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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보존 관리 지침 발간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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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3-12 ㅣ No.92

[경향 돋보기]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보존 관리 지침” 발간에 즈음하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지난 12월 9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한국 가톨릭 건축 · 미술 발전을 위한 간담회’에 앞서 교회 신문들과 인터뷰를 하며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보존 관리 지침” 발간과정과 향후 과제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희년을 맞이하면서 교황청을 비롯해 세계 여러 교회에서 문화와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문화유산의 보존에 각별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국가차원에서는 근대 문화재를 위한 ‘등록문화재 제도’의 도입(2001년)으로 우리나라의 교회유산이 속하는 근대 문화유산에 대한 조사와 등록이 활발히 진행되는 등 교회 안팎으로 문화유산의 보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예술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교회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증진하고자 그 현황을 파악하고 보존 · 보호 · 진흥에 힘써야 한다.”는 교황청 문화평의회의 권고(2004년)에 따라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에서는 교회 문화유산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4년 동안의 준비작업을 거쳐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보존 관리 지침”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지침서 발간 과정

 

2006년 3월 교회건축, 박물관 유물, 교회미술 분야의 전문가를 선정하여 연구 과제를 의뢰했으며, 각 연구자는 분야별로 실질적인 조사를 행하고 중간보고 과정을 거쳐 한국 천주교회 문화유산 보존 관리 실태를 발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2006년 11월 24일 ‘교회 문화유산 보존 관리 심포지엄’을 개최하였습니다.

 

그 결과 교회 문화유산 보존상태의 심각성과 교회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지침안 마련이 시급함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할 수 없어 소중한 교회 문화유산들이 제대로 관리 보존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2007년 5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에서는 심포지엄에 참여했던 연구자 3명 외에 2명의 전문가를 추가하여 문화위원회 교회문화유산분과 위원(김정신 교수, 정수경 박사, 서종태 박사, 이명희 수녀, 엄선애 선생)으로 임명하고 본 지침서 마련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와 필리핀 주교회의에서 작성한 교회 문화유산 보존 관리 지침서를 참고하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지침서를 만들고자 2007년 8월 대구대교구, 2009년 7월 춘천과 원주교구에 대한 답사를 실행하여 교회건축, 유물, 미술품의 보존실태를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였으며, 답사 후 보고서를 작성하고 지침서 초안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검토하였습니다.

 

이외에 2008년 11월 16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된 ‘건축가 알빈 신부의 생애와 작품’ 전시회 및 세미나(주최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주관 : 단국대학교 종교건축연구실, 후원 : 주교회의 문화위원회)는 우리 교회 문화유산의 보존과 보호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널리 홍보할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이후 2008년 수차례 회의 결과를 토대로 2009년 2월에 진행된 워크숍과 최종 검토 회의를 통해 본 지침서 초안이 마련되었으며, 7월 최종안을 수정 보완하였고, 지난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통과 후 최종 보완하여 발간하게 된 것입니다. 오랫동안 이 작업을 진행해 준 위원들과 관심을 갖고 격려해 주신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 교회 문화유산 보존 관리 실정

 

조사를 다녀본 결과 교구나 본당에 따라 교회 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여 자체적으로 기록, 관리를 잘 실행하고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대체로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았고 특히 기록이 잘 보관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역사가 오랜 본당들은 대개 30년사, 50년사 등 본당사를 편찬하였으나 본당신부님 재임기간 위주로 시대구분을 하고 인물과 행사 위주로 기록하다 보니 교회건축과 유물, 교회미술은 아예 누락되거나 단 몇 줄에 그친 사례가 많았습니다.

 

교회건축과 미술의 경우 누가 설계 또는 제작했고, 양식과 특징이 무엇인지, 수리 또는 증축한 기록과 도면을 제대로 보관한 경우가 드물었으며, 일정한 양식에 따른 유물의 목록화가 거의 되어있지 않았고, 보관상태 또한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 유물급에 속하는 쓰지 않는 전례용품이 창고에 방치된 경우는 오히려 다행스러웠습니다. 옛것보다는 새것을 선호하는 경향 역시 우리 교회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훼손시키기도 합니다. 오래된 성당 건축을 전문가의 자문 없이 보수하거나 성미술품을 임의로 교체하는 본당들이 있는 등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한 나라의 문화유산 중에 교회 문화유산이 대부분인 유럽의 경우 특히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은 오래전부터 문화유산의 보존 관리가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져 왔습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필리핀의 교회 문화유산 지침이 비교적 잘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유산을 포함한 근대유산의 전반적인 보존 관리는 일본이 잘 되어있습니다.

 

 

향후 교구별 본당별 문화유산 데이터베이스화 필요

 

이번의 지침은 교회문화유산 보존 관리의 일반규범과 기본수칙을 제시한 것입니다. 각 교구에서 이 지침서를 토대로 하여 문화유산위원회를 구성하여 활용계획을 마련하도록 권고할 생각입니다. 각 교구와 본당의 사목자들과 담당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지속적인 문화유산 관리보존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교구에서 요청하면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에서 워크숍, 담당자 교육 등을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재 유형별로 조사, 목록화하고 보존방법에 따른 시행을 위해 세부지침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며, 각 교구에서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용어에 대한 해설과 홍보, 교육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각 교구별 본당별 문화유산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우리 교회 문화유산의 분포 상황과 보존, 관리 실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단계별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작업은 한국 천주교회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고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향후 가톨릭 문화예술 관련 연구자들에게 기초자료를 제공하여 이 분야의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한국 가톨릭교회 문화유산은 교회가 복음화, 교육, 그리고 자선을 위해 점진적으로 축적해 온 중요한 세습자산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인 유산인 동시에 우리 민족 고유의 유산이기도 하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합니다.

 

* 이기헌 베드로 주교 - 군종교구 교구장.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위원장.

 

[경향잡지, 2010년 1월호, 이기헌 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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