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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의 도시에 우뚝 선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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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0-30 ㅣ No.182

[해외 한인 공동체 소식] 이탈리아 로마 -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의 도시에 우뚝 선 공동체

 

 

약속의 땅 가나안, 거룩한 땅 이스라엘을 거쳐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거룩한 도시가 된 로마!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다가 순교하였고,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본산인 교황청이 자리하고 있는 곳입니다.

 

 

한인 공동체의 태동과 발전

 

이곳 로마의 바티칸 교황청과 우리나라는 1963년에 외교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때부터 유학생 사제가 로마로 파견되기 시작하였으며, 1967년도에 유학을 온 홍성재 베드로(현재 로마 무역회사 대표)와 한홍순 토마스(현재 주 교황청 한국대사) 외 6명의 유학생이 박고영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예수회 소속)과 뜻을 합쳐 1968년 가을에 감격의 첫 미사를 봉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박고영 신부님이 사비를 털어 유학생들을 격려하고 이끄시는 가운데, 약 3년 동안 성 이냐시오 대성전에서 매주 한인 미사를 봉헌하였으며, 이 소공동체 모임이 오늘날 한인 공동체의 태동이요 토대가 되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곳으로 유학을 오신 각 교구 신부님들이 돌아가며 1년씩 또는 2년씩 한인 교우들을 맡아 베드로 기숙사, 바오로 기숙사, 예루살렘의 성 십자가 성당 등지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여 주셔서 공동체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1985년부터는 8년 동안 살레시오회 소속의 박양웅 암브로시오 신부님이 한인 공동체의 주임신부로 이끌어주셨으며, 이 기간에 비로소 한인 공동체 사목회의 구조와 기능도 갖추어 성장하였습니다.

 

 

로마 한인 성당의 설립

 

주일마다 로마에 있는 여러 성당들의 정규 미사 시간을 피해 한인 공동체 미사를 드렸던 셋방살이 떠돌이 생활도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한국 주교회의의 직속 교육기관이면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소속의 자치신학원인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이 2000년 10월 1일 개원하였고, 이듬해인 2001년 3월에는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주례로 한국순교성인성당의 축복식(당시 대구대교구 손성호 요셉 주임신부님)이 거행되었습니다. 이로써 우리 집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마 한인 성당이 탄생하여, 고정적으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한국순교성인성당은 로마 시내에서 승용차로 20여 분 걸리는 도시 서쪽 외곽에 자리하고 있으며, 정문 오른편에는 아담한 광장이 있습니다. 2002년에 ‘한국 순교성인광장’이라는 명칭이 부여된 이 광장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상을 비롯하여 성 정하상 바오로, 최양업 토마스 신부, 강완숙 골룸바의 흉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성당 정문을 들어서면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께서 2006년에 식수한 1000년 된 올리브 나무와, 그 뒤 양편으로 2동의 신학원 건물, 순교성인성당이 있으며 왼편 마당 한 쪽에는 성모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치 복잡한 도심을 떠나 한국의 성지에 피정을 온 듯한 포근한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교황청과 한국교회의 가교도 우리 몫

 

로마 한인 성당이 로마한인신학원과 함께 있으므로 교황청과 한국교회의 가교 역할을 하며, 종종 큰 행사가 열리는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 2003년에는 한국과 교황청의 공식 외교관계 수립 40주년 축하행사가, 2006년도에는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서임 축하식이 열렸습니다.

 

또 2007년 12월 한국 주교님들의 사도좌 정기방문(5년마다 방문, ‘앗 리미나’라고 함.) 때에 정 추기경님을 비롯한 모든 주교님들이 우리 한인 성당을 방문하시어 대림 첫 주일미사를 봉헌하여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큰 행사 때마다 성모회가 늘 앞장서서 수백 명의 손님들을 환대하고 일당백으로 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안칠라 도미니 성가대의 활약

 

로마 한국순교성인성당의 주임신부는 로마한인신학원장이 겸임하게 되어있습니다. 지난 2006년 3월 로마한인신학원장으로 부임하신 김종수 요한 신부님(서울대교구 소속, 전 주교회의 사무처장)이 금년도에 연임되시어 계속 주임신부로서 소임도 다하고 계십니다. 김종수 신부님이 부임하시어 특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단체로 성가대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80년대에 한인 공동체의 유학생을 주축으로 성가대가 시작되어 1990년대에는 사베리오 성가대로 명맥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현재의 김종수 신부님이 부임하시어 ‘안칠라 도미니(Ancilla Domini, 주님의 종)’ 성가대로 명칭을 바꾸었는데, 인원은 비록 20여 명밖에 되지 않지만 대부분 성악을 전공하는 유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반 여느 합창단 오륙십 명의 성량과 화음을 만들어내며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8년 1월 28일부터 2월 1일까지 서울대교구의 명동대성당, 목5동성당, 서초동성당, 혜화동성당, 가톨릭대학교 종교음악대학원에서 초청 방문 연주를 하였고, 그 뒤로 해마다 한 차례씩 정기 연주회를 갖고 있습니다.

 

2010년 11월 19일에는 로마 캄피돌리오 언덕 하늘제단 위의 성모 마리아 대성전에서, 그리고 올해에는 지난 3월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고통 받는 일본인들을 위하여 로마 일본 성당 초청으로 4월 3일에 로마 그레고리오대학에서 연주를 하여 이탈리아 현지인들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으며 국위선양까지 하였습니다.

 

또한 4월 17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는 안토니오 스테파노 몬시뇰(판테온 책임자)의 초청으로 오후 4시에 판테온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원로들에게 감사

 

이곳 로마에는 현재 1,400여 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습니다. 파견 나온 공관원이나 상사 직원 가족, 유학생과 수도자가 절반 이상이 되어 실제 교민의 수는 많지 않고, 로마가 관광도시이다 보니 교민들은 대부분 관광업에 연관된 직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도시 로마에서 한국인들의 첫 소공동체 미사가 봉헌된 지 33년이 지났습니다. 2000년 대희년을 계기로 로마에 한인 성당이 설립되어, 현재 등록신자 수가 200여 명입니다.

 

비록 이런저런 이유로 매주일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는 절반도 되지 않지만,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사사로움을 버리고 혼연일체의 한 공동체가 되어 늘 풍성한 열매를 거두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이요 성모님의 도우심임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렇게 로마 한인 성당이 자리잡기까지 부족한 경비와 성당 건축비 등을 마련하고자 애쓰신 분들, 사목회장과 성모회장 직을 맡아 봉사와 희생으로 한인 공동체에 기둥이 되어주신 분들, 특히 홍성재 베드로, 고광호 안드레아, 권정자 가타리나, 이경복 요셉 원로들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박수현 그레고리오 - 2007-2008년 로마 한인 성당에서 사목회장으로 봉사하였으며, 현재 로마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 바티칸 근처 동양식품점을 운영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1년 10월호, 박수현 그레고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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