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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이콘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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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17 ㅣ No.249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이콘이란 무엇일까

 

 

-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난의 성모)’, 스테인드글라스. 장긍선 신부 제공

 

 

이콘(Icon / εικον / Икона)은 그리스어로 모상, 형상을 뜻하는 말로 신앙의 대상과 교리서, 성경의 내용을 가시적 형태로 표현한 것 즉 성화, 성화상을 말한다.

 

초기교회에서는 신자들은 유다인들이었고, 이들은 당시 성행하던 여러 이민족들의 우상숭배의 한가운데에 있었기에 모세오경의 우상 숭배금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어떤 형상도 묘사하는 것이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 등의 노력으로 여러 민족의 사람들이 다양한 사고방식과 언어의 차이 속에서도 점차 그리스도교 신자가 됐고,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만나고 그분의 말씀을 들었던 사도들도 점차 세상을 떠나자 이제는 그분들에게서 전해 받은 내용이 간접적으로 구전되었다. 하지만 이후 글로 기록이 된 다음에도 글을 모르는 문맹자들이 많아 성경과 교리의 내용에 대해 서로 다른 이해가 생기고 여러 오류들과 이단들도 생겨나게 됐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조심스럽게 형상의 묘사를 통해 성경과 교리의 내용이 오류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보고 사용하는 성화, 성화상의 시작이었다.

 

성화와 성화상은 초기에는 특별한 기준 없이 기존의 세속적인 회화의 형식을 띠며 다양하게 묘사되다가, 성화상 파괴논쟁을 겪고 나서 세속적인 미술과 구분하는 기준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그에 따라 기준이 만들어지고 정리됐다. 이것이 바로 이콘이다. 

 

11세기 · 12세기경까지는 동방과 서방에서는 큰 구분 없이 이 이콘의 형태가 함께 사용되었지만, 서방교회에서는 동방과 다른 민족구성과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었고 르네상스라는 큰 전환점을 통해서 보다 세속적인 표현이 허용되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러나 초기교회 신자들이 성화를 통해 추구하던 영적인 깊이는 약해지고 말았다.

 

1962년 교회가 로마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열면서 초기교회의 정신으로 되돌아갈 것을 주창하자, 성화에 있어서도 초기교회 신자들의 영성과 전통을 회복하고자 이콘이 다시금 부각되게 되었다. 그에 따라 이콘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제작이 로마를 비롯한 각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반 미술계에서 갖고 있는 관념대로 교회미술도 창의적인 것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초기교회의 영성과 신앙을 담은 이콘을 배척하고 있다.

 

심지어 이콘을 두고 만화라 말하는 이도 있으며, 일부 가톨릭미술가협회는 회원 가입도, 전시회 참여도 원천 봉쇄하고 있다. 그러나 교황청을 비롯해 해외 교회에서는 이 이콘에 대한 재연구와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한국의 신자들도 그리스와 동유럽 등을 많이 방문하면서 이콘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면을 통해 이콘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일부의 주장이지만 과연 저급한 베끼기 그림인지, 과연 어떠한 영성을 담고 있는지, 교회의 문헌과 가르침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6년 4월 17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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