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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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식별의 은총과 거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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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0-08 ㅣ No.1676

[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식별의 은총과 거룩함

 

 

신앙과 식별

 

신앙인의 삶은 식별하는 삶입니다. 신앙을 산다는 것은 식별하는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신앙과 식별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앙인에게 식별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식별은 신앙의 본질적 요소의 하나입니다. 모든 신앙인은 식별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식별은 어떤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 어떤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식별은 우리가 주님을 더욱 충실히 따르도록 도와주는 영적 투쟁의 도구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식별이 필요합니다.”(‘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69항) 또한 식별은 대단한 것, 중요한 것, 거창한 것들과만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식별은 단순한 일상 현실 안에서 “흔히 중요해 보이지 않는 미소한 것들 안에서 이루어집니다.”(169항) 식별은 신앙의 작은 일들에도 정성을 쏟는 것입니다.(169항) 식별은 교회 안의 권위자들과 영적 장상들만이 행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인 모두가 저마다 자기 삶의 자리에서 수행해야 하는 일입니다.

 

현대의 삶은 더욱 식별을 요청합니다. 현대 물질문명과 문화는 끊임없이 우리의 욕망을 부추기며 물질과 욕망의 삶을 살도록 유혹합니다. 첨단과 유행이란 풍조 속에 우리는 너무 쉽게 종속되고 물질적 노예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를 가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는 거대한 쇼핑의 데이터가 제공하는 프레임 안에서 조작되어 놀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식별의 지혜가 없다면, 우리는 모든 지나가는 유행에 좌우되는 꼭두각시가 되기 쉽습니다.”(167항)

 

식별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들이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새 포도주인지 세속의 영이나 악마의 영이 만들어 낸 허상인지”(168항) 구별하는 힘입니다. 식별은 “우리 안에 있는 것과 우리 주위에 일어나는 모든 것, 곧 ‘시대의 표징’을 잘 살펴보고 그래서 온전한 자유로 이르는 길을 깨닫”(168항)는 것입니다. 이처럼, 식별은 하느님의 일과 악마의 일을 구별하고 분별하는 일이며, 세상을 하느님의 시선으로 읽는 일입니다.

 

식별은 새로움을 향한 노력입니다. “우리가 변하지 않도록, 원래 상태로 그대로 두도록, 변화에 완고하게 저항하도록, 악마의 힘이 우리를 유혹할 때,” 식별은 더욱 요청됩니다.(168항) 즉, 식별은 새로움을 향한 성령의 활동입니다.(168항) “영의 식별은 완고함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영원한 오늘 앞에서 완고함의 자리는 없습니다.”(173항) 성령께서만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보시고 복음의 새로움을 다른 빛으로 드러낼 수 있습니다.(173항)

 

 

식별은 은총이며 영적 능력입니다

 

식별은 단순히 인간적 노력과 능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은총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물론 식별은 인문적, 사회적, 윤리적 식견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세속적 능력만으로 식별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식별은 단순히 교회의 올바른 규범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식별은 이 모든 것을 포함하면서 동시에 그것들을 뛰어넘는 은총의 행위입니다. “식별은 은총이라는 것을 언제나 기억해야 합니다. 비록 영적 식별이 이성과 예지를 포함할지라도, 그것을 뛰어넘습니다.”(‘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70항) “식별은 어떤 특별한 능력이나 더 뛰어난 지력이나 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170항)

 

식별은 그저 은총을 구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확신을 가지고 성령께 이러한 은사를 내려 주십사 간청하고 기도, 묵상, 독서, 좋은 상담을 통하여 식별을 증진하고자 노력한다면, 분명 우리는 이러한 영적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166항) 식별의 능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우리는 날마다 “주님과 대화하면서 진실한 양심 성찰을 거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169항)

 

 

기도의 식별

 

식별은 기도를 요청합니다. 주님께 기도하지 않고서는 식별을 할 수 없습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언어를 더 잘 깨닫고, 우리가 받았다고 믿는 영적 감도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며, 우리의 걱정을 잠재우고, 하느님의 빛으로 우리 존재 전체를 새롭게 보도록 합니다.”(‘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71항) 식별은 주님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당연히 주님의 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면 식별을 할 수 없습니다.

 

기도는 경청과 열린 자세에서 시작됩니다. 기도를 통한 식별 역시 “주님과 다른 이들, 그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언제나 우리에게 도전하는 현실 그 자체를 경청하려는 자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172항) 식별한다는 것은 주님의 뜻을 찾는 일과 사람과 세상을 섬세하고 열린 신앙의 눈으로 읽는 일을 동시에 포함합니다. 식별은 경청과 열린 태도와 자세를 요청합니다.

 

식별은 자신의 기준과 규범으로 판단하는 일이 아닙니다. 식별은 판단이 아니라 경청입니다. “이러한 경청의 자세는 궁극적 기준이 되는 복음에 대한 순종을 의미합니다. 또한 경청의 자세는 복음을 수호하면서 교회의 보화 안에서 구원의 오늘에 가장 유익한 모든 것을 찾고자 하는 교도권의 가르침에 대한 순종을 의미합니다.”(173항) 결국 식별은 자신의 판단을 내세우는 오만하고 교만한 행위가 아니라 겸손하고 열린 자세로 주님께 순종하는 일입니다. “식별은 유아기적인 자기 분석이나 개인주의적 자기 성찰의 형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참으로 벗어나 하느님의 신비를 향하여 나아가는 과정입니다.”(175항)

 

 

식별은 십자가의 논리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식별은 판단하고 심판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식별은 주님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고, 주님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님의 방식은 십자가의 방식입니다. 남을 심판하고 남에게 십자가를 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당연히 식별은 관용의 마음과 태도를 요청합니다. 또한 식별은 자기희생의 자세를 필요로 합니다. 식별은 십자가의 논리를 받아들이고 살아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74항)

 

식별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인내심과 그분의 때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켜야 합니다.(174항) 식별의 힘은 인내의 여정과 기다림의 과정 안에서 성장됩니다. 식별은 성모님의 자세와 태도를 배우는 일입니다.(175항) 성모님께서는 언제나 주님의 뜻을 살피시며. 기다리고 인내하시면서 십자가의 주님을 품에 안으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10월호, 정희완 사도요한 신부(안동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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