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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한국 천주교회 성미술 발전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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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0-09 ㅣ No.97

"교회 미술연구소 설립, 전문가 양성 절실"


홍수원씨 '한국천주교회 성미술 발전에 관한 연구' 박사학위 논문서 제안

 

 

홍수원(젬마,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씨가 최근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 '한국 천주교회 성미술 발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천주교회 성미술은 국적불명, 시대불명, 작가불명의 서양식으로 획일화, 상업화된 모습을 띠고 있다.

 

성미술에 대한 인식이 성당을 장식하기 위한 미술, 전례와 기도생활을 돕는 도구차원에 머물고 있다. 즉, 성미술이 신앙을 표출하는 예술작품이 아니라 단지 교회가 필요로 하는 물질적 도구가 된 것이다.

 

홍씨는 논문에서 "성미술이 한국 현대 조형미술의 한 장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가톨릭교회 구성원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그리스도교 미술연구소 설립, 성미술 기획자 및 미술가 양성, 신학교 미술교육 강화, 성미술위원회 설립, 개인성물 활성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다음은 논문 요약.

 

 

성미술 역할 인식결여

 

2000년에 걸친 풍부한 문화유산을 물려받은 오늘날 교회는 성미술이 지닌 전례적 역할을 넘어 교회의 예술적 사명에 기여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종교적, 문화적,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천주교회 성미술은 성당을 장식하기 위한 미술, 전례와 기도생활을 돕는 도구라는 소극적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이같은 성미술 역할에 대한 의식결여는 획일화를 초래했다. 거의 모든 성당에서 성모영보, 성모칠고, 예수탄생과 죽음, 부활과 같은 유사한 주제가 다뤄지고, 조형언어 또한 천편일률적이다.

 

또 사제와 미술가,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회 구성원들은 성미술 창작에 보수적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동시대 작가가 성미술을 만드는 성미술 현대화에는 찬성하지만 추상적이고 비구상적 작품에 대해서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성미술을 현대화하려면 무엇보다 훌륭한 미술가를 발굴,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좀 더 높은 예술성을 추구하기 위해 세속 미술가와 그리스도교 미술가의 구분을 허물고 뛰어난 미술가들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성미술 토착화도 현대화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며 전통적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토착화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당 성미술 제작, 설치, 관리의 문제

 

한국 천주교회는 200년이라는 짧은 역사 동안 빠른 교세확장을 이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성당을 많이 짓고 있다. 그러나 그 많은 성당 가운데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할만한 성당이나 성미술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성당 건축 때 발생하는 성미술 문제는 부족한 예산 책정과 성미술 기획 부재, 교회공동체 협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전례에서 성미술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사제와 신자들은 성미술에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미술가 기증이나 신자들 봉헌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전문적 기획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지어 성당건축과 성미술의 부조화, 성미술 간 부조화, 성미술의 전례기능 상실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신자들 역시 자신이 속한 본당 성미술에 무관심하다. 관리 및 보존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새로 부임한 사제가 본당 성미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철거, 훼손, 방치하는 사례가 상당수 발생해 이에 대한 미술가들 불만도 높다.

 

 

한국 천주교회 성미술 개선방안

 

한국 천주교회 성미술을 전례적 기능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품격있는 성미술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광범위한 이론연구와 담론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동안 한국 그리스도교 미술에 관한 전문적 연구는 거의 없었다. 1994년 가톨릭미술가회 주최로 3년간 성미술 세미나가 열려 심도있는 비평과 담론이 이뤄졌지만 본격적 연구로는 발전하지는 못했다.

 

한국 천주교회 성미술을 발전시키려면 관련 분야 전체를 아우르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위한 그리스도교 미술연구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성당건축 성미술 성공사례를 연구, 분석하고 잘된 사례를 발굴해 교회미술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전례를 거행하는 성전을 짓는 일에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성미술 기획은 필수적이다. 전례와 건축, 미술 전반에 전문적 지식과 안목을 지닌 성직자나 미술가 가운데 그리스도교 미술 전문가를 양성해 성미술을 기획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교회는 성직자 중심이기에 성당 건축에서도 건축설계부터 미술가 선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한이 본당 사제에게 집중돼 있다. 막대한 결정권이 본당 사제에게 주어지기에 사제들 안목을 높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안목은 짧은 시간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에 신학교 때부터 성미술에 관한 깊이있는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대부분 본당들은 본당에 설치된 성미술품에 관한 기록을 갖고 있지 않다. 성미술품이 작가 이름 없이 설치되는 현실은 한국 천주교회 성미술에 관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며 이는 미술가들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다.

 

각 교구 차원에서 성미술위원회를 구성해 성미술 관리와 보존을 책임져야 한다. 교구 무관심으로 기존에 설치된 성미술품조차 기록도 없이 방치, 훼손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밖에 각 교구, 본당, 성지 고유의 정체성을 살린 성미술품을 개발하고 특화시켜 상품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같은 성물개발은 개인성물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며 성당마다 성미술품이 비슷해지는 획일화 양상을 예방할 수 있다.

 

[평화신문, 2010년 10월 10일, 정리=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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