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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일상 안에서의 교회문화: 아령(啞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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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1-29 ㅣ No.4437

[일상 안에서의 교회문화] 아령(啞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문화 중에는 가톨릭교회에서 유래되었거나 연관된 것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문화 속에 숨어있는 교회의 흔적들을 함께 발견하고 이를 선교의 도구로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2024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올해는 몸 좀 만들어 볼까 하고 운동을 시작하신 분들도 많을 텐데요. 근력 강화를 위해 사용하는 운동기구 중에 가톨릭에서 시작된 것이 있습니다.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의미의 덤(Dumb)과 종을 뜻하는 벨(Bell)이 합쳐진 단어를 직역해 한자로 옮겨 부르는 “아령(啞鈴, Dumb-bell)”이 바로 그것입니다. 운동을 위한 아령과 종의 모습은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벙어리 종’ 아령에는 성당에서 종을 울리던 종지기들의 노고가 담겨있습니다. 유럽에 있는 성당의 공통적인 특징은 높이 솟은 종탑이 있다는 것입니다. 성당의 종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기도 시간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만큼 종탑은 높고 종의 크기는 크고 무거웠습니다. 독일 쾰른대성당의 종탑은 무려 157.38m나 되고 프랑스 노트르담대성당의 종은 그 무게가 500kg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양의 종은 종을 밖에서 때리는 방식으로 비교적 적은 힘으로도 소리를 낼 수 있지만, 서양의 종은 잡아당기는 힘으로 종을 흔들어 울리기 때문에 많은 힘이 들었고 횟수도 맞춰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종지기들은 많은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함부로 종을 울렸다가는 종소리로 시간을 아는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겪게 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소리가 나지 않는 연습용 ‘벙어리 종’ 아령이었고 이 아령은 유럽의 성당 곳곳에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그러나 이후 종교개혁 등으로 교회 분파가 나눠지면서 성당의 종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더 이상 아령도 그 쓰임을 잃고 말았습니다. 종지기들의 연습용 종이었던 아령이 근력운동의 도구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영국에서였습니다. 산업혁명과 더불어 인간도 기계처럼 강한 체력을 다지자는 운동 열풍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이를 위한 소도구로 아령을 들기 시작하였는데 시대가 흐르면서 도르래와 줄은 사라지고 추만 남아 지금의 모습으로 새롭게 부활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 주교좌 계산성당 종탑에 있는 두 개의 종이 새롭게 교체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삼종기도 시간을 알리며 세 번의 종소리를 울리고 있습니다. 아령을 들고 삼종기도 시간을 준비했던 종지기처럼 우리도 몸과 마음에 하느님의 시간을 만들어 보면 좋겠습니다.

 

[2024년 1월 28일(나해)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대구주보 4면, 교구 문화홍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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