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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노인사목] 노인사목의 현실과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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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14 ㅣ No.672

[빛과 소금] 노인사목의 현실과 어려움


30여 년전에 서울대교구의 한 사제(故 박고빈 신부)에 의해서 시작된 ‘노인대학’은 지금까지 노인 사목의 대표 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노년층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교회안 노인 사목의 첫 번째 시도였고, 이를 여러 본당에서 도입하면서 교회 내의 노인 사목을 이제까지 실질적으로 주도해 온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사목 방안이었습니다. ‘노인대학’이 서울대교구 뿐만 아니라 다른 교구에서도 꾸준히 생겨나면서 교구 내 조직화와 더불어 전국적인 연합조직화의 움직임도 있었지만, 현재는 교구마다 특성과 편차로 말미암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문제는 30여 년이 지난 ‘노인대학’ 역사에도, 아직도 노인대학을 운영하는 본당의 수가 서울대교구에서조차 3분의 2 정도에 머물러 있고, 나머지 본당에서는 성경공부나 단순 친교형 단체 운영 등에 머물면서 다른 특별한 방안도, 프로그램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현행 노인대학 또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전문가들 입에서 오르내리면서, 노인대학을 포함한 노인 사목의 근본적 대책수립과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로당식 노인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노인 사목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며, 교회의 특성과 사목의 목적을 상실한 지극히 단순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그 변화는 필연적이라고 여겨집니다. 노인 사목 전반에 걸친 반성과 재편성된 사목적 대안의 수립이 필수적임에도 교회 내에서는 아직도 조직, 구조, 재정적 뒷받침에서 어느 하나도 노인사목에 대한 비중을 높이지 않고 있어, 그 현안의 중대함에 비추어 체계적인 연구와 대비에는 매우 미비한 수준입니다. 특히 사목자들의 노인 사목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비전문성이야말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점입니다.

신학교 차원에서부터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 비해서, 청소년 사목에 쏟는 투자와 노력에 비해서, 노인 사목에 대한 연구와 그에 따른 실천적 방안에 대한 준비는 전무한 상태이고,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현장에 비해 크게 못 미치고 있어서, 사제가 되는 교육과정에서부터 사목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노인 사목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한 특별 대책의 하나로 직접적인 교육이나 연수 등이 시급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한 가지 실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노인대학이 활발히 운영되던 어느 본당에서, 그 노인대학의 운영을 주도해 오던 대학 학장이 어느 날, 개인 사정으로 다른 본당으로 이사를 하면서 전출을 했습니다. 갑자기 학장이 없게 되자 본당 사제는 공지를 통해서 학장을 뽑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누구도 일해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본당 사제는 아무런 대책이나 대안 없이 하루아침에 노인대학의 문을 닫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노인대학 학생들이 그로 인해 실의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본당 사제의 판단에 그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것이 노인 사목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3년 3월 10일 사순 제4주일 인천주보, 홍근표 바오로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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