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여러분의 레지오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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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5-17 ㅣ No.869

[레지오 영성] 여러분의 레지오는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의 레지오는 안녕하십니까?”

 

교구 레지아 영적지도 신부인 제가 요즘 들어 자주 하는 인사말 중 하나입니다. 3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 감염병 대유행으로 레지오를 떠나는 단원들도 많아졌고, 그로 인해 적지 않은 쁘레시디움들이 통합되거나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레지오의 안부를 묻게 됩니다.

 

2022년 말 기준 청주교구 레지오 마리애 현황을 살펴보면, 1개의 레지아와 9개의 꼬미씨움, 96개의 꾸리아와 752개의 쁘레시디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총단원은 5,477명인데, 이중 여성 레지오 단원은 4,066명으로 남성 레지오 단원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코로나 감염병 대유행으로 큰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레지오 단원들이 자신들의 삶의 자리에서 그 몫을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5세 이상 노년 레지오 단원들이 3,009명으로 전체 레지오 단원의 56.6%나 되고, 55세~64세의 중년층 단원들이 그 뒤를 이은 1,573명으로 전체의 28.7%에 이릅니다. 50대 중반부터 노년층에 이르는 단원들이 85.3%에 이릅니다. 더군다나 대학생(20세~24세) 레지오 단원은 전무하고 청년(25세~34세) 단원은 23명으로 아주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레지오가 처한 현실입니다. 젊은이들에게는 더 이상 영성적인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점점 더 고령화되어 이제는 노년 신자들을 위한 신심 단체로만 여겨지는 레지오! 그래서 레지오는 지금 위기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깊이 성찰해 볼 문제입니다.

 

레지오 교본 제3장에서는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은 성모님의 정신”이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레지오 단원들이 본받아야 할 성모님의 정신을 다음과 같이 10가지 덕목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겸손, 순명, 온유, 기도, 고행, 순결, 인내심, 지혜, 사랑, 믿음입니다. 하나같이 주옥같은 덕목들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덕목의 밑바탕이 되는 중요한 덕목 하나가 더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가브리엘 대천사가 구세주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성모님께 전하며 하신 첫 인사말을 떠올려 봅시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하느님께서 구원의 협력자로 선택하신 성모님께 바라신 것은 믿음과 순종 그리고 인내와 같이 실천하기 어려운 덕목들이 아니라, “기뻐하여라!”라는 희망에 찬 삶의 초대였습니다.

 

기쁨은 모든 것을 새롭게 하고 활력을 더해 줍니다. 따라서 기쁨이 없는 겸손, 기쁨이 없는 순명, 기쁨이 없는 온유, 기쁨이 없는 기도, 기쁨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고행, 기쁨이 없는 순결, 기쁨과 함께하지 않는 인내심, 기쁨이 없는 사랑, 기쁨이 없는 믿음은 아름다운 덕목이 아니라 그저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짐으로만 다가올 뿐입니다.

 

사실 이 “기쁨”이야말로 하느님께서 구원의 전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바라시는 신앙의 본질과도 같은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에는 자기 삶 안에서 하느님을 만난 이들의 기쁨에 찬 신앙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구약성경에는 구원의 기쁨이 메시아 시대에 넘쳐 날 것이라 예견하며 우리를 희망찬 기쁨으로 초대하고 있고, 신약성경은 구약에 약속된 메시아, 곧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로 구원이 실현되었고, 하느님의 역사 안에서 반드시 완성될 것이라는 믿음에 찬 기쁨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기쁨”은 하느님 사랑을 확신하는 이의 신앙고백과 같아

 

이처럼 “기쁨”은 하느님께로 불림을 받은 모든 이들이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구원의 은총 속에 있음을 드러내는 가장 아름다운 신앙의 응답이며, 동시에 하느님께서 부족한 자신을 자비로운 손길로 끊임없이 사랑하고 계신다는 확신에서 흘러나오는 신앙고백과도 같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적지 않은 단원들이 레지오를 떠나고 젊은이들이 더 이상 레지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기쁨에 찬 신앙고백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요?

 

바로 여기서 우리 레지오가 다시 시작했으면 합니다. 하느님께서 성모님을 구원의 특별한 협력자로 불러주셨듯이, 우리도 하느님의 구원사업의 소중한 일꾼으로 불러주셨음을 기뻐하는 레지오 단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고령에도 성모님과 함께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기에 기뻐하고, 적지 않은 단원들이 떠나갔지만 그래도 함께 레지오 주회를 할 수 있는 단원들이 있음에 기뻐하고, 무엇보다도 크고 작은 잘못으로 때로는 하느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있는 그대로 우리 모두를 사랑해주시는 하느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해 주심을 믿음으로 고백하며 기뻐할 수 있는 레지오 단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기쁨에 찬 신앙고백이 모든 쁘레시디움 안에서 울려 퍼지고, 우리 모두는 일상 안에서도 기쁨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 그 누군가를 위한 기쁜 소식, 곧 복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필리 4,4)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5월호, 최문석 안드레아 신부(청주교구 선교사목국장, 청주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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