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따뜻한 쁘레시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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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6-06 ㅣ No.874

[레지오 영성]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따뜻한 쁘레시디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교님과 함께 본당 사목방문을 다닙니다. 본당에서 준비하는 사목방문 자료에는 몇 가지 통계자료가 있는데 레지아 담당 신부로서 저는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본당 주일미사 참례자 수와 레지오 마리애 단원 수입니다. 일반적으로 주일미사 참례의 3분의 1이 레지오 단원이고, 어느 본당은 2분의 1이 되기도 합니다.

 

그 수치를 보면서 레지오 단원들이 본당에 미치는 영향이 다각적으로 매우 크다는 생각이 들었고, 레지오의 기본 공동체인 쁘레시디움의 매주 회합과 영성, 내적 공동체 삶의 소중함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한 신부님이 새로이 시작하는 신설 본당을 맡아 마음에 아름다운 꿈 하나를 간직하셨습니다.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따뜻한 곳’, 그 신부님은 본당의 모든 교우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따뜻한 본당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졌습니다. 저는 그 신부님의 바람을 보면서 교우들을 향한 큰 사랑이 느껴졌고 매우 기뻤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쁘레시디움이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쁘레시디움은 레지오 뿐만 아니라 교회 영성이 솟아나는 작은 샘이요, 교회 삶의 작은 공동체로도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단원들 관계의 관점에서 다음의 세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첫째는 따뜻함이 머무는 곳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 중에서 어느 때 많은 식물들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릴까요? 그것은 따뜻한 봄의 기운 속에서입니다. 그래서 농부들이 봄에 논과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립니다.

 

따뜻한 느낌과 분위기는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삶이 정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가 내 삶의 자리다’라고 여기며 마음을 두고 산다는 것입니다. 어디에 이사를 가든, 어느 단체에 들어가든 따뜻함이 있으면 그곳을 마음의 집으로 여기며 삽니다. 따뜻한 마음의 온기가 머무는 쁘레시디움에 레지오 단원들은 뿌리를 내립니다. 그리고 사랑과 존중으로 서로가 좋은 영적인 벗이 됩니다.

 

따뜻한 마음은 부드러운 언어와 온화한 미소로 전달됩니다. 36.5도 언어의 온도. 하느님이 주신 건강한 체온에 비유하여 어떤 분이 한 표현인데 마음에 다가옵니다. 그리고 파우스티나 성녀의 다음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우리 자신의 기도로 바쳐보면 어떨까요?

 

“영성체할 때 나는 구세주께 나의 혀를 치유하시어 내가 가까운 이웃들에 대한 사랑에 금이 가도록 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단원들 간에 오가는 웃음과 기쁨은 쁘레시디움 성장의 원동력

 

둘째는 기쁨이 샘솟는 곳입니다. 동방 정교회 신학자 슈메만은 “교회는 기쁨으로 세상을 이기면서 퍼져 나갔다. 이제 교회는 기쁨의 증거자가 되는 역할을 그만둠으로써 세상을 잃어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초기 예루살렘 공동체는 내적 기쁨의 삶으로 생명력 있게 세상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교회는 기쁨을 잃음으로써 세상을 잃어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공동체의 기쁨이 주는 의미를 말하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이 전하는 첫 신자 공동체의 생활은 그들이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고 합니다.(사도 3,47 참조)

 

쁘레시디움 단원들 간에 오가는 웃음과 기쁨은 초기 공동체처럼 쁘레시디움 성장에 큰 원동력이 됩니다. 성장하는 쁘레시디움에는 이러한 내적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셋째는 성모님을 어머니로 모신 곳입니다. 쁘레시디움 회합 때 우리는 성모님을 모시고 기도합니다. 성모님이 안 계신 자리는 어머니가 안 계신 집안과 같은 느낌입니다. 십자가의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성모님을 두고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라고 하셨듯이 1531년 과달루페에서 발현하신 성모님은 후안 디에고 성인에게 당신을 어머니라고 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네 마음을 어지럽히지 마라. … 네 어머니인 내가 여기 있지 않느냐?” 너의 어머니로서 내가 지금 네 곁에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 하십니다.

 

우리는 성모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성모님은 우리의 어머니로서 우리 곁에서 늘 함께해 주시며 같은 말씀을 해 주십니다. 쁘레시디움은 한 어머니 품 안의 자녀들처럼 성모님 사랑의 망토 아래 함께 모이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활동합니다.

 

시대의 변화 속에 레지오 마리애도 많은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쁘레시디움 회합도 그때그때 편리에 맞추어 바꾸고 싶어 합니다. 이에 “한 오라기 실 뽑으니 온 필베에 흠이 가고, 헝클어진 화음 하나 온 선율을 거스르네.”라는 기본에 충실하기를 일깨우는 교본의 가르침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따뜻함과 기쁨이 있고 성모님을 한 어머니로 모시는 곳, 이곳이 레지오 단원들이 뿌리를 내리고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쁘레시디움이 되는 길이 아닐까요?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6월호, 안상기 미카엘 신부(안동교구 사무처장, 안동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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