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23년 성모 승천 대축일 서울대교구장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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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8-03 ㅣ No.1193

2023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루카 1,39)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내리길 기원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인 광복절이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하느님께 들어 올림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항상 주님의 뜻에 일치하시며 우리를 위해 늘 하느님께 전구하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도 성모님처럼 그리스도의 완전한 영광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고 있다는 희망의 표지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담으시고 그 뜻에 따라 성실하게 사셨기에 우리들의 모범이 되십니다. 자녀들이 그 어머니를 닮으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도 교회의 자녀로서 교회의 어머니를 닮고 따르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받으신 천상의 영광은 장차 우리도 받게 될 영광을 미리 보여 주는 것이므로 우리에게는 언제나 희망의 기쁜 소식이 됩니다.

 

성모님의 일생은 고통과 시련의 삶이었습니다. 성모님은 아드님 예수님을  잉태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역경과 수난을 이겨내셔야 했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아들 예수님을 품에 안은 어머니의 슬픔과 아픔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험난한 길을 가시면서도 끝까지 성모님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셨습니다. 우리도 성모님의 전구에 의탁하며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 노력해야겠습니다.

 

신앙이란 인간의 생각과 판단으로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하느님의 역사(役事)하심을 믿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루카 1,39)고 전합니다. 마리아는 태중에 예수님을 잉태한 몸으로 서둘러 위험한 산길을 걸어가 엘리사벳을 만납니다. 성모님의 방문은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이루어진 결단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도 늘 이웃을 돕는 모습이셨고, 겸손하셨고, 결단력 있으며, 실제 투신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의 풍습에 비추어 보면 마리아는 십대의 어린 소녀였을 것입니다. 이 위험 가득한 여정 동안 마리아는 성령의 인도를 체험하셨고, ‘구세주의 어머니께서 이렇게 직접 찾아오시다니요.’ 하면서 반기는 엘리사벳과 만남을 통해 더욱 확실한 성령의 체험을 하셨습니다. 이는 마리아에게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괴롭혔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점차 약화되어 일상을 되찾고 있음은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팬데믹으로 빈익빈 부익부의 차이가 더 심화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환경문제, 빈곤, 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도 눈에 띄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저는 8월 초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파티마에서 멀지 않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이루어진 WYD(세계청년대회)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세계청년대회가 청소년과 청년 사목에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올 사목적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한자리에서 함께 가톨릭 신앙을 고백하며, 하느님 체험을 깊이 한다는 것이 각자에게도, 또 교회 공동체에도 커다란 은총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깊은 하느님 체험 안에서 우리 모두의 어려움을 돌아볼 수 있게 되길 희망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성모님의 자기희생의 모범을 본받고, ‘정직성’의 회복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절실히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또한 우리 교회도 스스로를 성찰하며,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서의 역할을 더 겸손하게 실행해야겠습니다. 교회는 많은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과 더 적극적으로 함께함으로써 성모님께서 기쁜 소식을 전하신 것처럼 많은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빛과 희망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명하시고, 기쁜 소식을 전하신 성모님의 승천을 기념하며 세상을 변화시킬 커다란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고귀한 가치에 희망을 두고,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며 평화의 도구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삶이야말로 신앙의 본질인 선교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 자기 분야에서 하느님 체험을 널리 전하는 기쁜 소식의 선포자가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가오시고 이끌어 주시는 놀라운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잊지 않도록 알려주시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십니다. 

 

성모 승천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온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나가도록 우리의 어머니,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전구를 청합시다. 특별히 하느님의 은총으로 우리 민족이 분단의 대결 속에서 생겨난 상처와 아픔을 이겨내고, 화해와 평화를 이루어 온 겨레가 함께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게 되길 기도합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 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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