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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영혼을 가득 채울 수 있게(피드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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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5-17 ㅣ No.872

[레지오와 마음읽기] 영혼을 가득 채울 수 있게(피드백의 힘)

 

 

밥실험이라는 게 있다. 밥을 넣은 두 병(甁) 중 하나에는 좋은 말만 하고 또 다른 병에는 나쁜 말만 해주었는데 4주 후에 그 변화가 달랐다는 실험이다. 좋은 말을 한 병에는 하얀 곰팡이가 피었지만, 나쁜 말을 한 병에는 검은 곰팡이가 핀 데다 심한 악취까지 났다는 것이다. 이는 10여 년 전 모 방송국에서 한글날 특집방송 ‘말의 힘’이라는 프로에서 소개한 실험이다.

 

이후 이 밥실험을 모방한 양파실험, 심지어는 고구마나 감자 실험도 생기면서 고운 말을 쓰자는 운동에 이 사례가 쓰였고, 지금도 가끔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 실험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그러나 밥실험의 과정이나 결과와 관계없이 우리들은 말의 힘이 결코 약하지 않음을 일상에서 경험한다. 실제로 말이 청각기관을 통해 뇌에 입력되어 몸과 마음을 변화시킨다는 실험들도 다소 있으니 좋은 말은 보약과도 같다.

 

말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사람을 움직이는 피드백의 힘’이란 책이 있다. 이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리처드 윌리엄스가 쓴 것으로, 미국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이며 국내에서도 1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이 책은 피드백에 관한 정보를 스콧이라는 주인공이 피드백 강의를 들으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 속에 녹여내고 있다.

 

‘피드백’은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뜻으로 쓰이는 용어이나, 대체로 ‘어떤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윌리엄스는 나무에 필요한 물과 공기가 인생의 밑바탕을 이루는 뿌리 역할을 한다면, 물관과 체관이 인생의 꽃을 피우게 하는 것처럼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표현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두 피드백의 문제이며, 모든 인간 관계는 피드백으로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피드백’은 어떤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

 

그는 피드백을 ‘지지적 피드백’, ‘교정적 피드백’, 무의미한 피드백’, ‘학대적 피드백’으로 분류하였으며 그 뜻은 용어에서 잘 나타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피드백은 어떤 것일까? 그렇다. 바로 지지적 피드백이다. 윌리엄스는 지지적 피드백이야말로 소통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바탕으로 서로의 견해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장 부정적인 피드백은 어떤 것일까? 의외로 무의미한 피드백이다. 이는 학대적 피드백보다 더 학대적인데, 앞뒤 맥락 없이 ‘잘했네요’라고 말하는 것 등이다. 이런 피드백을 듣는 사람은 자신이 한 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좋았거나 잘했는지 알 수 없어, 시쳇말로 영혼 없는 말이 되어 관계 또한 형식적으로 변하게 한다. 심지어 이런 피드백을 준 사람은 자신이 피드백을 잘했다고 착각하며 상대가 변하기를 바라게 되어 더 큰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피드백은 어떤 것일까? 바로 학대적 피드백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말로 인한 아픔과 갈등을 겪는 것을 자주 보지 않는가! 주로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거나 인신공격뿐만 아니라 어떤 사실이나 근거, 이유도 없이 사람의 감정만을 표현하는 것도 학대적 피드백이 되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런 종류의 피드백은 듣는 이로 하여금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게 하니 피드백의 목적인 ‘좋은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유아세례를 받고 성인이 된 후 냉담을 해오던 B 자매는 50대 중반에 큰 사고를 당하였다. 위험한 상황에서 성모님의 도우심을 느꼈던 그녀는 그 이후 성당에 나왔고 입단도 하였다. 그러다. 일 년 만에 꾸리아 서기가 되었는데, 서기 임무는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신임 꾸리아 단장과의 갈등이 문제였다. B 자매가 보기에 단장은 자신의 생각이 있으면 남의 의견은 잘 수용하지 않으면서, 소위 권위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말에는 흔들렸다. 그러니 자주 결정이 번복되는 데다 많은 것을 단장 혼자 결정하고 통보하는 식으로 꾸리아를 운영했다. 자연히 평의원들의 불만이 커졌고 B 자매 또한 힘들어했지만, 심리상담을 통해 갈등을 줄여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단장을 이해하면서 제가 달라졌어요. 상담 중에 예전에 단장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는데, 단장은 어려서부터 언니와 비교당하면서 자랐고, 결혼 후에는 동서와 비교당하면서 늘 인정받지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으니, 지금 단장은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심리적인 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후로 단장을 대하는 제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단장에게 성과에 대한 칭찬과 인정을 많이 하고,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단장의 수고를 드러내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조금씩 나아지는 듯 한데, 솔직히 변화가 그리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기도도 열심히 합니다.”

 

 

피드백의 인간적인 기술과 함께 성모님과 일치하는 것이 중요해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모든 것은 인간관계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피드백을 잘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실제로 단원 생활에서도 피드백에 신경 써야 할 때가 자주 있다. 새 단원에게 도움을 줄 때나 동료 단원과 함께 활동할 때, 특히 주회 시 활동보고를 할 때 피드백을 제대로 주고받는다면 단원들 모두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순방할 때나 평의회에서 안건을 토의할 때 특히 사업보고를 할 때는 그야말로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피드백이 중요하다. 그것은 쁘레시디움을 살려 레지오 조직 전체를 튼튼하게 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단원의 의무인 활동을 할 때는 더욱 피드백에 신경을 써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 ‘그리스도 신비체 안에서 레지오 단원들이 특별히 담당해야 하는 역할은 이웃을 인도하고 위로하며 깨우쳐 주는 일이’(교본 89쪽)기 때문이다.

 

‘피드백의 첫 시작은 의사소통이다’, ‘피드백을 할 때는 시선을 맞추어라’, ‘쓸데없는 수다도 중요한 피드백이 될 수 있다’, ‘피드백을 주지 않는 것은 심리적인 벌이다’ 등 피드백의 기술은 다양하다. 이런 기술을 완벽하게 습득하여 제대로 된 피드백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단원들에게는 그 이상의 특별한 방법이 있어야 한다. 특히 상훈(常訓)의 ‘활동 대상자와 동료 단원들 안에서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께서 우리 주님을 다시금 뵙고 섬기시듯이’ 해야 하는데 이것이 인간의 힘만으로 가능할까?

교본은 그에 대한 해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내가 성모님과 온전히 일치할 때, 성모님은 은총과 사랑으로 나를 가득 채워 주시며, 나 또한 넘쳐흐르는 시냇물처럼 다른 이들의 영혼을 가득 채울 수 있게 될 것이다’(교본 168쪽)라고. 그러니 우리는 인간적인 기술과 함께 성모님과 일치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성모님과 맺고 있는 일치의 정도에 따라서, 악과 싸우는 교회의 전투에서 이 승리가 얻어 준 은총의 힘을 쓰시도록 허락’(교본 458~459쪽)하시기 때문이다.

 

‘성모님은 우리가 드린 것을 필요한 곳에 알맞게 쓰신 다음, 오히려 우리가 드린 것보다 더 크게 불려서 되돌려 주시는 은총의 손길을 지니고 계신다.’(교본 152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5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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