도 있을 것이고, 꽃샘 추위도 있을 것이고, 어떤 분은 자신의 생일을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3월에는 입학식이 있고,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친구, 새로운 선생님, 새 교과서와 새 공책, 그리고 새로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새 학년을 시작하면서 좀더 열심히 공부하고, 좀더 보람있는 학교 생활을 할 것을 다짐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이야길 잠깐 할까 합니다. 초등학교를 가는 길에 꼭 지나쳐야하는 길이 있는데 그 길에는 저를 유혹하는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3월에는 그 유혹을 참고 곧장 학교로 가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학교 수업시간에 늦기도 하고 어떨 때는 학교 수업을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저를 유혹하는 것들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새로운 만화가 늘 가득한 만화가게, 잘 부러지지 않는 연필을 파는 아저씨, 뽑기 아저씨, 노란 병아리 파는 아저씨, 아무튼 다른 길로도 학교엘 갈 수 있었지만 저는 늘 저를 유혹하는 그 길로 학교를 다니곤 했습니다.

 

  우리들의 신앙 생활도 이와 같은 점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도 삶을 살아가면서 악의 세력의 유혹을 받고, 신앙의 갈등과 위기를 경험하고, 신앙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곤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와 같은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가서 참다운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이와 같은 위기 앞에서 쉽게 굴복하고 더 깊은 타락의 길로 빠져들어 저 소돔과 고모라의 처참한 파멸을 보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위기의 강을 건너 행복의 나라로 갈 수 있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처음 신부가 되었을 때 중곡동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 중곡동에는 정신병원이 하나 있었는데 저는 가끔 그곳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 직원들 중에 교우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을 위해서 한 달에 한번씩 미사를 봉헌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 의사선생님이 이런 이야길 들려 준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한 환자가 손에 무엇을 꼭 쥐고 있고, 또 그 옆에서 간호사가 그 환자의 손을 펴기 위해서 땀을 흘리고 있었더랍니다. 그래서 그 환자의 손에 무엇이 있었는데요? 하고 물어 보니까 그 환자는 자기 손에 동전 10원을 꼭 쥐고 있으면서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하고 손을 꼭 쥐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그것은 10원 짜리 동전인데 손을 쥐던 펴던 무슨 상관이냐고 했더니, 그 간호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10원이든 백원이든, 중요한 것은 그 환자가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있습니다. 그 환자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내어놓고 나누지 못하는 한 정신병을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애를 쓰면서 손을 펴려고 하는 것입니다. "

 

 저는 이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에서, 우리가 소중하게 여겼던 것에서 우리가 없으면 안될 것처럼 믿었던 것들에서 자유로울 때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책에서 읽은 이야기인데 제목은 원숭이 잡는 법이었습니다. "원숭이 잡는 법 중에 이런 것이 있답니다. 입구가 작은 항아리를 놓고 그 안에다 맛있는 음식을 담아 놓고 그 항아리 밑에다 강력한 접착제를 바른답니다. 그러면 원숭이는 항아리에 손을 넣고서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 가득 손에 집고서 빼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손에 음식이 들었으니 손을 빠지지 않고, 결국 그 원숭이는 그곳에서 며칠을 보내다가 잡힌다는 이야깁니다."

 

 한편으로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우리들도 때때로 마치 이런 원숭이와 같이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명예라는, 권력이라는 재물이라는 소유라는 먹이를 덥석 물고서 절대로 놓지 않아서 그만 악의 세력 앞에 모든 것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위기와 고난을 유혹과 갈등을 이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을 하나 알려 주십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무장하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악마의 유혹을 거뜬하게 물리치십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 하느님 이외에 다른 이를 섬기지 말라고 했다.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했다. "모두 하느님의 말씀으로 악마의 유혹을 물리쳤고, 악마는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예수님 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사도 바오로는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길 합니다. "마음으로 믿어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에 놓이게 되고 입으로 고백하는 사람은 구원을 받게됩니다."

 

  교우 여러분 오늘은 사순 제 1 주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수요일 우리의 이마에 재를 바르면서 회개와 속죄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일년에 40일이 사순시기라면 영원한 삶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우리의 짧은 인생은 영원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사순시기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유와 집착에서 한발 벗어나 하느님의 말씀과 믿음으로 영원한 삶을 준비합시다. 잠시 묵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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